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 Two Lap Runners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가와시마 마코토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1월
절판


나에게는 아마도 질투라는 감정이 없는 모양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만나지 않는 시간에 뭘 하든 상관없다. 그건 그 사람의 문제다. 그런 건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
과거에 대해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지는 게 좋을까? 1초 전의 야마구치와 지금의 야마구치가 같은 인간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야마구치만이 아니다. 나도 그렇다. 나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한 인간일 수 있을 자신이 없다. 과거의 자신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다. 나는 늘 순간으로 존재할 따름이다.
-116쪽

난, 인간이란 투쟁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인생이란 싸움이라고.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지만 그애들이 사는 거리에서는, 화를 내지 않아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바로 그거야, 다른 점은.-230쪽

다시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같은 전차를 타고 통학하는 날들이 시작된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왜 평범하고, 호들갑스럽기도 하고, 감상적인 의문이 일어나지 않는걸까, 내게는.
당연히 난 돌아갈 수 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편하다. 누군가가 할 일을 미리 던져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식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으리라. 학교나 회사, 또는 농사, 집안일도.
메밀국수집의 일이란 것도 가만 들여다보면 매일 완벽하게 똑같은 작업의 반복이다. 다시 국물을 우리고 면을 삶는다. 매일의 맛이 달라지면 안 되니까.
일상에서 탈출이라든지 루틴 워크가 어떠니 하며 말들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상'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새로운 선택을 강요당한다면, 인간은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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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9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800 - Two Lap Runners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가와시마 마코토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1월
절판


남보다 빨리 달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세상 모든 일이 다 의미가 없어진다. 달리기든 공부든 마찬가지. 아마 살아가는 것 자체도.-15쪽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이유 따위는 없지 않을까.
아니,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이유'라든지 '원인' 같은 건 없다.
물론, 하나의 닫힌 이론 속에서는 다르다. 예를들면, 800M를 빨리 달릴 수 있는 이론.....
그렇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라 늘 이론처럼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은 이유가 있어야만 뭔가를 느끼고 행동하는 게 아니다.
중학교 시험을 볼 즈음, 나는 국어 과목이 너무 싫었다. 국어 공부를 할 때마다 빨리 끝내버리고, 수학과 같은 차가운 계산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싫은 것은 등장인물의 기분이 어쩌고 하는 설문이었다.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했을까, 라는 문제들.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다 보면 뭐가 뭔지 도무지 가늠을 할수없게 된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라는 항목을 답으로 골랐다가 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기야 그런 답이 어디 있을까.
입시가 다가오면서, 문제를 보고 출제자의 의도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게임을 하듯이 답을 가려 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데 이유 따윈 없다.
나는 야마구치가 좋다. 야마구치가 미인이라서, 라고 할수도 있고, 야마구치는 다리가 불편하니까, 라고 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건 모두 나중에 붙이는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야마구치가 좋아졌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것뿐이다.-101-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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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9-1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M의 얘기가 아니어서 집중이 안되는건가. 그냥 그렇다. 지금 이 책을 읽을 마음의 자세,가 안되어 있는거다. 그래도 어쨌든 가까이서 집어들 수 있는 책은 이것뿐,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명탐정 코난 1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2월
구판절판


조카녀석과 얘기를 하다가 '코난'은 어때? 라는 말에 오빠가 옆에서 웃다가 말을 건넨다. '얘가 말하는 코난은...'
나도 알어, 안다구. 그니까 내가 말하는 코난도 미래소년 코난이 아니라 명탐정 코난,인게지.
작년에 세대를 나누는 방법 한가지 터득한 것이 있다면 '코난'을 떠올릴때 누구를 먼저 떠올리는가라는 것이다.

유명한 명탐정 코난, 이지만 그 첫머리는 잊혀지기 쉽지 않은가.
처음, 이렇게 잘난척하던 신이치의 모습이 나온다. (아, 물론 뒤쪽에도 나오지만 아직 거기까진 안읽었다구. ㅡㅡ;;)

내가 순전히 김전일보다 코난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거다.
정말 귀엽지 않은가! ^^
(물론 드라마 김전일은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그 시리즈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나름대로 '변장'을 하기 위해 쓴 안경. 한결 더 어린애답고 귀여워졌다.
허나 이 컷의 중점은 그 '변장' 보다는 '넌 누구냐?'는 물음.
여기서 코난,의 탄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 명탐정 코난을 책상높이만큼 쌓아두고 읽고 있으려니 부자가 된 듯하다. 아니, 난 부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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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9-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난을 느긋하게 배깔고 읽게 해 주신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너무 개인적인 글이 될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간략히 기념으로다가. ^^
 
행복한 사건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6년 9월
절판


엄마를 보고 싶어할까? 내가 그 애 없이 사는 게 과연 사는 것일까? 그래, 아마 존재하고 있겠지. 그 애의 냄새와 느낌으로 이렇게 내 몸이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마음이 울렁거리는 걸 보면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게지. 나는 인생이 쉼 없이 몰아치는 물결이며, 이런 일 저런 일을 하나씩 거치면서 그 물결이 다가오는 대로 그저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나는 사건을 맞아들였다.-238쪽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아기를 낳고, 기저귀 더미에 파묻히고, 더 이상 사랑을 나누지 못하며, 서로에게 무덤덤해질 때, 상대방은 타인들을 바라보고, 일상의 소소한 일을 가지고 말다툼을 벌이고, 조금씩 자신의 불행을 체념할 때.....
처음의 사랑이 있고, 성숙한 사랑이 있다. 성숙한 사랑은 나중에야 온다. 아무도 그런 사랑은 꿈꾸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만날 때의 사랑은 부부의 사랑에 비하면 풋내 나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 정념에 이끌려 그 비현실적이고 뜬구름 같은 세계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안다. 하지만 아내를 맞는다는 것은 다르다. 한 여자를 겪고, 그 후에 그녀가 아이를 낳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만약 사랑이 최초의 애무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까짓 사랑쯤 아무래도 좋다. 만약 사랑이 키스하는 동안만 지속된다면, 사랑은 결국 죽는 것이라면, 사랑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 절대적인 행복에 취해 사는 몇 달만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나에게 사랑은 아무 의미도 없다. 사랑이 여러 번, 여러 남자와 여러 육체를 거치는 것이라면 더 이상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사랑을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 때에만 심장이 무섭게 고동치는 그런 사랑으로는 내게 충분치 않다. 비록 사랑이 변하는 것일지라도, 나는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삶도 별로 중요치 않으니까.-171-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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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건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내 인생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움푹 파인 구멍, 텅 빈 공허, 無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어머니였다.

우연찮게도 생일에 '행복한 사건'을 되새겨보면서 글을 쓰고 있으려니 뭔가 머리속이 아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아이를 가진 어머니가 되어보지 못했기에 '행복한 사건'이 말하는 '어머니'로서의 엄청난 느낌을 알수가없다. 이건 도저히 간접경험으로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고 해도 '어머니'에 대해 단 10%도 알수없는것과 같은 것 아닌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내 주위에는 결혼으로 충만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한번의 유산을 겪고난 후 1년이 지나서 임신을 하였고 그로인해 행복한 미소를 짓는 친구를 봤고, 침흘리며 어기적어기적 기어다니는 아이를 안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친구를 봤다. 그런 모습만을 보던 내게 이 책의 첫머리는 너무나 냉소적이었다.
"그날, 눈을 뜨는데 기분이 언짢았다. 누운 채로 고개를 드니 내 앞으로 불룩 튀어나온 희한한 덩어리가 눈에 띄었다. 온몸이 쑤셨다. 열 시간이나 잤는데도 피곤했고, 더 자고 싶었다. 아랫배 주위가 가려웠다. 몸을 일으켜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려고 끙끙거렸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배가 떡하니 눈앞을 가리고 있었으니까. 깃털 이불을 들춰보고서야 비로소 내 배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툭 불거져 나온 배 이쪽저쪽으로는 양팔과 다리가 막대기처럼 매달려 있었다.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 바로 그때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보았다. 네발로 엎드린 자세, 축 늘어진 양 볼, 생기없는 눈동자, 벌름대는 콧구멍. 임신부인 것인지, 아니면 한 마리 개가 된 것인지."(14-16)

아니, 이게 행복한 사건이라고? 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위선인거야? 아니면 이 책을 쓴 엘리에트 아베카시스(이름도 어렵군!)라는 작가가 지나치게 독설적인거야? 왜 이리 냉소적인 모습으로 임신부를 바라보고 있는거지?
당황스러울뿐이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를 하면 나는 당황스러워진다. 도대체 뭐가 일어난거야?

처음 책을 술렁거리며 대충 읽었던 것 같다.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술렁술렁, '아, 이건 너무 지독하다. 지독하게 냉소적이야'라는 느낌때문에 더욱더 대강 읽고 말았다. 그리고 잊고 지내다가 얼핏 '행복한 사건'에 눈길이 갔다. 우연찮게도 생일,인것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이런 온갖 느낌을 갖고 이 고통과 두려움과 어려움을 다 견뎌내고 어머니는 나를 낳으셨고 기르신거였다...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자마자 후회가 밀려온다. 아, 생일이라고 어머니에게 큰소리 친 나는 정말 세살짜리 애기밖에 안되는거였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점심때 어머니 식사를 챙겨드린것이.
결국 나는 이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행복한 사건'에 완전히 몰입할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충 두번 훑고, 단숨에 한 번 읽어보게 되니 처음의 그 냉소적인 느낌은 사라져버리고 '행복한' 사건만 기억에 남아버린다.
한 여자가 어머니가 되어가는 그 과정의 적나라함이 이제는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나이가 되도록 그 기쁨을 느껴보기는커녕 이해조차 하지 못했었다는 것이 새삼 부끄러워지고 있다. 하지만 어쩔것인가. 이제라도, 머리로나마 깨닫고 있으니 다행이라 할수밖에.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것이 끝이 아니라, 한 여자가 어머니가 되어가고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되어가고 아기를 키우며 가족이 되고... 이건 정말 행복한 사건,이 아닐 수 없잖은가. 그 행복한 사건을 기념하는 오늘, 나는 무조건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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