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약속
소르주 샬랑동 지음, 김민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죽음을 향해 걸으며 그는 한 걸음씩 죽어간다
친구들의, 아들의,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그리는 것과 바라는 것 속에서
땅속에 파묻어야 하는 몸뚱이는 제쳐두고
망각이 대체 무엇인가, 죽음이 아니라면.

 
   

나는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지루했다.
이 사람들의 약속이 무엇인지 알겠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지도 못했고, 노부부의 일상도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 별볼일없는 듯한 이들의 느릿느릿한 약속 이행과 하루의 일과가 따분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그 '어떤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들의 삶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 책은 내 안에서 뭔가 뭉클한 것을 자꾸만 끄집어 내려 했고 그들의 약속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감동받아버렸다.
지금도 그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죽음을 향해 걸으며 그는 한 걸음씩 죽어간다'는 의미가 결국 '죽음'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나는 ... 죽음을 두려워한다. 내가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으며, 지금도 내가 한걸음씩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을 해 보면 갑작스런 불안한 마음과 두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의 '어떤' 약속이 갖는 의미와 아름다움이 지금도 내게 감동을 주고있는지 모르지.

그들의 약속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 하지 말고, 이 책이 재미있는지,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말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죽음에 대한 책인지, 삶에 대한 책인지, 잔잔한 감동이 있는지,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나도 모른다.
다만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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