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덥고 짜증나는 여름이다. 아니 사실 덥기는 하지만 항상 짜증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참기 힘들만큼 덥고 땀이 찰 때는 짜증이 덤처럼 밀려오기 때문에 덥고 짜증나는 여름,은 세트처럼 같이 나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처럼 더운 여름날, 필수소지품이 되는 손수건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휴대하기 편한 접이식 부채를 찾았다.  지난 여름 이후 부채를 어디 박아뒀는지 몰라 땀을 뻘뻘 흘리며 찾다보니 짜증이 슬금슬금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더니 화산처럼 폭발해버렸다. 그렇다면 불타버린 부채라도 나와야 되는데 왜 이놈은 잿더미조차 없는것인게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여름날엔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아니 집이라면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최고급이다. 이런 날 넋놓고 멍때리며 앉아있다가, 그러니까 밥먹듯이 책을 읽는 내가 책읽기도 귀찮아 쌓아올린 책탑을 구경만 하고 있다가 언제까지나 멍때리고 있을수만은 없어서 어떤 책을 집어들까 싶다가 책탑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발명마니아를 꺼내들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책 한권을 집어든것이긴 했지만 기발한 상상과 유쾌함이 느껴질까 기대되기도 했다. 요네하라 마리의 발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상상이 가진 않았지만 유쾌한 글쓰기를 하는 그녀의 글이 아닌가. 

아, 그런데 정말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잠시 여름의 더위는 잊어버리게 만드는 그녀의 엄청난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고 있다. 그녀에게는 나름 '발명'이라는 것이겠지만.
물론 내가 상상이라는 표현을 마구 남발해서 이 책이 요네하라 마리의 엉뚱하고 생기발랄한 원더랜드식 상상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발명이야기의 첫 장부터 뱀장어 개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러저러한 벌레와 동물들의 이종교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까마귀의 똑똑한 머리를 활용하기 위해 앵무새와 교배해서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방법도 있다."(16)라는 말을 진지하게 하는 그녀의 다음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언제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일지 모르는 세상이다. 앞으로 복지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나면 보육 새, 간호 새라 해서 귀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상상이야기가 발명 마니아 책에 떠억하니 올라와 있는 것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게 바로 요네하라 마리의 글이 뿜어내는 매력덩어리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것이 그녀의 무한매력이다. (요네하라 마리가 갖고 있는 무한매력의 글솜씨는, 그 예를 들자면 곧바로 발명2의 에피소드부터 시작할 수 있으나 그러다보면 책 한권이 여기 다 적혀버리게 되니 부디 책을 사서 읽으시길 권한다)

그녀의 발명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은 정말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어 보인다. 엉뚱한 상상력이라며 킬킬거리고 웃다가 문득문득 그녀의 글에 담겨있는 그 발명품들의 본질 이야기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럴때는 사물을 이용하는 우리 인간 사회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그녀의 유쾌한 입담과 날카로움에 놀라곤 한다.
"늘 세계 정세에 분노하고, 환경 파괴를 염려하며,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면서 진지하게 발명을 생각"했다는 요네하라 마리의 결과물은 정말 그녀밖에 생각해내지 못하는 그녀만의 글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런저런 말이 길어졌지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발명마니아는 유쾌한 상상력이 넘쳐나는 요네하라 원더랜드의 세계다. 그리고 요네하라 원더랜드에는 마법사 요네하라가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와 짜증을 다 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그 마법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힐끔거리며 발명마니아를 뒤적거리지말고, 온전히 퐁당 발명마니아의 요네하라 원더랜드로 빠져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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