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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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림 보는 것이 좋고 그림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는 것을 좋아해 왠만한 그림 이야기책은 재미있다며 읽는 편이다. 그래서 꽤 많은 책을 읽다보니 조금씩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이야기들이 꽤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그림에 담겨있는 의미이거나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애와 그 자신의 삶이 작품에 미친 영향 정도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많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 역시 그리 큰 기대 없이 -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천주교 사제가 썼다는 글에 대해, 더구나 종교화가 아닌 세속화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해 그저 두루두루 흔한 이야기와 종교 이야기의 접합점을 찾아 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썼으려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좀 다른 느낌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것까지는 그리 낯설지 않지만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체험을 그린다"는 호퍼의 주장(29)이라는 말은 처음인듯 새롭다. 가벼운 그림읽기에 점점 익숙해져있었는데 인문학적인 그림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글의 내용에 빠져들게 된다. 그림을 보며 감동을 느끼고 즐거워할 수도 있고 교훈을 얻고 역사를 느끼기도 하며 그저 뚜렷한 이유없이 마냥 좋기만 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예술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며 모든 것이 사람에게로 향해있음을 깨닫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가 너무나 좋다. 


무심코 그저 좋다며 읽다가 문득, 호퍼의 그림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야기는 계속 인간중심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굳이 종교화가 아닌 세속화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신부님의 그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톨릭교회 역시 2차바티칸 공의회를 지나며 인간중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 곳곳에 그 내용이 담겨있어 내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그리고 오노레 도미에의 삶과 그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그림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님의 이야기와 맞물려 더 각인되듯 다가온다. 아마도 전체적으로 낯설지 않은 그림들이지만 처음 보는 그림인 듯, 또 처음으로 들어보는 이야기인 듯 많은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역사적 증언으로서, 천개의 언어를 뛰어넘는 한 점 그림의 힘"이라는 문구가 그저 그런 화려한 광고문구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글에 담겨있는 의미가 딱 그렇다는 느낌이라는 말은 또 좀 지나친 말이 되려나, 싶지만 인문학적인 통찰과 예술적인 해설과 신앙의 삼위일체처럼 어우러지는 글이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와 좋았다. 시간을 두고 조금 더 많은 그림을 찾아보고 다시 이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의 시선으로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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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08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장바구니로 쏙! 안그래도 관심가던 책인데 치카님 리뷰보니 더 보고싶네요. ^^

chika 2022-01-08 13:58   좋아요 0 | URL
소장하면서 나중에 다시 새겨보고싶은 책이 되었어요! 다음 글을 더 기대하게 되는 책이예요 ^^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정현주 지음 / 아루카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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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을 함께 먹으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서로 성향이 맞지 않을수도 있지만 어떻게 똑같은 성향의 사람인데 누군가와는 편하고 친밀하게 지낼 수 있고 또 누군가와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지에 대해 분석하듯 이야기를 하다가 두 사람의 차이는 자신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관계를 위해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 나눈 이 대화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담겨있는 것 같다. 오늘 이야기를 꺼낸 친구도 도무지 변화가 없고 자기 중심적으로만 행동하는 타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기자신에게 스스로가 깨치지 못하는 잘못은 없는지 먼저 살펴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책의 시작이 바로 그렇게 내 안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진실 마주하기이다. 


이 책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내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내가 못나거나 못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그것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 불필요한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치유받으며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을 9개의 장으로 설명해주고 있는데 다른 심리학 이야기와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처음 이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술심리치료'를 전공했다는 저자의 이력과 책에 담겨있는 그림 역시 저자가 그렸다고 해서 미술심리치료라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뭔가 그림을 보며 심리를 파악하는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고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느낌이다. 특히 저자가 미술심리치료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형화된 틀에 담겨있는 그림을 떠올리고 - 특히 우리가 그런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 더 그런 성향이 있어 그림의 표현을 추상화시켰다고 하는 이야기에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이 더 좋아졌다.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내가 이상한건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난 후 절대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음을 새삼 강하게 느끼고 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건강하다는 뜻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며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록에 자아실현을 이루 사람들의 15가지 특징과 14가지 심리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도움이 되는 글이다.그리고 다차원완벽주의척도(MPS) 테스트가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 완벽주의척도는 평균치를 밑돌아서 지나치게 높은 것보다는 좋은거 아닌가, 라며 안심하고 있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 안의 상처와 연약함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어 내 안의 내면에 있는 진실을 마주해보려한다. 

그래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고 한 번뿐인 인생을 멋지게 살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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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모든 것을 멈춰 세웠어도 구유를 꾸며야 하는 성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세상의 구원자가 온다면 가장 먼저 찾을 곳은 어디일까. 모두 하나같이 요양병원을 떠올렸다. 전염병 대유행 이후 매달 성체聖體, Ostia 를 모시고 찾던 그곳을 한 번도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화로 드문드문 생사만 확인할 뿐이었다. 매일 다를 것 없는 고만고만한 하루를 보내는 처지에선 비록 한 달에 한 번뿐이지만 본당 신부는 무척이나 반가운 손님이었으리라. 직접 찾아가지는 못해도 완성된 구유를 사진 찍어 성탄 선물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웠다. 방역 단계 격상으로 제대로 모일 수 없으니 평범한 구유만 간신히 만들 수 있을 뿐이었다.
얼마 후 지척의 한 요양병원으로부터 집단감염 소식이 들려왔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알려진 그곳은 상가 빌딩 한 층에 세 들어 있었다. 집단 격리 조치 후 연일 사망자가 나왔다. 격리된 건물에서 밖으로 나올수 있었던 것은 시신 39 구뿐이었다. 주검이 마지막으로 나오던 날에도 병원이 자리한 상가 빌딩에서 사람들은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간이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심히흘렀다. 누구도 대로변 상가 건물에서 돈으로 밥과 물건을 사듯 제 삶의 마지막을 이런 식으로 구매‘ 하리라곤, 또 그렇게 마감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테다.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믿었던 죽음은 이제 더는 평등하지 않았다. 생로병사마저 시장에 포섭된 것이다. 이대로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끝나는 것일까.
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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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08 1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카유보트의 그림이죠?
그림때문에 들어왔어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어요.

chika 2022-01-08 13:55   좋아요 3 | URL
낯설지않은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좋더라고요 ^^
 

예술이 농부 등, 서민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다고 반드시 서민을 위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상승의 욕구를 가진 억압되고 헐벗은 계층은 현실이 아닌, 동경하고 꿈꾸는 세상을 보길 원하고, 소박한 생활에 어떤 감상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역으로 대개 그런 처지를 넘어선, 나름 자족한 삶을 누리는 상류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다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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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고‘는 정말 좋은 ‘긍정적인 말‘이다. 하지만 진실의 바탕 위에서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 진실이 불편하고 아프더라도 마주하고 인정한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소망을 가지고 싸워나가야 한다. 이런 힘든 과정이 생략된 긍정적 사고는 언젠가 무너질 모래성과 같고 근본적인 치료가 없는마취제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면 당신은 당신 안의 연약함과 상처들을 마주하고 있는가?
"나는 항상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행복해요. 모든 게 좋아요" 라고말하며 내면의 불편함은 무시한 채 무조건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불편함을 피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도망 다니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을 마주해야 할 순간이 온다. 억지로 끌려가 진실앞에 마주 서기 전에 용기를 내어 스스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진실과 마주하자.

- P23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경우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며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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