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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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가의 석양은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 이건 어쩌면 내가 그만큼의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지만 - 향수로 다가온다.
물론 내가 자랄때는 이미 캔음료도, 코카콜라도 있었지만.
중고 텔레비젼을 산 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텔레비젼을 보려고 장사진을 이루는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일본과의 멀고도 가까운 관계로 인해 아주 오랜 옛날에는 텔레비젼에 문도 달렸었다는 것도 똑같다!
나는 그 드르륵 거리는 텔레비젼의 문을 기억하는 세대다. 지금 어린 아이들에게는 한참을 설명해줘도 모르겠지?

어쨌거나 3번가의 석양은 그런 소소한 옛날의 추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물론 이 책은 옛 추억이나 떠올리면서 과거의 향수에 젖어들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그런 소소한 추억들은 그때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따뜻한 정을 흠뻑 느끼게 해 주는 양념일뿐인 것이다.
아, 그래. 이 책은 일본작가가 쓴 일본소설이다. 그렇다고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이 그들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고 또 아주 많은 부분이 닮아있기 때문에 우리의 옛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처음 나온 캔 음료를 신기해하고, 일본의 역도산이 있었듯 박치기왕 김일이 있었고, 생활이 힘들어 아이를 입양보내야만 했던 아픈 기억을 가진 이들도 있다.  병원에서 뒤바뀐 신생아가 중학생이 되어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되어 두 가족이 형제처럼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 신문에서 한번 읽었던 것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런 에피소드는 향수를 자극하지만 정작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것은 듬뿍 담겨있는 가까운 이웃들의 가족처럼 서로를 대하는 정情이다.

따뜻한 이웃의 정이 담겨있고, 우리 이웃들의 일상들이 가볍게 그려지고 있는 3번가의 석양은 얼핏 너무 잔잔하여 재미가 없다고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 속에는 나름대로 예상치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빤하게 예상되는 결말이지만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한편의 이야기가 또 다른 한편의 이야기와 어떤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그래서 그것은 또 하나의 기나긴 이야기로, 소소한 일상을 품고 행복한 결말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너무 빤한 내용일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4월의 첫 이야기에서부터 감동을 받아버려서 3번가의 석양은 언제나 따뜻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게 느껴져버렸다.

'우주인 대작전. 작전의 목적은 우주인이 지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우주인에 대한 두려움을 줘 버린 잇페이와 요스케의 진짜 목적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 우주인 대작전의 최종 목적. 우주인이 공격해 올 위험성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서 인간들끼리 전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릴 것. 인류 공통의 적을 만들어 놓으면 인간들끼리 전쟁이 없어질 것이고 그러면 지구는 평화로워질 수 있다."

 
   

노을빛 빨갛게 물들어가듯, 이 땅의 모두가 평화로이 물들어가고... 모두의 삶의 모습이 아름다운 일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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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1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정적

오늘 1, 총 91999 방문

 

9와 1로 된 숫자. 맘에 들어.

바보같다,고 미칠뻔했으면서 또 바보짓을 했다. 난 언제면 현명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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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러니까 다른 이들은 내가 감성보다 이성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감성과 감정적인 것은

아, 갑자기 이것저것 자세하게 설명하기가 싫어졌다.

팔월의 마지막 날, 영어를 너무 못해 기분이 화악 가라앉았고.

 

버스에 탄 여자 하나가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들어와서 의자에 기대서서 문자질이었는데, 앞자리에 앉아있는 여자는 가방이 머리를 치고 얼굴을 치는데도 뭐라 한마디 없이 (아니, 투덜대는 소리가 약간 난 것 같기도 하다. 이어폰 꽂고 앉았는데 뭔소리가 들리겠냐고) 가방을 요리조리 피해보는데 피할수있을리가.

왜 똑부러지게 한마디 못하냐,라고 버럭대고 싶은거 참고, 지가 불편한데 내가 나설필요없잖아,라고 버럭대고 싶은거 참고 있다가 결국 한정거장을 가고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문자질인 여자에게 소리질렀다. - 아니,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을꺼다. 하지만 그 소리의 수준이라는 것이 내 귀에만 천둥벼락같았을지도 모른다. 다들 내 목소리가 작다고 하니까. 아무튼 문자질인 여자에게 아주 낮고 무뚝뚝하게 '그렇게 서 있으니까 가방이 자꾸 앞자리에 앉은분 머리를 치거든요' 라고 말했는데, 그 여자는 내 말뜻을 못알아듣는다. (에이씨)'가방 주세요. 들어드릴께요'라고 말하니 손에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철푸덕 내려놓는다. - 문자질이 편해져서 좋아한거다. 그리고 자세를 바꿔 이제는 어깨에 둘러맨 가방으로 내 머리를 칠 자세다. '이것도 줘요' 하고 받아들었으니 다행이었지.

앞자리 여자는 편한 자세로 가고, 문자질 여자는 편하게 문자질 하고... 그랬으면 된건데 나 혼자서만 버럭, 성질내고 싶어진다. 당신은 왜 불편함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그걸 바꾸려는 의지조차 없으며 또 당신은 왜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이 자기만 생각하는건가!

 

 

난 잘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혼자 못났다고 생각하게 되면 살 의욕을 잃어버린다. 아니 틀린말이다. 좀 더 맞게 표현하자면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챙피하고 부끄러워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진다. 내 모든 일상에서.
이런 날은 알라딘의 서재도 없애버리고 싶어지고, 나를 아는 모든이들에게서 나에 대한 기억을 싸그리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당신들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오로지 나 자신이 창피할뿐이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네. 예전같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 뒤집어 써 잠들때까지 누워있었는데 이렇게 툴툴대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2007년 8월의 마지막 날, 뭔가를 하나 남겨보기는 한다.

나는 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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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월 1일
    from 놀이터 2007-09-01 00:15 
    오늘 1, 총 91999 방문   9와 1로 된 숫자. 맘에 들어. 바보같다,고 미칠뻔했으면서 또 바보짓을 했다. 난 언제면 현명해지려나?        
 
 
 

8월의 끝.

그건 다시 9월의 시작.

 

정말 휴식같던 주일학교 방학의 끝.. 이제부터는 또다시 일요일, 오전내내 성당에 있어야 한다는 뜻.

 

 

내가 좋아하는 9월이 왔다.

좋다.

좋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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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없는데,

'기록' 카테고리가 있어서 왠지 뭔가 기록해둬야 할것만같은생각이자꾸강박관념처럼나를불안하게한다.뭔짓이야?

 

- 즐찾 줄이는 짓인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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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8-3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렇게 뭔가 압박하는 것이 있어야 글이 써 지지 않나요?
일기도 그렇고, 그냥 나 둬도 괜찮을 거 같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