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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그래, 이 책은 쿠바 여행기가 아니라 Izaka의 원더랜드 이야기야.
쿠바 여행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고, 뭔가 심오한 여행이야기를 듣게 될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야.
참, 그렇지. 자전거 여행이라는 것도 책을 읽다 알게 된 게지. 원더랜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도대체 난 뭘 준비한거지?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솔직한 기록을 읽으니 뭔가 내가 하고픈 일들이 마구마구 떠올라 원더랜드 이야기에 집중이 안되더라. 그러는 중에 눈에 들어온 그의 말. "여행은...... 출발과 도착보다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여행이 타인에의해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139)
그만큼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그는 또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구. 습관적으로 바라 본 쿠바의 한 청년에게서 뭔가 물질적인 댓가를 바란다는 선입견을 가졌음을 후회하게 만들었던 이야기 말이지. 꼬깃꼬깃 접혀진 종이에 적힌 주소, 자신의 사진을 집으로 보내달라는 말 한마디가 왜 그리 감동적이어야 하지? 그건 아마도 삐딱하게 서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느 한순간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느껴버린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일지도 모르겠어.
자신이 목표로 세운 여행일정을 위해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나던 그가 목표달성의 계획을 허물어버리고 다시 되돌아가 36도의 만남을 갖게 된 것도 그런 마음을 느끼고 나서였을까...?
"확고하게 내가 가야 할 길을 설정했을 경우에는 길을 잃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여행은 모든 루트가 대강 정해져 있다. 만약 길을 잘못 들어서게 되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과 대충 방향만 같다면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 자세하지 않은 지도 하나를 갖고 나침반도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145)
이렇게 서서히 변해간다. 과정이 중요하기에, 굳이 나의 계획과 나만의 여행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책 이야기 하다 말고 나는... 나의 원더랜드 이야기는 언제 하게 될까? 가 궁금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잠시 꿈에서 깨어난다.
오로지 하나의 길뿐이야, 라고 하지 않는 것. 원더랜드를 찾아가는 유일한 길잡이라는 걸 이야기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