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문을 열어두기엔 좀 쌀쌀한 바람이 들어오지만, 그래도 봄,이 느껴지는 3월이 되었다. 마당에도 꽃, 길을 걷다가도 꽃, 들려오는 노랫소리도 봄...

그렇게 봄기운을 느끼고 있는데, 문득 눈에 띈 책. 비둘기 피리꽃,이라니. 게다가 미미여사라니. 어? 하며 보니 북스피어네? 왠지 봄기운이라고 하기엔 좀 어색한 느낌이야.

그러니까 뭔가 좀 그냥 어색해.

 

 ㅎㅎ 구적초의 개정판이니, 사실 어색할만하지 않은가? 아니, 나만 그런걸까?

뭐 어쨌거나 새로나온 책의 표지색은 실물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맘에 드는 분홍이니 일단 개정판이 맘에 드는 것으로.

올 유행이 분홍분홍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개정판이 나오면서 핑크로 바꾼 책 한권 더.

 

 

우리집 마당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워올리는 것은 히야신스이지만 화사한 봄을 느끼게 하는 건 역시 앵두꽃. 꽃망울이 이렇게 피는 것만큼 앵두 열매도 실하게 많이 열리면 좋으련만, 작년에 겨우 열방울도 따먹어보지 못한 걸 떠올리면 올해도 그닥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저리 이쁜 꽃을 피워 보여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

화분에 심어져 해마다 봄소식을 알려주던 매화와 벚나무가 얼어 죽어버린 후 봄이 되면 아쉬웠었는데 그 자리를 앵두나무가 대신하고 있다.

 

 

 

 

 

 

 

우리집 마당에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봄, 옷차림에도 봄... 대청소를 하는 봄 ㅠㅠ 이 되었다. 한차례 정리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바닥과 책상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과 노트, 메모지들로 인해 정말 창고처럼 되어있는 이 상태를 좀 바꿔보고 싶은데, 막상 물건을 쌓아놓고 버리려고 하면 꼭 금세 필요해서 찾을 것 같고,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여전히 내 방은 엉망이다.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깔끔하게 지낼 수 있다는 기본원칙을 지키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이래저래 눈에 띄는 책들을 마구 담다보니 중구난방이기는 하지만 매일 저건 언제 사볼까,하게 되는 책은 역시 그래픽노블. 당장 읽어야할 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외면당하고 있기는 한데... 그러니까 어쨌든 책도 역시 이론서보다는 당장 해보고 싶은 것부터 눈길이 먼저 가고 손이 먼저 끄집어내는 것처럼 이 중에서는 드라이플라워가 먼저 눈에 띄기는 한다. 이미 드라이플라워에 대한 책을 한 권 갖고 있기는 한데 비슷한 구성일지도 궁금하고. 이럴때는 책의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대형서점이 아닌 한 이런 책들의 실물을 서점에서 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동네 서점에 안가본지 오래되기도 했지만 이미 인터넷서점의 신간을 너무 빨리 접하다보니 서점에 가면 왠지 구간도서만 잔뜩 쌓아놓은 느낌? 거기에다 왠만한 대형출판사책과 베스트셀러로 밀고 있는 책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뭐...

 

 

 

 

 

 

 

 

 

 

 

요즘 유시민은 티비에 나오는 것 같던데.

노유진의 첫번째 책 생각해봤어?는 생각보다 좀 가벼운 느낌이라 휘리릭 읽고 말았는데 '할말은 합시다'는 어떨까 모르겠다.

정치에 그닥 관심이 없는데 - 갈수록 더 정치에 관심이 없어져서 우리 동네에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는 판에 뉴스에서 각 정당의 경선자들을 보여주는데. 하아. 아무래도 지역이 좁다보니. 학교 다닐때 조금은 익숙한 사람들이. 산너머 저쪽에는 학교 생활을 잠깐 같이했던 선배도. 정당에서 경선을 하거나 말거나였지만. 그래도 나름 내 짧은 소견과 가장 의견이 맞는 그 누군가가 후보가 되기를 바랬는데 안되어버렸다. 이제 선거일이 되면 어찌해야하나. 예전에도 투표할 사람이 없어서 무효표를 만들기 위해 투표장에 갔었는데. 아, 쫌.

정당투표의 당위성도 점점 희미해져가버리고 있어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건 먹고 살만하기 때문일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아침 새벽에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면, 누구처럼 투표일이 임시 공휴일이 되어 쉬는 것도 아니고 그날도 일을 하러 가야하고, 부재자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또 절차를 밟아 신청을 해야하고. 모르겠다. 내가 회의적인데, 다리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내 걸음으로도 십분은 넘게 걸리는 투표장까지 갈 수 있으려나 싶다. 휠체어를 끌고 갔다 오는 길은 대략잡아도 한시간. 투표권 행사하기 위해 그러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후보자가 있다면 참 좋겠다마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책의 광고에 사용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과는 상관없이 의구심 반 호기심 반, 아니 사실 그렇게 나눈다기보다는 사형수의 가족이 말하는 가족의 일대기, 죄의 근원과 그에 대한 보속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책을 집어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대체 마이클 길모어라는 인물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 정도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중반정도 읽었을 때까지도 그저 그랬다. 이 길모어 가족의 불행한 인생여정기, 게리 길모어의 통제되지 않는 감정분출에는 그 가족의 불행과 폭력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보통의 생각들...

그런데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생각해보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사형수'에 대한 것. 그의 죄와 그 죄에 대한 댓가 정도로만 생각을 했던 내게 그 이상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 자신도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고, 게리 길모어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어린아이의 말, 사형당하지 말고 평생 감옥에서 그 죄에 대한 벌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여덟살 꼬마의 글 - "난 사람들이 아저씨를 어디다 가두어놓고, 아저씨가 거기서 영원히 살도록 벌을 줬으면 좋겠어요. 아저씨는 죽을 권리가 없어요. 아저씨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아무개 - 은 순간적으로 생각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게리의 말은 더욱더 나 자신을 밑으로 가라앉게 해 버렸다. "넌 마음속에 미움을 담기에는 너무 어려. 내가 어릴 적에 미움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날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렴"

 

"넌 어떻게 생각하니? 만일 게리가 22년동안 감옥에서 지내지 않았더라면, 그가 과연 한 인간의 머리 뒤통수에 총을 쐈을까? 그것도 그의 임신한 아내와 어린 자식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야. 또 다른 사람에겐 어땠을 것 같아?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숨이 끊어지지 않고 살아 있었대. 그러니까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죽지도 못하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쳤다는 얘기야. 그 짐승 같은 감옥 사회에서 받은 교육이 게리를 그렇게 만든 거라고 난 확신해. 그 짐승 같은 사회가 그런 비극을 저지르게 만든거야.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그는 더 비열하고 폭력적인 인간으로 변해갔지. 그건 마치 22년동안 베트남 같은 전쟁터에 있었던 셈이야. 그 수없이 많은 악랄한 짓에 희생자가 되기도 했고, 가해자가 되기도 했어"(589-590)

 

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아갔고 또한 그 자신도 제도에 의해 죽음으로 몰아간 게리 길모어에게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형 프랭크가 '마치 22년동안 베트남 같은 전쟁터에 있었던 셈이야'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저 막연하게 타인의 인생에 대해 무엇이라 판단한 자격이 내게 있는가,라는 물음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다시 보니 그가 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낌이 온다.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지금 나 자신에게는 아직 '혼란스러움'뿐이기는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겨우 일주일을 붙잡고 휘리릭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서 스쳤던 생각들을 미처 정리할 여유도 없이 끝까지 왔는데 그 느낌을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사형수 게리 길모어와 그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동생 마이클 길모어의 이야기를 십여년전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리고 이 이야기를 1년후쯤에 다시 읽게 되면 또 어떤 마음이 들까. 여전히 나는 자신이 없다. 그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모든 이들의 불행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형 게리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감옥을 드나들었고, 동생 마이클은 도둑질을 하다가 걸렸을 때 가게 주인이 그에게 일을 시키고 그 노동의 댓가로 그가 훔치려던 물건을 주었으며 그를 붙잡은 경찰은 그에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며 그같은 죄를 다시는 짓지 않게 해 주었다. 책의 말미에 그들의 사촌 브렌다가 게리가 죄를 지었을 때 그를 경찰에 고발한 이유, 그러니까 그녀는 게리를 아끼고 늘 그를 걱정했는데 그를 감싸고 돌면 게리가 사람들을 더 죽일거라고 판단을 해 그를 감싸거나 보호해주려 하지 않았고 마이클은 그녀의 행동이 옳았다고 한다. 게리의 아버지가 그에게 가한 폭행이 없었다면, 어머니의 태도가 달랐다면, 그들의 가족의 역사가 달랐다면.... 이런 것들은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한번쯤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거창하게 피의 역사에 세워진 미국의 역사 속에 또한 피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신화같은 종교의 이야기와 가족사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한번 생각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떠오르고 다시 자꾸만 책을 뒤적거려보게 하고 있다. 지금의 이 혼란스러운 생각과 시끄러운 마음으로는 그저 책을 뒤적거리는 것밖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만 접어야할 것 같다.

국가의 법제도로 인해 또 하나의 살인, 게리 길모어의 최후의 살인이 일어난 사형은 그 하나만으로 큰 이슈가 되었겠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현재진행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아, 이 책 갖고 놀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에 이런 사치품(!)들을 갖고 놀아본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어른이 되고 나서 더 장난감에 매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촌집에 놀러가서 그 집 진열장에 놓여있는 모형 자동차 앞에서 도무지 떠날 줄을 몰랐다는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조금은 웃프다는 느낌이 들지만, 지금은 맘껏 누려볼 수도 있는 장난감 놀이를 선뜻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 아무튼 우연히 보게 된 이 책. 나 자신을 위한 선물로 마련해주고 싶은!

 

 

 

 

그나저나. 밖에서 왜 저리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을까.

속이 니글거려서 글을 읽기도 힘들고 한달정도 쌓아뒀던 책상위의 책들을 정리하다가 새것처럼 쌓여있는 주간지를 그대로 버리기가 아쉬워 그냥 쓰윽 훑어보기라도 한다. 요즘 퇴근할 때 무거운 가방을 메고 길을 걷다보면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있는데, 기사 중에 디스크 환자에게 좋은 매켄지 운동법이 나와있네. 이거 잘 읽어보고 해봐야지.

옆에 앉아 일하는 분은 모니터가 너무 높다고 낮추고 있어서 내가 목뼈는 원래 에스자형으로 구부러져 있어서 모니터를 약간 높이는 것이 좋다고 했더니 받침대를 빼려다가 다시 갖다 놓았다. 여기서도 모니터를 높이라고 나오기는 하는군.

 

 

 

 

 

 

 

 

누군가 '박물관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냐고 했더니 구체적으로 '서부산업도로'라고 대답을 해 다들 웃었었는데.

진짜도 아닌 짝퉁 비슷한 것들을 모아놓고 박물관 이라고 이름 붙여놨는데 정말 그냥 속된말로 잡화점 같은 느낌의 이름만 박물관인 곳도 많다고 들었다. 내가 다 가본것이 아니라 확신할수는 없지만 그 내용들을 들어보면 가히 짐작이 가는. 그런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우리의 문화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있지 않을까 싶다. '박물관 보는 법'을 읽으면.

 

우리 아이들은 이미 책을 받았으니.

다른 책들은 왠지 좀 낯선 느낌이기는 하지만. 민족사진연구회의 현장 기록 사진은 뭔가 남다른 느낌이 있기도 하고.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는 그냥 쓰윽 지나쳤던 것인데 [식민지 전쟁 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역경을 딛고 살아온 재일 1세 할머니들을 만나 기록한 르포르타주]라고 하네. 그들이 낯선 땅에서 어린 노동자로, 아내로, 어머니로, 여성으로 식민지의 설움과 전쟁의 참혹함을 겪어낸 이야기가 담겨있는, 일본 언론인의 글.

 

 

 

 

 

 

 

 

 

[미래의 나라, 브라질]의 저자가 슈테판 츠바이크네? 그렇다면 이 책은 언제 출간된 것일까. 나치의 위협을 피해 유럽과 미국 등지를 떠돌아 다니다 마침내 정착하게된 브라질에서 인류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가 이야기하는 브라질의 미래. 좀 궁금하기는 하다.

언제쯤 읽어볼까, 하고 쌓아 두고 있는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읽기는 해야겠는데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어제 우리 동네 출마 의원이 경선을 통해 확정되고. 내가 속으로 생각하던 사람은 떨어졌다. 투표할 사람이 사라져버렸..다는 느낌인데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정치 역시 음식처럼 호불호일뿐이라면. 그 결과가 대수롭지 않은 거라면 가뿐히 넘겨버리고 말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3월이라 그런지 여성관련 도서와 후쿠시마 관련 도서가 좀 더 눈에 띈다. 아니, 이미 구입한 책들을 쌓아놓고 있는데 도무지 그 책들을 읽을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이제 조금씩 시간적인 여유는 생겨나고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을 다 자기 맘대로 조종하고 싶어하는, 그러니까 자기 맘에 안들면 따돌림 시키는 직원이 있는데 그냥 어휴 저 미친놈 하고 말면 되는데 자꾸 신경을 긁는다.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에게 거짓말을 뒤집어 씌웠던 과거 경력을 알고 있는데다가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을 따돌림시키는 것 정도야 식은죽먹기로 해대는 성질머리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하다. 문제는. 그걸 나는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특히 윗선에서는 그걸 모른다는 것. 내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과 위선이 왜 그들 눈에는 안보일까,라는 의문은 들지도 않는다. 드라마를 보면 그대로 나오지 않는가. 어떻게 저런 바보짓을 하지? 라거나 저런 빤한 거짓말을 믿어? 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현실이던걸 뭐.

아, 오늘도 아침부터 짜증이 화악 올라왔지만 나름대로 개무시하고 자리에 콕 박아져 붙박이가 되었다. 나 정말, 이런 상태로 더럽고 치사하게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할까? 지금 나가면 이만큼의 수입은 커녕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도 걱정을 해야할판인지라. 아, 세상 정말 더럽고 치사하다.

 

금요일마다 꽃청춘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감사하다!'하고 외치던게 엊그제였는데. 왜 이러는걸까.

어쨌든 결론은. 그렇게 외치며 살아가고 싶다는 거.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로의 디자인 2 Design Culture Book
조창원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위로'의 디자인이라 이름 붙어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낯선 느낌이었다. 뭔가 독특하고 유쾌한 디자인이 더 궁금한 나는 평소였다면 선뜻 이 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게는 안정과 위안이 필요해서였을까? 갑자기 '위로'를 건네주는 디자인이라는 건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버렸다.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책을 들고 갔는데 밥을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책 들여다보느라 앉아있을만큼 쉽고 재미있는 디자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는데 책을 덮고 나니 뭔가 좀 아쉽다. 너무 깊이 없이 수박 겉핥듯 휘리릭 읽어버린건 아닐까,라는 아쉬움이다.

사실 책의 첫번째 디자인은 '구름'이었는데 사무실 천장에 매달려있는 무거운 솜뭉치처럼 보였던 첫장의 사진을 넘기고 조명을 받아 맑은 하늘의 구름 한 점, 혹은 저녁노을이 물들어가는 은은한 석양빛을 담은 구름의 사진을 보고 책이 무척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만화책 텃밭과 빨래를 걷고난 후 부분. 만화책 텃밭은 말 그대로 만화책을 이용해 텃밭을 만드는 것인데 정말 싹이 터서 꼬물거리며 올라온 새싹들을 보니 신기했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두툼해서 잘 세울 수 있는 책을 접시 위에 세워두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 끝. 공기가 잘 통하고 햇볕 좋은 곳에 놓아두면 싹이 튼다고 한다. 래디쉬나 브로콜리, 바질, 메밀 같은 것이 잘 큰다고 하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래디쉬 씨앗을 사다가 한번 꼭 시도해보고 싶은 만화책 텃밭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항상 접하는 빨래집게 이야기. 빨래집게의 윗부분에 태양광전지를 붙여두면 낮 동안에는 빨래집게의 본분을 다하고, 낮에 받은 태양열을 이용해 어두운 밤에는 조명을 켜 둔 것처럼 빛을 낸다. 저자는 그런 빨래집게가 불침번을 서고 있는 집에는 도둑이 들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하고 있는데 사진을 통해 본 빨래집게는 시골집의 여름밤 반딧불을 연상시켜주면서 은근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듯 해서 좋았다. 

 

책에 실려있는 디자인들을 떠올리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맘에 드는 디자인이 꽤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 모양 가구도 갖고 싶고, 버스 정류장의 'BUS' 디자인도 편해보였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슬리핑체어와 간편하게 물건을 집어넣고 꽂아둘 수 있는 쇼파와 '오스트리치 필로'라는 타조처럼 생긴 휴대용 베개는 꼭 하나 장만하고 싶기도 했다.

미적 감각을 보여주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휴식공간과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면서 실용적인 공간을 창조해내기도 하는 디자인은 여러가지 방법과 형태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16-03-1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루피의 이미지와 치카님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어요.

잘 지내셨나요, 치카님? ^^

chika 2016-03-16 14:34   좋아요 0 | URL
아이쿠, 엘신님? `신의 귀환`이라고 해야할만큼 오랫만이구만요!
게다가 이렇게 저를 기억해주시다니, 감사해요!!! 흑.

잘 지내셨는지? 진짜 오랫만에 오신거 맞죠? 암튼 완전 반갑구만요 ^^

L.SHIN 2016-03-21 16:15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신의 귀환`이라니요.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내 이름에 `신`자가 들어가는 건 맞지만 말입니다.
반가워요, 루피.. 아니 치카님. (이런, 헷갈리기 시작했어요.ㅋ)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 옛 초상화에서 찾은 한국인의 모습과 아름다움
이태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던가, 싶다. 아니 초상화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그림이라는 것은 교과서에 나온 도판말고는 직접 본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본 기억도, 초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장 드 봉의 초상화를 본 기억도 있지만.

저자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 선조들이 그렸던 초상화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초상화라 할 수 없다며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고 했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요즘 사진을 찍으면 일명 포샵처리를 한다며 보기 싫은 점도 빼고 얼굴색도 더 환하고 깔끔하게 표현하고 심지어 얼굴형도 다듬어 나오게 하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화원의 화가들은 기겁을 하겠구나 라는 상상도 하며 혼자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다. 이렇게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조선 후기의 초상화에는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웠던 윤두서의 초상과 이후 책을 통해 도판으로 봤었던 몇몇 낯익은 초상화도 보여서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선후기의 초상화를 이야기하며 가장 먼저 카메라 옵스쿠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진 기술에 이용되는 것이고, 서양화 이야기책에서 간혹 언급되었던 카메라 옵스쿠라를 보니 순간 이상했지만, 오히려 조선 후기의 시대적인 배경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한 나 자신이 좀 한심스러웠다. 간단하고 가벼운 이야기책이려니, 생각했다가 한 권의 논문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에 선뜻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전문적으로 미술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 이해하는 만큼만 읽고 아는 만큼만 그림을 보면서 책을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맘 편하게 도판도 보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전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유럽과는 달리 얇은 종이에 채색을 하는 우리의 그림은 뒷면에도 배색을 하여 완성한다는 것이라거나 조선후기로 들어오면서 입체적인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등은 설명과 도판 그림을 보면서 조금씩 그 차이를 알아가기는 했다.

 

좀 쌩뚱맞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가 터럭하나도, 검버섯과 주름진 피부조차도 똑같이 표현하려고 했던 초상화의 모습들 속에서 들창코까지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한 신종위 초상 안면세부를 보다가 어머니에게 도판을 보여주니 어머니도 빵 터지며 웃음 지었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것은 그에 대해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는 하겠지만, 굳이 학문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거나 예술적 감각으로 그림의 형태와 채색에 대해 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카메라 옵스쿠라 방식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다보니 예전과는 달리 실물과 그림의 비율에 대한 크기를 기록하게 되고 좀 더 사실적인 비율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필요한 내용이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내게 있어 아직까지 조선후기의 초상은 터럭하나도 다르지 않게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면서 그 눈빛과 초상인물의 기개가 넘쳐나고 색감까지 정확히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실제 초상화를 보면서 그 사실적이고 정확한 묘사와 색감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