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탐험가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0년 8월
품절


이념이 어떻게 현실화되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현실의 어떤 것을 포함하느냐가 그 이념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작용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폴 발레리의 경이로운 말을 빌자면
"세계는
오로지 극단적인 것을 통해서만 가치를 가지며,
오로지 평균적인 것을 통해서만 유지된다"-32쪽

잘못 말하기의 경우에는 원래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말은 안하려고 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래 속으로 잊고 싶었던 것을 잊는다. 그리고 잃어버리기를 원했던 것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실수는 거의 언제나 고백과 자기 폭로의 뜻을 지닌다.-352쪽

개인이 사적인 죄와 욕망을 꿈속에서 풀어버리듯이, 민족 전체의 공포심과 소원들은 우리가 신화와 종교라고 부르는 조형적인 그림들 안에 풀어놓는다. 희생제물을 바치는 제단에서 상징으로 변화된 내면의 피의 욕망을 정화하고, 심리적인 압력은 고해와 기도를 통해서 해소의 언어로 변화된다. 인류의 영혼은 -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것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 언제나 창조적 상상력인 문학작품 안에 드러나 있다. 종교, 신화, 예술적품으로 형상화된 인류의 꿈 덕분에 우리는 인류의 창조적 능력을 짐작한다. 그 어떤 심리학도 - 프로이트는 우리 시대에 이런 인식을 각인시켰다. - 한 인간의 깨어있고 책임감 있는 행동만 관찰해서는 그의 진짜 개성에 도달할 수 없다. 심리학은 한 인간의 본질이 신화가 되어 있는 깊이로 내려가야 한다. 바로 그곳, 무의식적인 형상들의 요소 안에서 그의 본질은 내면의 삶의 가장 참된 모습을 만들어낸다.-363-364쪽

정신분석은 심리적, 신체적인 투약행위를 일절 피하였다. 정신분석의 의도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것, 약품이나 신앙같은 것을 주입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오로지 깨달음, 활동적인 자기 인식만이 치유를 가져다준다. 환자가 자기 자신에로 돌아가면, 자신의 개성으로(10여가지 건강의 신념으로가 아니라) 돌아가기만 하면 그는 자기 병의 주인으로서 그것을 통제할 수가 있게 된다. 그래서 여기서는 밖으로부터 환자에게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의 심리적 요소 안에서 치료과정이 이루어진다.-366쪽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기술은 심리치료에서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오래 봉인되어 있던 책의 첫 장이었다는 명성과, 개인을 본래의 개성 요소에서 파악하고 치유하려는 최초의 방법론적 시도였다는 명성만은 언제까지나 남게 될 것이다.-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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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그녀의 가족관찰기를 처음 본것은 월간지 페이퍼에서였습니다. 첨 봤을때 '그림이 왜 이러냐'라며 투덜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두어번의 연재가 이뤄지면서 페이퍼라는 책을 사면 맨 처음 펴보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것도 기억이 납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엄청나게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겠지요. 물론 저는 잘 모릅니다만. ^^;;
그렇지만 말로 풀어놓는 이야기들과 그녀의 그림처럼 평면적이긴 하지만 어린 딸내미의 응가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넣는 건 그 느낌이 틀립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상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며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는 느낌에 혹시 또 이런 일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이 땅의 많은 부모들에게 공감을 주리라는 것이지요. 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무안으로 몸부림칠 때"
살다보면 무안해질 때가 있다. 그 무안함은 예측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불쑥 나타나 얼굴을 벌겋게 만들고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무안함이 올때 경보음이 들린다면 좋겠는데...


  우리집의 모양새만 이런것이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도 느끼고 말이지요.

 



아이의 상상을 초월하는 발언때문에 뒤집어지게 웃다가 이에 못지 않은 엉뚱한 발언 왕인 조카녀석들도 떠오르고 말이지요...

특별한듯하지만, 어찌보면 우리들의 모습과도 그닥 틀리지 않은 은서네 가족의 이야기는 데굴데굴 구르는 웃음속에서도 진정 '가족'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성격이 다른 모두가 두리뭉실 서로를 닮아가며 살아가는 모습이 '가족'의 모습이겠지요.

'무안으로 몸부림 칠 때'가 생긴다 하더라도, 나의 치부가 드러나고 내 맘에 맞지않아 가족이 아니라 웬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해도 '가족'이기에 모든걸 덮어줄 수 있는 그런 모습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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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2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안으로 몸부림칠 때가 생긴다 하더라도...가족이 웬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도...
그런데 치카님, 예전에 리뷰 쓰지 않으셨어요?
거참, 이상하네.
아무튼 추천 눌러요.^^

chika 2005-05-2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 감사합니다. 리뷰는 이제야 쓰는데요... 아마 페이퍼에서 이 만화를 먼저 봤었다고 하니까 쓴거로 생각되신거 아닐까요? ^^;

하루(春) 2005-05-2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리뷰 전에 쓰셨는데 왜 또 썼나 했어요. ㅎㅎ~
 
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구판절판


주체성 없는 인간은 언제나 종이에 쓰여진 것에만 귀를 기울일 뿐, 운명의 부름에는 절대로 응하지 못하는 법이다.-155쪽

인간의 삶에 아주 드물게만 내려오는 이런 위대한 순간은, 잘못 불려나와 그 운명의 순간을 장악하지 못한 인간에게는 모질게 복수하는 법이다. 조심성, 복종, 노력, 신중함과 같은 모든 시민적인 미덕들은 저 위대한 순간의 불길속에 아무런 힘도 없이 녹아내리고 만다.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에게는 또 불멸의 모범이라는 명예를 안겨주지만, 유순한 자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경멸하며 밀쳐 버린다. 지상의 다른 신이기도한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불 같은 팔로 대담한 자들만을 들어올려 영웅들의 하늘로 들여보내 주는 것이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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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5-3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기대중입니다..;;

chika 2005-05-3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책이 넘 좋아서 리뷰쓰기가 겁나는디... 비숍님 댓글보니 더 겁나붑니다~^^;;;
 
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절판


내 친구중에 오디오 시스템에 1억 정도를 들여 듣는 친구가 있다. 진공관 엠프에 스피커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어느날 그 친구와 음악을 즐기는 또 다른 사람과 내가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친구가 자신의 오디오를 자랑했다.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다른 친구가 한마디 했다.
"선생은 소리를 즐기시는군요. 저는 음악을 즐깁니다"
.......

"프로는 사진을 자랑하고, 아마추어는 카메라를 자랑한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신의 수중에 있는 카메라이다. 당신과 함께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거침없이 일을 해 주고 즐거움을 주는 카메라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사진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8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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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5-2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기계에 정성을 들이는 사람들로 인해 기계가 점점 좋아지는 좋은 점도 있다, 고 했다. 여기 명시된 저 사람은 오디오 시스템에 들이는 정성의 반만큼도 음악에 대한 정성을 기울이지는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군.
 
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절판


그녀의 이름은 린다. 그녀가 음악학교 다닐때의 일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가운데 유달리 우렁차고 좋은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모두들 그 바이올린이 아주 비쌀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린다 역시 그것이 비싼 바이올린이라서 좋은 소리가 나고, 자신의 바이올린은 보급형이라서 보통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호기심 많은 린다는 어느날 그 친구에게 그 바이올린을 한번 켜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린다가 친구의 바이올린을 켜자 자신의 바이올린보다 형편없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지만, 친구는 씨익 웃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그때 린다는 깨달은 바가 있었고, 자신의 바이올린이 최고의 소리를 낼 때까지 죽도록 연습했다는 것이었다.
...... 가끔 사람들로부터 '어떤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사진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은 물론,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 온 사람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사실은 나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 1등 카메라 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70-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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