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리하여 모두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할 때 인생은 크게 달라집니다. 각자의 강점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기회를 서로 상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남들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고 느끼면, 우리 또한 남들을 더 너그럽게 대하기 쉽습니다. 주변을 더 공감하는 자세로 관찰하고 또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94


인간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존재를 성가시다고 여깁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편하게 여길 때 우리는 엄청난 기운을 소모하게 됩니다. 우리의 힘이 줄줄 흘러 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다행히도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고, 그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면 기실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지요.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겁니다.
단지 남들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판단한다는 이유로 진심으로 바뀐 사람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요? 그럴 리가 없는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남들을 판단하고 우리 뜻대로 바꾸려 합니다. 거의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집요함으로 그 방식을 고집하지요. 마치 세상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굳건하게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하거나 폭발하고 우울해하기도 합니다.  - P93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윤주 2024-04-08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사랑하는 물건을 평생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 쓸쓸한 물건의 보관자가 된 나는 가끔 물건도 사람을 사랑하는지 궁금해졌다. 레프의 바이올린은 그레그와 함께 바삐 보냈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라도 하듯 상실감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가끔 나는 레프 바이올린의 몸에 새겨진 흉터 자국을 꼼꼼히 들여다보곤 한다. 하나하나가이 악기의 과거에 관한 모진 진실을 알려주는 또렷한 흔적이다. 바이올린은 언제나처럼 겸손한 자태로 조용히 누워 있다. 악기의 모퉁이들을 조심스레 쓰다듬어본다. 너무도 부드러워 바람과 물에 마모된 것만 같다. 내 손가락이 느끼는 건 나무가 아니라 나무가 사라진 공백이다. 3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 않는다.


나무 판때기에 누워 자는 건 참을 만했습니다. 말을못 하는 것도 견딜 수 있었지요.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형편없는 음식이나마 배불리 먹지 못하는 것도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아무런제지도 받지 않은 채 쉼 없이 떠들고 울먹이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독설을 날리고 의문을 제기하고 불평을 일삼는내 생각과 홀로 마주하는 것. 그것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진정시키려 애써도 제 마음은 끊임없이 인신공격과 자기 회의로 반격을 가했습니다.57


그렇다면 우리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때 우리는 자기 내면에 참된 친구이자 소중한 동반자를 두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며 절대적으로 여러분의 편이지요. 떠오르는 생각을 거르지 못하고 다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지극히 연약한 존재가 되어 수시로 상처받습니다. 인생의 어떤 영역에서든마찬가지입니다. 제 상처에 신경 쓰느라 지혜로운 선택도 내리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 생각을 모두 믿어버린다면 우리 삶에서 가장 암울한 순간에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게 되지요. 말 그대로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는 삶에서 존엄은 어디에 있을까요? 자유는 또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 그 생각은 대부분 의도치 않게 생깁니다. 그런데 우리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섬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간에 길러진 방식, 그동안 경험한 것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타고난 것들, 우리가 속한 문화와 환경 그리고 인생 여정에서 마주치는 메시지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됩니다. 생각 또한 그 산물일 뿐입니다.
우리는 생각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그 생각이 어떤 양상을 취할지도 통제하지 못하지요. 다만 어떤 생각은 더 오래 품으며 고취할 수 있고, 어떤 생각에는 최대한 작은 공간만을 내줄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60-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그날 아침 나치가 롬인 아이들에게 행한 의학적 잔혹 행위에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했다.
˝저는 롬인의 바이올린 음악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하는데요.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주아주 신중하게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나도 어떨 때는 문장 하나를 쓰는 데 석 달이 걸리곤 합니다. 글은 평생을 갑니다. 만약 글에 오류가 있다면 그 오류 또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207


그는 그날 아침 나치가 롬인 아이들에게 행한 의학적 잔혹 행위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했다.
"저는 롬인의 바이올린 음악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하는데요.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주아주 신중하게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나도 어떨 때는 문장 하나를 쓰는 데 석 달이 걸리곤 합니다. 글은 평생을 갑니다. 만약 글에 오류가 있다면 그 오류 또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 P207

수녀님은 일요일 아침 나를 노숙자를 위한 미사에 데려갔다. 성당 뒤편에는 구호 물품으로 보이는 배낭이 잔뜩 쌓여 있었다. 미사가 끝난 후에 모든 참석자에게 제공될 아침식사였다. 우리는 제대에서 가까운 앞쪽 자리에 앉았고 우리 뒤의 신도석은 금세 노숙인들로 가득 들어찼다. 그들 가운데는 긴 치마를입은 롬 여인들도 흩뿌린 것처럼 섞여 있었다. 사랑을 주제로 한 강론 말씀이 끝나고 성체 성사 차례가 되었다. 뜻밖의 광경이 펼쳐져나는 수녀님께 속삭이듯 여쭈었다. "왜 롬 여인들은 아무도 제대 앞으로 나가지 않는 거죠?" 그러자 수녀님은 아예 모두가 들으랍시고 크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롬인들에게 성체 주는 걸 반대하는 교구사람들이 있거든!" 나는 오랫동안 피렌체를 사랑해왔지만, 그날은 도시의 숨겨진 이면을 본 것만 같은 기분에 내가 과연 이곳을 제대로 알고 있긴 했던 건가 싶어 뒷맛이 씁쓸했다.

*롬인. 흔히 비하의 뉘앙스를 담아 ‘집시‘라고 부르는 유랑 민족 - P2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가형사의 귀환‘이라는 말에 잠시, 가가형사 시리즈를 떠올려본다. 기억력이 좋지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 하나가 ‘붉은 손가락‘인 것은 기억한다. 사실 사회파,라고 하기보다는 감성파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내용이 담겨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그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이 바로 가가형사인지라 ‘희망의 끈‘ 역시 그런 의미에서 좀 기대가 됐다. - 성급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희망의 끈‘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게 해주고 있다는 것에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미스터리의 제왕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희망의 끈‘은 미스터리보다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더 중점이 있는 것 같다. 오랜 세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을 읽어서인지 예상이 되는 이야기의 흐름에 놀라운 반전은 없지만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져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3-02-15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는 패스해요. ㅠ.ㅠ

chika 2023-02-15 07:03   좋아요 0 | URL
ㅎ 패스해도 괜찮을듯한 작품이기는하죠. 저도 받은책이 아니라면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