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속성

본디 기억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희미해지다가 완전히 소멸한다. 끝내는 사라지는 것이다. 기억의 속성은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축늘어지고 사라지는 반면, 어떤 기억은 죽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
나뭇가지에 걸린 시계가 암시하듯 생명체의 죽음 이후에도죽지 않고 지속되는 기억, 부패할 만큼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유지되는 기억, 나를 평생 짓누르는 기억들의 지속. 달리는 끈질기게 지속되는 기억의 속성을 놀라운 시각으로 표현해 냈다.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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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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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소설의 제목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말뜻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 내용이 궁금했다. 그저 뻔하게 '살아가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도무지 중반을 넘어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잡을수가 없었다. 내가 이제는 이해력도 떨어지는가보다, 라는 한탄을 할때쯤 서서히 이야기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물관계와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얽혀있는 관계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해서야 이 소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병원이다.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친구 도모야를 찾아 매일 병문안을 오는 유스케, 한창 젊음의 패기가 넘치는 시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을 찾아 친구의 곁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두 사람의 우정은 어떤것인가 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소설은 과거를 거슬러 도모야와 유스케의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시작하여 시간을 건너뛰며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에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부모의 사상과 친구의 영향, 그들의 삶은 운명적일수밖에 없다거나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 - 산족과 바다족으로 나뉘는 인류는 결코 융화될 수 없으며 타고난 생태에 따라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이 나뉜다는 등의 이야기는 그 흔한 사이비집단에 대한 고발도 아니면서 왜 그리 집요하리만큼 자세히 하고 있는지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는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해하며 단편처럼 끊기던 이야기들이 다 연결되며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된다. 나는 사실 그때쯤 설렁설렁 책을 읽었던 것을 후회했다. 짜임새를 정교하게 기억해내지 못하는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다. 


거짓임을 알지만 믿는 척하며 살아가는 것, 거짓이라 생각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보다 너의 존재로 인한 나의 삶,인걸까 생각해보지만 솔직히 확연히 이해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삶의 의미를 찾아 나 자신을 드러내야만 하는 것일까,에 대한 상념은 부정적임을 깨닫는다. 너로 인해 내가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 가 아니라 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의 존재 자체가 삶의 의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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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매거진 Next Magazine Vol.0 Door - 창간호
디앤디프라퍼티매니지먼트 편집부 지음 / ㈜디앤디프라퍼티매니지먼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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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 우리집 문이 잠겨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늘 빈집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나였으나 어릴 적 열쇠라는 걸 들고다녔던 적도, 어딘가에 넣어 둔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던 기억도 없다. 다들 아는 이웃들이고 예로부터 도둑이 없다고 소문이 난 내 고향에서는 80년대까지만해도 길을 지나던 사람이 대문 열린 집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대문이 잠기기 시작했을까. 사실 나도 대문단속에 민감해지기 시작한 것은 새옷을 빨고 널어둔 날 옷을 통으로 잃어버리고난 후부터이다. 형제많은 집의 막내인 내게 새 옷은 흔치않은 일이었는데.....


'문'이라고 하면 경계와 구분이 떠오르지만 또한 동시에 연결이 떠오르기도 한다. 

라이프스타일매거진,이라 설명하는 것이 더 쉽게 다가오는 이 책은 넥스트 매거진의 창간호이며 건축, 인테리어, 공간, 가구...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생활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냥 보여지는 평면적인 모습이 아니라 '문'에 담겨있는 인문학적 세계를 느껴볼 수 있다. 현재, 과거, 미래를 조명하며 '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여러 건축가들의 글을 담기도 했으며 영화속 문의 상징과 문의 문맥, 실재하는 문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적인 건축과 인테리어의 변화에 따른 문의 모습의 변화도 보여주고 있는데 그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펼쳐보게 되기도 한다. 


"조그마한 구멍은 빛과 바람을 느끼게 하고, 낮과 밤을 알 수 있게 하고, 결국 사람을 살린다. 구멍 사이로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빛줄기는 외부와 나를 연결하는 안식이 되고, 구멍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과 달은 내 벗이 된다. 그러니까 창과 문은 '생명의 구멍'이고, 세상과 생명, 자연과 우주를 연결하는 지점이다"(116)

                                                                                                                                    '빛과 바람이 머무는 문'의 한옥 창호에 대한 기사와 김순기 소목장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함축적인 '문'에 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오래전 이탈리아의 소도시에 갔을 때 광장을 중심으로 건재해있는 옛집들을 보고 있었는데 일행중 누군가가 창문을 유심히 보라고 하며 벽돌의 색이 좀 달라보이지 않냐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옛도시의 집들은 돌로 쌓아올려서 창문을 자그맣게 만들어놨는데 보수가 필요할 때 그 부분의 돌만 빼놓고 다시 쌓아올려야해서 보수도 쉽지 않고 어쩔수없이 보수를 해야할 때는 똑같은 돌로 쌓을수가 없어서 새롭게 보수한 문이나 창문은 벽돌과 색이 다를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오래전이라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문'이라는 것이 외부로부터의 보호와 차단이 되기도 하지만 막힌 공간인 집을 외부와 연결시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그때 처음 했던 것 같다. 


문의 실질적인 모습은 계속 변화해나가겠지만 아무도 찾아가지 않아 늘 겨울이었던 거인의 정원을 경계짓는 문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로우테크의 문'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타임슬립을 위한 시공간을 드나드는 문은 현존하지 않는다해도 아쉽지 않지만 소통을 위해 여는 마음의 문은 늘 쉽게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주변을 이해하고 그 장소에 가장 어울리는 문이 놀랄만한 기술이 적용된 문보다 훨씬 우리 도시의 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드리라는 생각이 든다"(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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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언제나 다시 깨닫는 것, 함부로 지나쳐도 되는 풍경은없다. 풍경 안에 놓인 작은 고양이 하나, 깨어진 장독 하나, 취해넘어진 이 하나, 함부로 스쳐가도 좋은 것은 없다. 모두가 진한 사연의 귀한 주인공들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부여한 아름다운 역할을 충실히 해나간다는 것과 동의어일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까르르까르르 박수를 치며 고맙다고 하는 것, 시간과 품과 진심을 온통 내어주고도, 고스란히 받아주니 고맙다고 하는 것. 1년억 한걸음씩만 내딛더라도 더 나빠지지 않아 고맙다고 하는 것. 고맙다는 것의 참뜻, 아마도 그런것인가 보다.

다시 평범한 일상을 보니, 온통 고마운 세상이었다.
178


길 위에서 언제나 다시 깨닫는 것, 함부로 지나쳐도 되는 풍경은없다. 풍경 안에 놓인 작은 고양이 하나, 깨어진 장독 하나, 취해넘어진 이 하나, 함부로 스쳐가도 좋은 것은 없다. 모두가 진한 사연의 귀한 주인공들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부여한 아름다운 역할을 충실히 해나간다는 것과 동의어일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까르르까르르 박수를 치며 고맙다고 하는 것, 시간과 품과 진심을 온통 내어주고도, 고스란히 받아주니 고맙다고 하는 것. 1년억 한걸음씩만 내딛더라도 더 나빠지지 않아 고맙다고 하는 것. 고맙다는 것의 참뜻, 아마도 그런것인가 보다.

다시 평범한 일상을 보니, 온통 고마운 세상이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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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본 신간과 겹치는 책들이 있다. 역시 좋은 책은 여기저기서 추천을 하는것이니. 위스퍼맨,을 빨리 읽고 정리했으면 했는데 이제 책 읽는 시간보다 집안일과 티비보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아니지. 티비보는 시간은 여전하지만 아마도. 집안일이 늘어나서 그런 것일것이다. 어머니가 무생채김치를 드시고 싶다고 해서 열심히 무 씻고 채썰고 양념해 무치면 퇴근 후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린다. 어쩌다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또 밥 하고 정리하고. 그나마 요리를 못 해 만들 수 있는 반찬의 가짓수가 적으니 요리 시간은 날마다 소비되지는 않는다는게 위안이려나? 하지만 집안일은 소소하게 늘어만 간다. 

어쨌거나 [위스퍼맨]은 카피캣범죄를 다룬 장르물이자 상실을 겪은 이들을 위한 성장물,이랜다. 읽어야하는데 단숨에 책탑의 아래 깔려버리고 있다.










마음 독하게 먹었을 때 십년이상 된 책들을 다 폐기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데 왠지 자꾸만 책을 버리는 것은 나쁜짓을 하는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새로운 개정판이 나온 책이어도 그 전의 책을 함부로 폐기할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또 책정리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자꾸만 읽으려고 뒀던 책을 몇년동안 읽지않고 지내게 되면 미련과 아쉬움을 버리고 기증박스에 올려놓게 되어버린다. 

한번이라도 책을 읽고 넘기려면 다 읽어야하는데. 그래서 책 읽을 여유가 생길때까지 신간구입을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된다. 스테이트오브테러, 역시 어쩔수없이 뒤로 미루게 되는 책인데 다들 잘 읽힌다고 하니. 어쩌나. 난 이미 작년에 구입한 책도, 아니지 최소 3년전에 구입한 책들도 여전히 읽지 못하고 미뤄두고 있다. - 아니, 사실 세게문학 책은 십년이 되었는데도 책장에 꽂혀있기만 한 책들도 있다. 더블린 사람들,은 더블린에 가서 읽을꺼라고 미뤄둔거라 핑계를 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읽는 책은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들. 생각보다 마을 사진이 작게 실려있어서 아쉽고. 이제야 읽어보기 시작하는 책이지만. 마을의 축제는 장미축제인데 장미꽃이 넘쳐나는 마을 사진은 한장도 없다는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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