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품절


지금까지 열심히 구조활동을 하면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어.
이 세상에서 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말이야. 살아있을때의 내 자신도 마찬가지였어.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미래야. 앞으로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지. 그렇지만 그 누구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어.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도 보기좋게 빗나갔잖아.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건.....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이상, 모든 절망은 착각이라는거야.-421쪽

모두 자살 따윈 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즐거운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괴로운 일이 더 많겠지만, 살아 있어서 정말 고맙다.....
나무들, 새들, 하루의 생활을 막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아, 그랬구나, 유이치는 생각했다.
하나하나의 생명이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유이치는 눈을 감고, 빛속으로 온몸을 맡겼다. 하늘의 평온함이 조용히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4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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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품절


눈 앞에 손목을 자르려는 여자가 있어! 어떻게 말을 걸면 되지?

-지금 그대로 괜찮아
지금 그대로 괜찮아!
지금을 느껴봐! 너의 지금을 바라봐. 너는 지금, 무얼 바라고 있지? 말로 해 봐!

- 나는 더 행복해지고 싶어!
- 좀 전의 일을 떠올려 봐. 너는 지금 이대로 좋아. 그래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네가 변하지 않으면 안돼.

나를 바꾼다...어째서 나는 행복해 질 수 없지? .... 타인이 모두 거침없이 행동해... 표정이나 말로 나를 상처 줘...

- 그 사람은 너를 미워하니? 너를 공격하려고 했던거야?
틀림없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있지? 결점을 고치면 네 자신이 좋아질거야. 상대는 너를 위해 생각해서 말해 준 건 아닐까?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 괜찮아. 두려움에 떨어도 괜찮아. 두려우면서도, 머리 한켠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304쪽

아나미는 변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엄습해 오는 어둠, 그것을 말로 바꾸는 것은 무리라고도 생각했다. 타인을 휘두르며 아무렇지 않게 상처 입히는 자신, 충동이 이끄는대로 남자와 자는 자신, 자신이 미움받는 인간이라는 것에 이유는 없다.-305쪽

- ... 나는 훌륭하지 않아...

- 아니, 훌륭해. 비꼬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지마. 네 안에는 좋은 네가 있어.
- ... 좋은 내가 있어?
- 일을 하는 건 너무나 좋은 일이야. 게다가 너는 필요한 사람을 위해 일하잖아. 그것이 네가 있을 곳이다.
-... 그래도, 일에도 공허함을 느끼고 있는데?
- 공허함을 느끼는 건, 변화를 두려워 하는 또 다른 너야. 그래도 너는 그런것에 지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어. 자신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고 있어. 괴로운 일이 있어도 일은 그만두지마. 잘될테니.
괜찮아...-306쪽

다른 사람이 경솔해 보이는 것은 네가 겉 혹은 속, 둘 중 한쪽만 보기 때문이야. 너는 중간을 보지 않아. 타인에게 나쁜면을 보면, 그것이 모든것이 되어 버려. 자신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격하는 거야. 그런데 인간은 흑백논리로만 판단할 수는 없어. 인간은 회색의 다면체거든.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중간이라는게 있어. 불안정해서 싫은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바라봐. 좋은 사람이기도, 나쁜 사람이기도 한 너의 친구를. 따스하면서 심술궂은 네 자신을.
앞으로 익숙해지는 일만 남았어. 어중간한 안심, 어중간한 선의, 어중간한 악의, 사람이 사는 사회란 그런거야.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너로 돌아와. 지금의 너는 훌륭해. 앞으로는 작은 행복을 하나씩 맛보기만 하면 돼.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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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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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책은 쿠바 여행기가 아니라 Izaka의 원더랜드 이야기야.
쿠바 여행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고, 뭔가 심오한 여행이야기를 듣게 될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야.
참, 그렇지. 자전거 여행이라는 것도 책을 읽다 알게 된 게지. 원더랜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도대체 난 뭘 준비한거지?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솔직한 기록을 읽으니 뭔가 내가 하고픈 일들이 마구마구 떠올라 원더랜드 이야기에 집중이 안되더라. 그러는 중에 눈에 들어온 그의 말. "여행은...... 출발과 도착보다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여행이 타인에의해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139)
그만큼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그는 또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구. 습관적으로 바라 본 쿠바의 한 청년에게서 뭔가 물질적인 댓가를 바란다는 선입견을 가졌음을 후회하게 만들었던 이야기 말이지. 꼬깃꼬깃 접혀진 종이에 적힌 주소, 자신의 사진을 집으로 보내달라는 말 한마디가 왜 그리 감동적이어야 하지? 그건 아마도 삐딱하게 서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느 한순간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느껴버린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일지도 모르겠어.
자신이 목표로 세운 여행일정을 위해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나던 그가 목표달성의 계획을 허물어버리고 다시 되돌아가 36도의 만남을 갖게 된 것도 그런 마음을 느끼고 나서였을까...?

"확고하게 내가 가야 할 길을 설정했을 경우에는 길을 잃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여행은 모든 루트가 대강 정해져 있다. 만약 길을 잘못 들어서게 되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과 대충 방향만 같다면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 자세하지 않은 지도 하나를 갖고 나침반도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145)

이렇게 서서히 변해간다. 과정이 중요하기에, 굳이 나의 계획과 나만의 여행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책 이야기 하다 말고 나는... 나의 원더랜드 이야기는 언제 하게 될까? 가 궁금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잠시 꿈에서 깨어난다.
오로지 하나의 길뿐이야, 라고 하지 않는 것. 원더랜드를 찾아가는 유일한 길잡이라는 걸 이야기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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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 조토에서 마그리트까지 교양으로 읽는 세계명화
노성두.이주헌 지음 / 한길아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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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는 아담한 크기였고, 생각보다는 두툼한 크기였고, 생각보다는 도판이 작고 적었다. 하긴 전반적으로 대략 훑어주는 느낌으로 씌여진 글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 무리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평을 써야된다는 부담만 없었어도 이 책은 늘어지게 읽었을 것이다. 생각날 때마다 한꼭지씩 펼쳐보면서 그림도 찾아보고, 다른 책에서의 설명도 한번 다시 읽어보고. 그렇게 늘어지게 읽어야할 책을 후다닥 후다닥 읽어제끼느라 그림도 제대로 보지 않고, 때로는 깨알같이 작은 글씨들은 복잡하다는 핑계로 건성건성 스치기만 했을뿐이다. 그렇게라도 꾸역꾸역 읽었으니 서평 쓸 자격이 있는걸가? 이것 역시 무리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책을 읽을 땐 괜히 글쓴이가 노성두일지 이주헌일지 구분해보려고 하면서 읽기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도 때려치워버렸고, 자연스럽게 느낌으로 아, 이 꼭지는 누구 글이겠다..라는 걸 알수 있게 되었다. 이것 역시 늘어지게 책을 읽었으면 더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을 부분인데.....

아무튼 책은 한번 훑어봤다는 의미일뿐인지 모르겠지만 다 읽어봤다. 느낌은... 진수성찬이기는 한데 딱히 깊은 맛을 음미하며 느끼기에는 뭔가 살짝 부족한 듯한 느낌...
하지만 그건 허겁지겁 성급하게 먹어 치워버리려한 내 탓이 더 크다고 여기련다. 그리고 19-20세기의 그림을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뭐.. 그 전 시대 그림은 많이 알겠냐만.

'명화읽기'라는 느낌보다는 몇세기를 통해 지나온 서양 회화의 역사를 여행한 느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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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지음 / 보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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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 버스 기사 아저씨가 있다.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의 아버지.
내 친한 친구의 아버지는 시외버스를 운전하셨다. 가끔 친구집에 놀러가곤 했었지만 부모님의 직업에는 무관심했던 내가 그걸 알게 된 것은 친구 오빠의 결혼잔치때였다. 결혼식 전날 집에서 잔치를 하는 관습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다음날 결혼식을 위해 늦은 시간에는 방문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기에 음식도 다 정리하고 일손을 거들던 나도 슬슬 집에 오려고 할즈음 친구 아버지 손님이 오셨다. 뒤늦은 상을 차리느라 치워버린 음식을 다시 꺼내고 약주까지 마련하고 한숨 돌리며 친구에게 눈치없이 '너무 늦게 오신거 아냐?'라고 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친구는 아버지 직장 동료분이셔서 이해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배차운행을 다 끝내고 오시느라 늦을 수 밖에 없었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는 없었기에 그 시간에나마 결례를 무릅쓰고 오신거라고.

그게 벌써 이십년쯤 전의 이야기이다. 지금도 버스기사님들의 고된 노동에 대한 댓가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옛날엔 어찌했겠었는가. 지금 이 책을 읽으니 새삼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늦은 시간에 아들의 혼인을 축하해주러 오신 직장 동료를 유난히 반기시던 친구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버스 기사 아저씨의 이야기는 십여년쯤 전, 집에 오려고 막차를 탔을때 그 차를 운전하던 아저씨의 이야기이다. 정류장에 세워진 버스에 올라타며 차비를 내려하는데 기사 아저씨와 정답게 얘기를 하던 앞자리의 아가씨가 말을 멈추고 나를 멋쩍은 듯 쳐다보는것이었다. 말을 하느라 고개를 돌렸을 땐 몰랐는데 나를 쳐다보는 그 얼굴을 바라보니 친구의 언니였다. 기사분과 아는 사이인가? 라는 생각만 하며 언니에게 인사를 하고 뒤쪽의 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집까지 가는 길에 간혹 쳐다보면서야 깨닫게 된 것이었는데 친구 언니와 기사아저씨가 너무 다정스럽게 얘길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내가 탄 버스는 친구의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가는데 언니가 계속 버스를 타고 있어서 서로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후 얼마 안되어 친구언니는 결혼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일을 떠올리곤 했다.
좋은 자가용을 타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의 연애만이 최고는 아니라고. 그때 친구언니의 그 행복해보였던 미소와 기사 아저씨의 선량한 얼굴이 겹치면서 멋진 연애를 하던 친구언니를 떠올리면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지곤 했더랬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행복해보이지만, 이 책을 읽은 내 마음 한켠에는 왠지모를 서글픔이 올라온다. 맘 편히 쉬지도 못하고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버스 기사의 연애는 이백원짜리 자판기 커피라도 뽑아들고 시내 가까운 공원이나 바닷가를 거니는 것조차 사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저자가 털어내고 있는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내가 겪었던 이야기들일까.. 감탄까지 하면서 읽었는데 책을 읽기 전과 달라진 것 하나는 그런거다. 내 입장에서만 이해하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기사 아저씨가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로도 이해할 수 있게된 것.

작년에 버스 파업이 있었고, 시에서 엄청난 보조를 해 줬음에도 결국 버스회사는 문을 닫아버리고 학생들과 자가용을 굴리지 못하는, 힘없고 돈없는 이들만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나같은 경우엔 급하면 택시를 타버리면 되는 것이고 술렁술렁 걸으면 그만이지만 걸음도 힘들고 버스도 잘 다니지 않던 촌에 살던 어르신들은 집으로 가려면 한시간이나 버스를 기다려야 했던 때였다.
그때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차량 운전을 거부하고 파업을 하던 기사들을 많은 사람들이 비난했었는데 나는 그나마 시에서 보조받은 것을 사장이 가로채고 기사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서 생활비조차 없는 기사들의 어려움을 얘기하곤 했다는 것이 이책을 읽으며 겨우 한줄기 위안이 되어주었다.

버스를 타지 않게 된지 거즘 1년이 되어간다. 걸어서 출퇴근을 했었는데, 이젠 날씨가 너무 더워 아침에도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여름 한 철,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볼까.. 생각중이다. 거즘 1년만에 버스를 탄다, 생각하니 괜히 설레인다. 지금의 나는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를 읽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은 운전하시는 분들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버스를 타는 시간이 어떨지... 살짝, 아주 살짝 기대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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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0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안건모입니다. 리뷰를 쓴 분들에게 뒤늦게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 책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버스 기사들의 실태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저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알았는데 특히 아이들하고 친했지요. 어떤 아이는 제 차를 기다리느라 한 시간씩도 기다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지금 그 아이들 가운데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 가끔 만나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벌써 그 아이들이 27살이 됐지요. 정말 따뜻한 기억들입니다.
저는 지금은 월간 <작은책>이라는 진보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에서 언론 운동, 문화운동으로 바꾼 셈이지요. 노동자들 소식을 전하는 책입니다. 사이트에도 들어 오셔서 어떤 책인지 구경하시고 작은책도 널리 퍼뜨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글쓰기 모임도 하고 강연도 있고 <역사와산> 이라는 모임에서 다달이 산도 갑니다. 혹시 가까우면 참석하셔서 같이 활동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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