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 옛 초상화에서 찾은 한국인의 모습과 아름다움
이태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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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던가, 싶다. 아니 초상화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그림이라는 것은 교과서에 나온 도판말고는 직접 본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본 기억도, 초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장 드 봉의 초상화를 본 기억도 있지만.

저자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 선조들이 그렸던 초상화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초상화라 할 수 없다며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고 했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요즘 사진을 찍으면 일명 포샵처리를 한다며 보기 싫은 점도 빼고 얼굴색도 더 환하고 깔끔하게 표현하고 심지어 얼굴형도 다듬어 나오게 하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화원의 화가들은 기겁을 하겠구나 라는 상상도 하며 혼자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다. 이렇게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조선 후기의 초상화에는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웠던 윤두서의 초상과 이후 책을 통해 도판으로 봤었던 몇몇 낯익은 초상화도 보여서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선후기의 초상화를 이야기하며 가장 먼저 카메라 옵스쿠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진 기술에 이용되는 것이고, 서양화 이야기책에서 간혹 언급되었던 카메라 옵스쿠라를 보니 순간 이상했지만, 오히려 조선 후기의 시대적인 배경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한 나 자신이 좀 한심스러웠다. 간단하고 가벼운 이야기책이려니, 생각했다가 한 권의 논문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에 선뜻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전문적으로 미술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 이해하는 만큼만 읽고 아는 만큼만 그림을 보면서 책을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맘 편하게 도판도 보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전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유럽과는 달리 얇은 종이에 채색을 하는 우리의 그림은 뒷면에도 배색을 하여 완성한다는 것이라거나 조선후기로 들어오면서 입체적인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등은 설명과 도판 그림을 보면서 조금씩 그 차이를 알아가기는 했다.

 

좀 쌩뚱맞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가 터럭하나도, 검버섯과 주름진 피부조차도 똑같이 표현하려고 했던 초상화의 모습들 속에서 들창코까지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한 신종위 초상 안면세부를 보다가 어머니에게 도판을 보여주니 어머니도 빵 터지며 웃음 지었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것은 그에 대해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는 하겠지만, 굳이 학문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거나 예술적 감각으로 그림의 형태와 채색에 대해 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카메라 옵스쿠라 방식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다보니 예전과는 달리 실물과 그림의 비율에 대한 크기를 기록하게 되고 좀 더 사실적인 비율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필요한 내용이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내게 있어 아직까지 조선후기의 초상은 터럭하나도 다르지 않게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면서 그 눈빛과 초상인물의 기개가 넘쳐나고 색감까지 정확히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실제 초상화를 보면서 그 사실적이고 정확한 묘사와 색감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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