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건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6년 9월
절판


엄마를 보고 싶어할까? 내가 그 애 없이 사는 게 과연 사는 것일까? 그래, 아마 존재하고 있겠지. 그 애의 냄새와 느낌으로 이렇게 내 몸이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마음이 울렁거리는 걸 보면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게지. 나는 인생이 쉼 없이 몰아치는 물결이며, 이런 일 저런 일을 하나씩 거치면서 그 물결이 다가오는 대로 그저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나는 사건을 맞아들였다.-238쪽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아기를 낳고, 기저귀 더미에 파묻히고, 더 이상 사랑을 나누지 못하며, 서로에게 무덤덤해질 때, 상대방은 타인들을 바라보고, 일상의 소소한 일을 가지고 말다툼을 벌이고, 조금씩 자신의 불행을 체념할 때.....
처음의 사랑이 있고, 성숙한 사랑이 있다. 성숙한 사랑은 나중에야 온다. 아무도 그런 사랑은 꿈꾸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만날 때의 사랑은 부부의 사랑에 비하면 풋내 나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 정념에 이끌려 그 비현실적이고 뜬구름 같은 세계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안다. 하지만 아내를 맞는다는 것은 다르다. 한 여자를 겪고, 그 후에 그녀가 아이를 낳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만약 사랑이 최초의 애무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까짓 사랑쯤 아무래도 좋다. 만약 사랑이 키스하는 동안만 지속된다면, 사랑은 결국 죽는 것이라면, 사랑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 절대적인 행복에 취해 사는 몇 달만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나에게 사랑은 아무 의미도 없다. 사랑이 여러 번, 여러 남자와 여러 육체를 거치는 것이라면 더 이상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사랑을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 때에만 심장이 무섭게 고동치는 그런 사랑으로는 내게 충분치 않다. 비록 사랑이 변하는 것일지라도, 나는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삶도 별로 중요치 않으니까.-171-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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