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갉아먹을 수 있는 것임을 새삼 또 깨닫는다.
하필이면 이럴 때, 일주일새에 아버지 응급실가시고 수술하시고,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그곳에서 혈관투석까지하면서 지금까지의 비용만도 수백만원을 우습게 여기며 써버리고 있는 이 때, 보증건이 터졌다.
아니, 터졌다기 보다는 이미 8년전에 아버지가 보증을 선 것에 대해 2년전에 든 적금을 홀랑 가져가버렸다. 저 썩어빠진놈들이.
이것들이 8년전에 연대보증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도 지들이 권해서 아버지 이름으로 어머니가 계좌개설을 한건데(대리인에게 계좌 개설해주는것도 불법아냐?) 예금 만기때가 되니까 그 예금을 보증인에 대한 대출금과 이자까지 해서 지들이 가져간댄다.
법적으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협쪽에서는 채무자의 빚을 불량채권으로 넘겨서 다 끝낸건데, 우연찮게 굴러들어온 천오백만원을 홀라당 먹어버린 셈이고, 그돈은 그 신협직원들이 나눠먹는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돈을 원금만도 아닌 이자의 몇원까지 다 계산해서 가져가는 썩어빠진 것들.
만기 하루전까지만 해도 자기들이 회의해서 원금만 상환처리하고 이자부분은 감면해준다는듯이 얘기해놓고는 만기일 돈 찾으러가니까 입쓸고 돈은 안내준다.
그것만해도 화가나는데, 더 화나는건.
아버지가 보증을 서 준 채무자가, 이런 상황을 전해듣고는 '그 사람들 그 정도쯤 없어도 살 사람들이니까 그냥 그쪽 돈 갖고 처리하라'고 얘기했다는거다. 저, 짐승만도 못한!
돈을 못 갚으면, 그래서 보증인에게 원금에 이자까지 덤태기 씌워서 천오백만원이나 갚게 했다면, 옥수수 먹고 싶어도 하나에 천오백원이라고 비싸다고 먹지않고 차비 구백오십원 아낀다고 땡볕에 걸어다니는 사람에게 '미안하다' 말 한마디라도 해야할처지에. 자기는 돈 없으니까 알아서 처리하라고?
그 자의 자식새끼들이 우리보다 더 잘산다고 들었는데. 정말 입에서 욕나오더라.
그러니까. 보증이라는 건. 돈만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람같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너무 많이 알게된다는 것.
그러니 제발. 난 보증같은 거 안서, 따위의 말보다. 제발. 난 보증같은 거 부탁하지 않을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