* 육아일기 110919

* 애어른 만들기?

 
예화 1) 작년 겨울, 누고가 아이답게 튀김닭(치킨)을 좋아합니다. 저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보다 자주 사달라고 조르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네가 잘 몰라서 그렇지, 네가 치킨을 좋아하는 것은 치킨에 단맛이 있기 때문이야. 이 단맛에 길들여지면 더 강한 단맛을 원하게 되고 나중에 뚱뚱하게 되지. 네가 엄마나 다른 사람과 함께 치킨을 먹는 것까지 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치킨을 사줌으로써 네가 비만하게 되는데 일조할 생각은 없다. 아빠는 한 달에 한번이상으로 치킨을 사주지 않을 것이야.”

 예화 2) 올 봄이었는데, 안해가 미용실에 갔고 누고와 저는 그곳에서 볼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미용실에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그 중에 사탕도 있었습니다. 누고가 사탕을 한 두 개 먹고 이후 제 눈치를 보면서 더 몇 개 먹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먹고 싶으면 더 먹으라고 하면서 “아빠는 네가 사탕 먹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어. 사탕은 충치도 생기지만 단맛에 길들어지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 아빠의 강제보다 자율적인 것이 옳다고 생각하거든.” (그 이야기를 들은 미용실 직원이 웃었습니다. 아마 만 3세도 안된 아이에게 ‘자제, 단맛에 길들어지다. 비만’ 등의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우스웠을 것입니다.)

 예화 3) YW네 집에서. 안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누고가 YW이하고 노느라고 집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늦도록 남에 집에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아빠가 말하더라고 누고에게 전해 주세요.”
 안해와 함께 있던 YW 어머니와 YW 이모 모두 배꼽잡고 웃었다고 합니다. (4살짜리가 무슨 예의?)

* 어린아이가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치킨을 자제했으면 하는 이유를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설명할 수 없는 제 무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있겠지요. 하지만 허용하면 안 될 것을 허용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고, 그렇다고 윽박지면서 강압하기도 싫습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어른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되는 데까지 설명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기대하는 효과는 언젠가는 (아마 초등학교 들어갈 때 아니면 그 이후라도) 단맛, 비만, 자율, 예의를 이해할 것이고, 그때는 아마 아빠가 자신을 존중해 주었다고 생각하면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실용적인 이유인데, 예화 1, 2, 3, 모두 아빠의 권고를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단어 하나, 하나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빠의 태도와 분위기로 판단된 직관이 ‘아빠 말이 옳다, 또는 받아 들여야겠다’는 근거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작용이 없을 것 같은 여행, 칭찬, 반성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반성의 부작용은 페이퍼로 올린 적이 없지만.) 위와 같은 교육 방식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합니다. 단편적으로 누군가에게서 “애가 애다워야지, 애를 어른으로 만들려고?”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일찍 문자를 가르치는 것이 인지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위와 같은 방식 꼭 좋은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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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멋진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두번째 예화에서 말이죠, 일단 먹고 싶으면 먹으라 하시고,
“아빠는 네가 사탕 먹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어. 사탕은 충치도 생기지만 단맛에 길들어지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 아빠의 강제보다 자율적인 것이 옳다고 생각하거든.”
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은 자율성보다는 이중 구속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아이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헤맬 수 있다는거죠. 차라리
명확하게 제한 사항을 말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이건 단지 제 의견이랍니다.

마립간 2011-09-19 14:09   좋아요 0 | URL
이 문제를 먼저 고민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입니다. 아이의 교육과 관련된 사람이 저와 안해, 그리고 어머니(누고의 친할머니),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안해와 저와도 교육가치관에 차이가 있지만 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봐주시는데, 제가 어머니께 책 좀 읽었다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이 우습더라구요. 그렇다고 제 가치관을 바꿀 수도 없는 것이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아이에게 훈계한다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와 같은 환경(경우에 따라 부모, 조모가 상반된 입장을 갖은 것)이 아이에게 이중구속의 효과를 갖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예화2의 경우 제 입장을 표명했다고 생각했지만, 마녀고양이님의 글을 읽으니 제 입장 자체가 명확하지 않았네요. 지금 돌이켜 보니 허락을 했는지, 금지를 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 (ㄲㄷ) 이중구속(二重拘束) ; 병리적인 일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개념 중 하나. 예컨대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서 무언가를 하도록 말하고,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는 듯한 몸짓을 하면 아이는 이중으로 구속된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태.

마립간 2011-09-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뭐라고 했었나? ; 더 이상 먹지 마라. 하지만 아빠의 강제가 있기 전에 자제했으면 좋겠다. vs 먹어도 좋다. 그러나 자제했으면 좋겠다.
전자가 좋은 것이죠?

마녀고양이 2011-09-19 16:06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전자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누고가 괜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

순오기 2011-09-20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나 육아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알아듣는 말로 설명하면 더 좋겠지만...존중받는다는 느낌은 어려도 알 것 같아요.
아이랑 같이 그림책을 많이 보면 눈높이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마립간 2011-09-20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정답이 없는 곳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인성과 가치관을 바로 세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고민을 합니다.

sweetmagic 2012-01-03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탕에 노출을 늦게 시키는 것이 좋을거 같아 노출을 최대한 늦추고 있어요,
할로윈 이후에 사탕을 알게되긴 했지만 하나이상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아요. 아직 그래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ㅎㅎㅎ. 저는 먹어도 좋다. 하지만 다음 사탕은 내일 아침까지 자제했으면 좋겠다가 좋을거 같아요.

마립간 2012-01-03 10:24   좋아요 0 | URL
sweetmagic님 잘 지내고 계시죠. 새해에도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유안이의 모습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 보고 있습니다.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있고, 다양하기도 해서 육아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오답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