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디자인 2 Design Culture Book
조창원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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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디자인이라 이름 붙어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낯선 느낌이었다. 뭔가 독특하고 유쾌한 디자인이 더 궁금한 나는 평소였다면 선뜻 이 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게는 안정과 위안이 필요해서였을까? 갑자기 '위로'를 건네주는 디자인이라는 건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버렸다.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책을 들고 갔는데 밥을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책 들여다보느라 앉아있을만큼 쉽고 재미있는 디자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는데 책을 덮고 나니 뭔가 좀 아쉽다. 너무 깊이 없이 수박 겉핥듯 휘리릭 읽어버린건 아닐까,라는 아쉬움이다.

사실 책의 첫번째 디자인은 '구름'이었는데 사무실 천장에 매달려있는 무거운 솜뭉치처럼 보였던 첫장의 사진을 넘기고 조명을 받아 맑은 하늘의 구름 한 점, 혹은 저녁노을이 물들어가는 은은한 석양빛을 담은 구름의 사진을 보고 책이 무척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만화책 텃밭과 빨래를 걷고난 후 부분. 만화책 텃밭은 말 그대로 만화책을 이용해 텃밭을 만드는 것인데 정말 싹이 터서 꼬물거리며 올라온 새싹들을 보니 신기했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두툼해서 잘 세울 수 있는 책을 접시 위에 세워두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 끝. 공기가 잘 통하고 햇볕 좋은 곳에 놓아두면 싹이 튼다고 한다. 래디쉬나 브로콜리, 바질, 메밀 같은 것이 잘 큰다고 하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래디쉬 씨앗을 사다가 한번 꼭 시도해보고 싶은 만화책 텃밭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항상 접하는 빨래집게 이야기. 빨래집게의 윗부분에 태양광전지를 붙여두면 낮 동안에는 빨래집게의 본분을 다하고, 낮에 받은 태양열을 이용해 어두운 밤에는 조명을 켜 둔 것처럼 빛을 낸다. 저자는 그런 빨래집게가 불침번을 서고 있는 집에는 도둑이 들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하고 있는데 사진을 통해 본 빨래집게는 시골집의 여름밤 반딧불을 연상시켜주면서 은근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듯 해서 좋았다. 

 

책에 실려있는 디자인들을 떠올리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맘에 드는 디자인이 꽤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 모양 가구도 갖고 싶고, 버스 정류장의 'BUS' 디자인도 편해보였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슬리핑체어와 간편하게 물건을 집어넣고 꽂아둘 수 있는 쇼파와 '오스트리치 필로'라는 타조처럼 생긴 휴대용 베개는 꼭 하나 장만하고 싶기도 했다.

미적 감각을 보여주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휴식공간과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면서 실용적인 공간을 창조해내기도 하는 디자인은 여러가지 방법과 형태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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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6-03-1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루피의 이미지와 치카님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어요.

잘 지내셨나요, 치카님? ^^

chika 2016-03-16 14:34   좋아요 0 | URL
아이쿠, 엘신님? `신의 귀환`이라고 해야할만큼 오랫만이구만요!
게다가 이렇게 저를 기억해주시다니, 감사해요!!! 흑.

잘 지내셨는지? 진짜 오랫만에 오신거 맞죠? 암튼 완전 반갑구만요 ^^

L.SHIN 2016-03-21 16:15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신의 귀환`이라니요.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내 이름에 `신`자가 들어가는 건 맞지만 말입니다.
반가워요, 루피.. 아니 치카님. (이런, 헷갈리기 시작했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