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걸려온 전화. 대뜸 '국장님 계시냐'라고 묻길래 나도 단 한마디로 '안계시다'라고 해 줬다. 

그랬더니 내 이름을 물어본다. 그러고는 그때야 생각났는지 자기가 누군지 밝히고 내 이름을 물어본다. 

누군지를 밝히고 다시 국장의 행방을 묻는다. 

아니, 어느순서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내 이름을 물어봤든 물어보지 않았든 나는 상대방이 먼저 자신을 밝힌다면 

좀 더 자세히 국장의 행방을 얘기해줬을것이다. 출근전,이라고. 

사무실로 걸려온, 누군지 말하지도 않는 모든이들에게 국장의 행방에 대해 시시콜콜이 얘기해줄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더구나 나도 국장의 행방을 모르는데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월요일 오전에는 다른 일로 대부분 출근안하십니다,따위의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딱 한마디로 '안계시다'는게 기분이 나빴나? 

자주 전화하는데 자기 목소리를 못알아봐서 기분이 나빴나? 

나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해 줄수가 없다.  

내 전화예의는 딱 그수준이다. 상대방에 따른 조건반사. 더 이상 뭘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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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7-0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치카님의 센스있고 유머있으며 당돌한 조건반사에 추천합니다.(웃음)

chika 2010-07-0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엘신님의 웃음담긴 추천과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ㅎㅎ

조건반사를 하고 난 후 조금 기분이 안좋을때도 있어요. 정말 예의바르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국장님을 찾는데, 나는 그 사람이 자신의 판매영업때문에 찾는 걸 알고 있을때요. 잘 기억도 안나는 고등학교 동창이라면서 뭐 좀 사달라는 전화를 한다고 국장님이 얘기하면 대략 난감이지요...ㅎ(근데 그렇게 영업하는 사람일수록 예의바르고 끈질기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더라구요. 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