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나는 이유. 

집에 여섯시전에 들어간다는 어머니는 아직도 밖에 있고, 전자제품 배달한다는 사람은 아침에 전화해서 간다고 했다가 이제야 전화와서는 종일 집에 전화안받는다고 하는데 진작 그 아침에 갔으면 집에 사람이 있었을꺼 아냐.  성질을 버럭내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왜 화내고 있나 싶다. 지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거지. 젠장. 물건을 배달하든 말든. 오늘 헛걸음하면 내일 다시 또 오든 말든. 한번에 처리하면 쉬울 것을 괜히 또 왔다갔다 하는 그런 쓸데없는 낭비가 싫은거였구나. 내가 할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화를 내고 있지? 아, 젠장. 

우리 사무실 에어컨은 내 바로 뒤에 있다. 그 바람은 내 머리통을 겨냥해서 신나게 찬바람을 불어대고 있다. 십년째. 몇년전 냉방병이 걸린 후 에어컨 바람에 더 민감해졌는데, 작년 시스템 책상으로 바꾸면서 내 위치는 더 정확하게 에어컨 바람의 가운데로 들어가버렸다. 일미터정도의 거리밖에 안되는데 이 위치에서 병나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닌게지. 에어컨 위치를 바꿔달라고 할때마다 옮길 위치가 마땅찮다고 여러 얘기를 하다가 결국 흐지부지 해를 넘기고. 내가 올해는 결코 그냥 넘길수가 없어 맘을 다잡았다. 다른 직원이 먼저 에어컨 위치 바꾸는 얘길 꺼내니 국장이 대답도 안했단다. 국장이 모른척 왔다갔다 하다가 내 표정을 보고 슬쩍 말을 꺼냈는데 또 애매한 말을 하면서 비용얘기를 한다. 내 성질머리로는 '내 돈으로 비용부담 할테니 위치 바꾸는거 오더나 내려라'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올해는 바빠서 안될테니 겨울에나 또 얘기해보잔다. 미쳤냐. 겨울이면 급할 거 없으니까 몇십만원 드는 걸 바로 해 줄리도 없고. 그러면서 벌써 몇년짼데. 아니, 내가 더 더더더 화나는건 다른 사무실 에어컨, 바꿔달라고 하지도 않은 몇백만원의 에어컨은 순식간에 바꿔주고, 천장형으로 해줬다면서 생색을 내더니(자기 돈도 아니고 사무실 돈 아니냐고) 나는 아파죽겠다고 하는데도 듣는척도 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인간적으로 우리 국장은 정말 싫다. 인간적인 친분관계를 맺으려고 하지만 내가 거부한다. 그래, 그렇게 몇년이 흐르니 이제는 악순환이다. 길게 말해 뭐하냐. 인간들이 사는게 다 그렇지. 

그래도 역시 화난다. 그딴 인간들 따위, 라고 하고 싶은데. 내가 너같은 것과 친분관계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어,라고 하지만 지금 현재 나는 일개 직원으로 월급받으며 살아가고 있을뿐이니. 

한번 기분나빠버리면 이 굳은 마음이 쉽게 안풀리는데, 몇시간 후면 만나게 될 조카녀석들에게도 짜증이 전해질까 두렵다. 빨리, 풀어야겠는데. 도대체 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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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냐
    from 놀이터 2010-07-08 18:15 
    밀어부치기로 하고 설치비와 이동장소를 알아보고 설치인부들에게까지 다 연락하고 국장에게 얘기했다.   우리보고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는. 결정한 이동위치에 대해서. 그 구석의 효율성을 얘기하는데, 젠장. 내 몸으로 쏟아지는 에어컨 바람은 효율이고 저쪽 구석으로 바람이 가서 시원할까가 더 걱정인게냐.   지금 위치에 그냥 두면 여름내내 나는 에어컨을 틀지 않겠다. 라고 해봐야 국장방에 에어컨 틀고 문 닫으면
 
 
2010-07-08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8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8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8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덥고 짜증나는 여름이다. 아니 사실 덥기는 하지만 항상 짜증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참기 힘들만큼 덥고 땀이 찰 때는 짜증이 덤처럼 밀려오기 때문에 덥고 짜증나는 여름,은 세트처럼 같이 나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처럼 더운 여름날, 필수소지품이 되는 손수건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휴대하기 편한 접이식 부채를 찾았다.  지난 여름 이후 부채를 어디 박아뒀는지 몰라 땀을 뻘뻘 흘리며 찾다보니 짜증이 슬금슬금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더니 화산처럼 폭발해버렸다. 그렇다면 불타버린 부채라도 나와야 되는데 왜 이놈은 잿더미조차 없는것인게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여름날엔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아니 집이라면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최고급이다. 이런 날 넋놓고 멍때리며 앉아있다가, 그러니까 밥먹듯이 책을 읽는 내가 책읽기도 귀찮아 쌓아올린 책탑을 구경만 하고 있다가 언제까지나 멍때리고 있을수만은 없어서 어떤 책을 집어들까 싶다가 책탑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발명마니아를 꺼내들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책 한권을 집어든것이긴 했지만 기발한 상상과 유쾌함이 느껴질까 기대되기도 했다. 요네하라 마리의 발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상상이 가진 않았지만 유쾌한 글쓰기를 하는 그녀의 글이 아닌가. 

아, 그런데 정말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잠시 여름의 더위는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녀의 엄청난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고 있다. 그녀에게는 나름 '발명'이라는 것이겠지만.
물론 내가 상상이라는 표현을 마구 남발해서 이 책이 요네하라 마리의 엉뚱하고 생기발랄한 원더랜드식 상상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발명이야기의 첫 장부터 뱀장어 개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러저러한 벌레와 동물들의 이종교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까마귀의 똑똑한 머리를 활용하기 위해 앵무새와 교배해서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방법도 있다."(16)라는 말을 진지하게 하는 그녀의 다음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언제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일지 모르는 세상이다. 앞으로 복지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나면 보육 새, 간호 새라 해서 귀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상상이야기가 발명 마니아 책에 떠억하니 올라와 있는 것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게 바로 요네하라 마리의 글이 뿜어내는 매력덩어리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것이 그녀의 무한매력이다. (요네하라 마리가 갖고 있는 무한매력의 글솜씨는, 그 예를 들자면 곧바로 발명2의 에피소드부터 시작할 수 있으나 그러다보면 책 한권이 여기 다 적혀버리게 되니 부디 책을 사서 읽으시길 권한다)

그녀의 발명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은 정말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어 보인다. 엉뚱한 상상력이라며 킬킬거리고 웃다가 문득문득 그녀의 글에 담겨있는 그 발명품들의 본질 이야기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럴때는 사물을 이용하는 우리 인간 사회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그녀의 유쾌한 입담과 날카로움에 놀라곤 한다.
"늘 세계 정세에 분노하고, 환경 파괴를 염려하며,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면서 진지하게 발명을 생각"했다는 요네하라 마리의 결과물은 정말 그녀밖에 생각해내지 못하는 그녀만의 글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런저런 말이 길어졌지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발명마니아는 유쾌한 상상력이 넘쳐나는 요네하라 원더랜드의 세계다. 그리고 요네하라 원더랜드에는 마법사 요네하라가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와 짜증을 다 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그 마법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힐끔거리며 발명마니아를 뒤적거리지말고, 온전히 퐁당 발명마니아의 요네하라 원더랜드로 빠져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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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0-07-0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저 1단계의 답을 집어넣고 안되니까 솔직히 내 답을 의심하기 이전에 알라딘의 시스템을 의심했다.
그리고 다음날, 또 안되니까 오기가 생기는 한편으로 답을 의심해봐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때쯤 시스템의 오류라고 하더라. 아니 그래서 또 그 답으로 세번째 넣었는데...철푸덕. 또 내일 도전하라는 메시지인거야.
젠장.
내 두번다시 안한다, 싶었지. 방금 전, 혹시나 하는 맘으로 날마다 넣었던 그 답으로 클릭을 했더니 2단계로 넘어간다. 그래... 알라딘스럽다. 매번, 이벤트를 한번에 제대로 하는 경우가 특별한거지? ㅡ"ㅡ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 대뜸 '국장님 계시냐'라고 묻길래 나도 단 한마디로 '안계시다'라고 해 줬다. 

그랬더니 내 이름을 물어본다. 그러고는 그때야 생각났는지 자기가 누군지 밝히고 내 이름을 물어본다. 

누군지를 밝히고 다시 국장의 행방을 묻는다. 

아니, 어느순서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내 이름을 물어봤든 물어보지 않았든 나는 상대방이 먼저 자신을 밝힌다면 

좀 더 자세히 국장의 행방을 얘기해줬을것이다. 출근전,이라고. 

사무실로 걸려온, 누군지 말하지도 않는 모든이들에게 국장의 행방에 대해 시시콜콜이 얘기해줄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더구나 나도 국장의 행방을 모르는데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월요일 오전에는 다른 일로 대부분 출근안하십니다,따위의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딱 한마디로 '안계시다'는게 기분이 나빴나? 

자주 전화하는데 자기 목소리를 못알아봐서 기분이 나빴나? 

나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해 줄수가 없다.  

내 전화예의는 딱 그수준이다. 상대방에 따른 조건반사. 더 이상 뭘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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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7-0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치카님의 센스있고 유머있으며 당돌한 조건반사에 추천합니다.(웃음)

chika 2010-07-0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엘신님의 웃음담긴 추천과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ㅎㅎ

조건반사를 하고 난 후 조금 기분이 안좋을때도 있어요. 정말 예의바르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국장님을 찾는데, 나는 그 사람이 자신의 판매영업때문에 찾는 걸 알고 있을때요. 잘 기억도 안나는 고등학교 동창이라면서 뭐 좀 사달라는 전화를 한다고 국장님이 얘기하면 대략 난감이지요...ㅎ(근데 그렇게 영업하는 사람일수록 예의바르고 끈질기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더라구요. 음.... ;;;;)
 

 

 

 

 

 

 

 

왠지 그 이미지만으로도 유쾌하기 짝이없는 글을 기대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읽을 책은 무진장 쌓여있지만 여지없이 신간도서목록을 뒤적이고 있는 나는 살짝 미친놈같기도 하다. 책을 읽기 위해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새 책들을 소유하기 위한 욕심덩어리가 덕지덕지붙어있는. 

그래도 왠지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외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주는 책이잖아? 그러니까 해피. 

   

 

  

 

 

 

 

 

 

 

 

 

 

 

 

 

고양이 카프카에서 왠지 강아지 이름일 것 같은 해피,로 끝난 글이 다시 고양이 쇼타로로 이어지고 있어. 이거 보니 정말 이 아침에 내가 제정신이 아닌겐가봐. 그리고 순전히 제목만으로 연상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그러고보니 이제 바야흐로 우리의 명탐정들이 활약을 할 여름인게구나!  

 

 

 

근데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이 책. 이 책이야말로 생각의 꼬리를 물고물고물고 늘어지고 있다. 나의 기본 개념이 애매모호하고 부정확하기 때문일꺼야. 근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신나게 읽고 있다. 

 그리고 쌩뚱맞게 꺼내 읽고 있는 책들. 아, 강남몽은 끝냈고... 중간에 수호지를 읽는 듯한 느낌도 나고 왠지 한참 우리소설을 재밌게 읽던 그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재밌었다. 

 

 

 

 

이 부조화스러운 책읽기의 혼돈은 뭘 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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