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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아니, 글을 쓰기 위해 일단 제목을 써 넣었는데... 어쩌면 저 제목도 사실 지금부터 쓰고자 하는 리뷰 내용과 관계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 책의 내용과 제목은 그 주체를 의도적으로 헷갈리게 쓴거야, 뭐야?'라며 괜한 신경질을 부렸었으니... 리뷰제목에 뜨끔한건 당연한것인지도.
어렸을 때 난 상황판단이 빨랐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내 생각을 얘기한다거나 움직임이 빠르거나 하질 못해서 주위 사람들은 전혀 아니라고 기억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색감은 둔했지만 친구가 자랑삼아 보여 준 황미나 작가의 작품 그림을 보면서 어딘가 내가 봤던 만화책의 그림과는 달라보였지만 그저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같이 감탄하고 있을 때 친구가 실상 그 그림은 황미나 작가의 문하생이 그렸고 사인만 해서 보내준거라고 말을 해줬다. 이거.. 내게 뭔가 특별한 안목이 있는거 아냐?
또 언젠가는 내게는 너무 쉬웠던 수학적 숫자에 대한 대답을 정확히 해서 반친구들의 감탄을 자아냈던적도 있다. 개념만 알면 나오는 숫자는 당연한것이었는데, 초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은 0이라는 걸 숫자의 범주에 넣지 않았고 나는 단순히 0을 숫자로 알았던 차이었던 것 같다. - 음..그러고보니 이건 내가 더 틀에 박혀있다는 뜻일수도 있을까?
중학생이 되어 영어를 배우면서는 '어감'에 대한 느낌이 유독 강해서 난 또 내가 언어에 대한 특별함이 있는 줄 알았다. 잘 하지 못하는, 아니 가끔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외국어지만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대방이 하는 말뜻을 척척 알아들어버릴 때도 있다.
난 이런 것들을 내가 갖고 있는 '특별함'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런것이 나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래서 내심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이라는 제목에 혹,해서 내가 뭔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담겨있는 잠재된 특별한 능력을 깨워보시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책을 읽었는데, 지금 책의 마지막 장을 탁, 덮고 나니 '원하는게 뭐였어?'라는 허탈감이 잠시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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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매체로 인해 창의성을 활짝 꽃피운 사람의 예는 수없이 많다. 피아노가 아니라 바이올린, 수채화가 아니라 파스텔, 수학 전체가 아니라 특히 대수학 등. 모든 창의적 과정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개념은 작업하는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흘러나온다. 행운아들은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매체를 찾아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매체를 찾지 못해서 창의적 가능성도 묻힌 채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은 자신에게 창의성이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창의적으로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매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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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은 이런것이었을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가능성과 특별한 재능들은 적절한 방법과 매체를 찾지 못해 묻혀있는 것일뿐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겨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젠 알겠지. 이 책은 내게 어느 한 방면의 특출한 재능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지 않다. 창의력이라는 것은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거나 문화예술이라는 한정된 분야에서의 재능이라거나 기발하고 별난 생각을 표출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다만 누구나 갖고 있는 자신만의 독특함과 특별함, 그것을 즐기고 실행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키워주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게는 그리 낯선 이야기들이 아니었는데, 이 책이 쓰여진 것은 2001년이다. 2002년과 2003년쯤 아마도 나는 평생교육이라는 개념과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주 조금 관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아주 혁명적인 이야기들은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듯 하다.
하지만 2007년인 현재, 제도교육의 변화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실감나지 않고 여전히 '학습'은 논술마저 틀에 박힌 정답지가 유포되고 있는 것처럼, 진정한 창의력의 발휘가 아니라 틀에박힌 성적 우수를 위한 학습이 자행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모두가 읽어보고 생각해봐야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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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람들에게 위험을 무릅쓸 자유를 주는 곳이다. 둘째, 사람들이 자신이 타고난 지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게 해주는 곳이다. 셋째, '어리석은' 질문, '옳은'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넷째, 불손함, 생기발랄함, 역동성, 놀라운 것, 장난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 창의적인 조직의 근본특징에 대해. 인터벌 리서치의 데이비드 리들.(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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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창의적인 조직에 있어보지는 못한것 같지만, 그래도 간혹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 나의 창의력을 꺼내어 툭툭 던져넣은 적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안의 창의력을 일깨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주위의 다른 이들의 창의력을 일깨우는 것 역시 중요함을 깨닫고 그를 위해 실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