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이유 따위는 없지 않을까.
아니,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이유'라든지 '원인' 같은 건 없다.
물론, 하나의 닫힌 이론 속에서는 다르다. 예를들면, 800M를 빨리 달릴 수 있는 이론.....
그렇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라 늘 이론처럼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은 이유가 있어야만 뭔가를 느끼고 행동하는 게 아니다.
중학교 시험을 볼 즈음, 나는 국어 과목이 너무 싫었다. 국어 공부를 할 때마다 빨리 끝내버리고, 수학과 같은 차가운 계산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싫은 것은 등장인물의 기분이 어쩌고 하는 설문이었다.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했을까, 라는 문제들.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다 보면 뭐가 뭔지 도무지 가늠을 할수없게 된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라는 항목을 답으로 골랐다가 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기야 그런 답이 어디 있을까.
입시가 다가오면서, 문제를 보고 출제자의 의도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게임을 하듯이 답을 가려 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데 이유 따윈 없다.
나는 야마구치가 좋다. 야마구치가 미인이라서, 라고 할수도 있고, 야마구치는 다리가 불편하니까, 라고 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건 모두 나중에 붙이는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야마구치가 좋아졌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것뿐이다.-101-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