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러니까 다른 이들은 내가 감성보다 이성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감성과 감정적인 것은

아, 갑자기 이것저것 자세하게 설명하기가 싫어졌다.

팔월의 마지막 날, 영어를 너무 못해 기분이 화악 가라앉았고.

 

버스에 탄 여자 하나가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들어와서 의자에 기대서서 문자질이었는데, 앞자리에 앉아있는 여자는 가방이 머리를 치고 얼굴을 치는데도 뭐라 한마디 없이 (아니, 투덜대는 소리가 약간 난 것 같기도 하다. 이어폰 꽂고 앉았는데 뭔소리가 들리겠냐고) 가방을 요리조리 피해보는데 피할수있을리가.

왜 똑부러지게 한마디 못하냐,라고 버럭대고 싶은거 참고, 지가 불편한데 내가 나설필요없잖아,라고 버럭대고 싶은거 참고 있다가 결국 한정거장을 가고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문자질인 여자에게 소리질렀다. - 아니,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을꺼다. 하지만 그 소리의 수준이라는 것이 내 귀에만 천둥벼락같았을지도 모른다. 다들 내 목소리가 작다고 하니까. 아무튼 문자질인 여자에게 아주 낮고 무뚝뚝하게 '그렇게 서 있으니까 가방이 자꾸 앞자리에 앉은분 머리를 치거든요' 라고 말했는데, 그 여자는 내 말뜻을 못알아듣는다. (에이씨)'가방 주세요. 들어드릴께요'라고 말하니 손에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철푸덕 내려놓는다. - 문자질이 편해져서 좋아한거다. 그리고 자세를 바꿔 이제는 어깨에 둘러맨 가방으로 내 머리를 칠 자세다. '이것도 줘요' 하고 받아들었으니 다행이었지.

앞자리 여자는 편한 자세로 가고, 문자질 여자는 편하게 문자질 하고... 그랬으면 된건데 나 혼자서만 버럭, 성질내고 싶어진다. 당신은 왜 불편함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그걸 바꾸려는 의지조차 없으며 또 당신은 왜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이 자기만 생각하는건가!

 

 

난 잘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혼자 못났다고 생각하게 되면 살 의욕을 잃어버린다. 아니 틀린말이다. 좀 더 맞게 표현하자면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챙피하고 부끄러워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진다. 내 모든 일상에서.
이런 날은 알라딘의 서재도 없애버리고 싶어지고, 나를 아는 모든이들에게서 나에 대한 기억을 싸그리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당신들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오로지 나 자신이 창피할뿐이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네. 예전같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 뒤집어 써 잠들때까지 누워있었는데 이렇게 툴툴대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2007년 8월의 마지막 날, 뭔가를 하나 남겨보기는 한다.

나는 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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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월 1일
    from 놀이터 2007-09-01 00:15 
    오늘 1, 총 91999 방문   9와 1로 된 숫자. 맘에 들어. 바보같다,고 미칠뻔했으면서 또 바보짓을 했다. 난 언제면 현명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