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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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어두컴컴한 집에서 혼자 잠을 자야만 했다.
정적이 흐르는 어둠 속에서는 자그만 소리도 증폭되어 들리고, 저쪽 어둠속에서 뭔가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정체불명의 눈길이 느껴지는, 그런 섬뜩한 분위기의 집에서 말이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나는 이제 귀신 이야기따위는 무섭지 않아! 라며 거침없이 이 책을 집어든 것을 후회해야만 했다. 은근히 점점 고조되는 공포 분위기가 책을 덮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반면 맘 한구석에서는 그 다음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 차마 그만 책읽기를 미루고 잠을 자버릴 수 없게 만드는 이 책 때문에 결국 잠을 설쳐버렸었다.
겨우 이런 내용을 갖고 그래? 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당신이 아냐'라고.

그런데 여섯번째 사요코는 그냥 학교 괴담일 뿐인 것일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난 당신이 아니라니까!)
온갖 학교괴담이 두려움과 공포를 극대화시키며 이야기가 확대되어 가지만 온다리쿠의 여섯번째 사요코는 단순히 공포만을 던져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실 슬금슬금 퍼져버린 공포감 때문에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은 있지만 여전히 같은 공간을 되풀이 해서 지내야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 사요코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되풀이 되는 듯한 막힌 공간에서의 이야기는 약간의 가지를 치기는 하겠지만 커다란 줄기는 변함없이 흐른다. 그것은 청춘의 시기를 막혀있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야만 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한 단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벗어나야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줄다리기 하듯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상태의 표현이 어쩌면 수많은 학교괴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허구와 현실이 마구 뒤섞여있는 듯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알수없는 공포의 분위기에서도 조금씩 친절하게 그 공포의 실체를 하나하나 밝혀내주면서 또 교묘하게 저쪽 한구석에 또다른 공포와 사요코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온다 리쿠의 입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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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7-01-2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 리쿠가 입담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한마디로 그럴싸한 귀여운 구라쟁이 정도랄까요? 전 개인적으로 밤의 피크닉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번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답니다.

chika 2007-01-2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귀여운 구라쟁이. 맞는말같슴다.
아, 그런데 영화는.. 일본영화겠지요? 저도 밤의 피크닉 아주 좋아하는데 기대해보겄슴다. ^^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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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기나긴 장편 '모방범'을 읽고 난 후, 난 잠시 어떤 책을 집어들어야 하나.. 고민했었다. 모방범의 여파가 다른 책을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할텐데, 라는 엉뚱한 고민까지 하면서 집어 든 책이 미야베 미유키의 '대답은 필요없어'.
모방범과는 달리 짤막한 단편이다. 아, 그래. 단편이다. 그녀는 이렇게 짧은 단편도 썼던것이다!

대답은 필요없어,는 밝고 명랑하다. 그래서 좋았다.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 그러니까 은행카드의 보안문제라든지 신용카드 문제, 혼자 사는 늙은 부모의 고민이랄까 홀로 맞아야할지도 모르는 죽음의 문제라든지... 주제가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는 가볍고 짧게 끊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더 여운이 강하고 찰나의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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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1-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정성들여 쓰는게 귀찮아졌다. 책은 재미있는데, 왜 내 느낌을 쓰는 것이 재미없어져버렸을까. 책을 위해서라도 좀 더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말이다!
역시 독후감,이라는 것도 감정상태가 좋을 때 써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인게야.

실비 2007-01-1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범 부터 읽어야 겟어요.+_+ 글고.. 자기가 쓰고 싶을때 술수 나올때 써야 좋은글이 나오는것 같아요.. 그때를 놓치면 쓰기가 힘들죠^^;;

chika 2007-01-1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하필 이 책 읽고 리뷰 쓰려고 들어왔다가 알라딘 서재가 난리법석인 상태여서.. 에혀~;;;
 
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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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이렇다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의 포근한 행복속에 살아가는 탐정,이야기를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 책이 재밌냐고? 아니, 재미있지는 않다. 왜그런줄 알어? 이 책은 그저 재미로만 읽으려고 한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책들에 비해 너무 재미없어 지루해져버릴지도 모를 책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하지만 작가가 '그가 추적하는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 사소함속에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남는 것이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녀의 다른 작품보다 긴박감이나 충격이 적다고 해서 이 책은 재미없어, 다른 작품보다 뭔가 약해, 라는 말을 할수는 없는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바램대로 내게 남은 것은 그런것이다.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필요하게 마련'이라는 것. 요며칠 사이 더욱 더 그렇다. 잘난 척 독설을 뿜어대는 것도 그렇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살면 어때? 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의 고통은 나와 전혀 상관없다는 사고방식도 그렇고... 다들 그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마음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지 않은가? 자기 혼자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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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1-1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구판절판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마음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지 않은가? 자기 혼자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358쪽

어린아이는 모든 어둠에서 괴물의 모습을 찾아낸다. 그리고 천에 하나, 만에 하나는 그 어둠속에 진짜 괴물이 숨어 있을 수가 있다. -361쪽

한번 진짜 괴물을 본 사토미는 모든 어둠에 숨어있는 괴물의 실체가 있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당신은 행복할 수 있다.
뭔가에, 누군가에게 쫓겨 꺄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책상밑에 숨더라도 언젠가는 거기서 나와야만 한다. 나오면 세상은 아직 거기에 있다.-361. 4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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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6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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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괜찮아. 상관없어. 바나나와 밤을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으니까. 떨어져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조합도 있는 거야.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은 있어.
태어났을 때부터 따라붙어 다니는 읽기 힘든 희귀한 성처럼, 아무리 연습해도 극복할 수 없는 서투름과 같이.
어쩔 수가 없는 것은 있어.
그래도 알아 줬으면 좋겠어.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쓸쓸해한다는 것을. 전화를 끊은 뒤 너는 그것을 알아들었을까?
그것을 알고 싶어. 하지만 아는 것은 무서워.-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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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