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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다이어리 - 뉴욕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
제환정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평점 :
나는 사실 책을 읽는 중간 갑자기 눈에 띈 부제에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졌었다. 뉴욕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라고?
언젠가부터 단순함을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은 언어조차 온갖 수식어를 붙여야만 뭔가 말이 되는 것처럼 변해가고 있는거 같다. 물론 나 자신조차 짧고 간결한 단문을 쓰지 못하고 있긴하지만, 괜한 트집은 사라지지 않는단 말이지.
어쨌거나 괜스레 딴지를 걸려고 벼르면서 글을 읽다가 책장을 덮을 때 '뉴욕에 관한 나의 솔직한 일기'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비로소 꿍했던 마음을 풀어놓았다.
나는 뉴욕 다이어리가 '뉴욕'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뉴욕생활자의 일상'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본적은 없지만 수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 이 책에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책에서도 언급되어 한번은 봐줘야 할 것 같은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미국의 드라마 때문인지, 헐리웃 스타들과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유명한 장소들 때문인지,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 때문인지... 이도저도 아니라면 수많은 문화와 민족과 인종이 뒤섞여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 창고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뉴욕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은 할 것만 같은 이유는 뭘까.
가만히 돌이켜보면 파리에 대한 이야기나 도쿄에 대한 이야기, 로마에 대한 이야기, 런던 이야기.. 심지어 시드니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 이야기들이 '도시생활자'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건 굳이 미국의 짧은 역사 어쩌구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야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왜 유난히 '뉴욕'에 대한 로망은 다른걸까?
여전히 내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가깝지도 않고, 일상적일수도 없고... 이제는 어쩌면 환상을 품고 있지도 못하는 그런 딴 나라 사람들의 딴 세상일뿐이다. 그런데 왜 자꾸 뉴욕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뉴욕 생활자들의 일상을 엿보고 싶어할까.
그건 어쩌면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욕망이 숨어있기 때문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일상의 모습과 환경은 다르지만 나 역시 '도시생활자'에 대한 로망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뉴욕 다이어리는 그래서 또 다른 로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여운이 남아버린다.
뉴욕의 특별함, 그러니까 홈리스와 불법이민자, 온갖 범죄와 인종차별까지도 뉴욕에 대한 로망을 지워버리지 못하게 하는 그런 특별함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표현을 하지 못하겠는 것이다.
저자는 짧은 삶의 경험만큼이나 짧은 뉴욕 삶의 경험은 주관적일뿐이며 수많은 한계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그건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뉴욕 다이어리가 '솔직함'을 갖고 있는 건, 그녀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일상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담백한 일기처럼 써놓았기 때문이리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걸 가능하게 해준 건 뉴욕이라는 공간이었다. 불가능한 것 같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넘어지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가르쳐 준 것은"(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