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 길에 광화문에서 내려서 시청으로 걸어가는데, 전경들이 너무 많이 깔려 있어서, 그이들이 자꾸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서 멀지도 않은 그 길을 걷는 게 참 무서웠다.
길을 아예 봉쇄를 해둔 것도 아닌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뒷목이 뻣뻣해지는 느낌. 작년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있었고, 깃대를 들고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문국현 씨랑 노회찬 씨가 발언을 하고 있었던 듯했는데 방송이 울려서 목소리를 잘 알아듣기 힘들었다.
사실은, 그 자리에 밤 늦도록 오래 있으면, 뭔 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행사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발길을 돌렸나 보다. 발도장은 찍었잖아... 뭐 이러면서. 미안했고, 또 안심했고, 그래서 또 비겁했고...
그 와중에 공정택 당선 무효 소식은 급 방긋...-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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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야권의 내일 집회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에 따라서 전국 경찰이 갑호 비상경계에 들어가 있고 검찰도 내일 시위를 주동하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에 대해서는 구속을 원칙으로 엄하게 다스린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경찰은 따라서 집회 참가를 선동하는 유인물과 벽보의 제작, 살포행위와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시위를 주도하는 행위, 난동사태를 주도하거나 가담한 사람에 대해서는 소속 단체나 개인의 신분, 그리고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하게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또 내일 오후 6시에 경적을 울리는 차량 운전사들은 모두 도로교통법 규정에 따라서 처벌하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순수한 종교단체가 아닌 체제불만 세력들이 행사를 주도하는 점 으로 볼 때 이 대회가 정권전복을 위한 불순불법 집회라고 보고 집회를 주관하거나 선전선동하는 행위 그리고 참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관계법을 적용해 엄단하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또 내일 오후 6시 이후 행사장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은 신분에 관계없이 연행할 방침이며 가담 목적과 경위, 유인물 작성배포 등을 신속정확하게 조사해 가담 정도에 따라 구속수사 등 법에 따라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또 조사 대상자를 4등급으로 나눠 현장과 도심지 집회시위를 모의하거나 실행한 주동자, 지방 원정 등 적극 가담자, 화염병 제작, 투척 등 극렬 행위자를 모두 구속하기로 했으며 시위 단순 가담자는 즉결심판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전국 공안검사와 특수부 검사, 일반 직원 전원이 오늘부터 24시간 철야 비상근무를 하고 각 지역 검찰청 공안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대책본부를 편성해 수사지휘 체제를 강화했습니다.
이상 1987년 6월 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