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정신을 놨었나봐. 

서재브리핑에 '슬리퍼'라고 떠 있으니, 어 만두언니가 페이퍼썼네,하며 새창을 열었다. 

이걸 차마 덧글로 쓰지 못하고 여기 와서 긁적거리고 있다.  

분명 만두언니라면 오늘 만순이가...하며 페이퍼 올렸겠지? 그러면 다들 재밌다고 깜빡거리며 잊어버리고 실수했던 자기 경험담들을 털어놓으며 한바탕 웃음넘치는 서재가 되었을테고. 

계속 우울한 소설들만 읽어서, 안그래도 웃을일이 없는데 더 우울해지는 것 같네.  

내일은 행복해질 것 같은 글을 읽어야겠어. 근데 뭐가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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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6-1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그래서 슬퍼요.
 

 

 

 

 

 

두근두근 내인생을 읽다보면 검정치마의 antifreeze 가 나온다. 검정치마는 들어본듯하지만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 책을 읽다말고 음악을 찾아 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사운드는 왠지 낯이 익다. 영국과 아일랜드팝을 좋아해서 그런가?
두근두근 내인생과 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이란 느낌은 없지만 음반만 따로 들으면 꽤 괜찮은 느낌이다. 

 

 

 

 

 

오, 나의 남자들!에는 수많은 음악이 나온다. 이 책의 화자인 주인공 '금영'은 이름을 듣는 순간 '노래방'을 떠올리게 하지만 노래방과 별로 친분관계가 없는 나로서는 온갖 숫자들로 표현되는 노래방노래 제목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더구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처음이다.  

 

 아라시가 노래를 조금만 더 잘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의 노래를 지겹도록 반복해 듣다가 어느날 갑자기 뚝, 끊었는데 새삼 다시 듣고보니 익숙함때문인지 무척 흥겨워 좋더라. 싱글앨범은 구매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의 앨범은.. 아무래도 사야겠지?
올해는 우연찮게도 아이돌스타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앨범을 많이 받았다. 박재범 앨범은 겉상자가 까만거라 순간적으로 그새 버전업되어 또 발매한거냐?라고 할뻔했다. 노래를 반복해서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앨범안에 있는 다이어리는 적응이 안된다. 

그리고. 

 

유병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앨범이 아니라 앨범에 실려있는 '가슴이다'만 싱글곡으로 갖고 싶다. 유병열이 있던, 아니 그가 만들었던 초창기의 윤뺀 노래들도 좋아하는데, 지금은 그냥 현재의 윤뺀의 노래가 좋다,라고 할수밖에 없다.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연주보다는 윤도현의 목소리를 더 좋아하니까.   

 

검정치마와 아라시. 음반 구입하면서 덩달아 책도 집어들고 있다. 

 

 

 

 

매그레,라는 이름에서 괜히 친근함이 느껴지는게 이상하다. 며칠 전 모 사이트에서 눈먼 적립금을 받았는데 이 기회에 그냥 화악 질러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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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19, 총 156789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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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졸려 커피를 마셔야겠다, 하고 잠깐 서재에 들어왔는데. 

    이 기록을 내가 잡았으니 나를 위한 책선물을 해야겠군. 장바구니 채우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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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인 2011-06-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28, 총 156798 방문

    조선인 2011-06-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89만 뒤집혔네요. ^^

    글샘 2011-06-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56789되면 제가 선물을 해 드릴게요. ^^

    chika 2011-06-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조선인님 고맙습니다! ^^

    글샘님, 그날이 올때가지 저도 그렇지만 글샘님도.. 지금의 알라디너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서재를 가꿔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성대한 잔치를... ^^
     
    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는 ‘마음씨 곱고 속 깊은’ 우리 옛 그림 68편을 꼽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감상하는, 힘주지 않고 편히 보고 느끼고 읽을 수 있는 그림에세이이다. 정선과 김홍도와 같이 널리 알려진 그림부터 정조와 이하응(흥선대원군)의 놀라운 그림 솜씨, 양기훈과 오명현 등 다소 낯선 화가의 작품까지, 산수화.화훼도.인물화.풍속화는 물론 남녀의 애틋한 정한을 그린 그림들까지 손철주가 꼽은 우리 그림의 면모가 더없이 풍부하고 살갑다. 거기에 돌올한 손철주의 문장이 함께 하니 또 한 권의 ‘명품 그림 책’의 탄생이라 할 것이다.

    ======================= 이제 옛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가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괜히 제목에서부터 마음이 끌린다. 조선의 풍속화를 너무 판에 박힌 것들만 봐서 그런지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로 떠오르는데... 아무튼 이 책은 이달 제일 기대되는 옛그림 에세이. 

     

     

     

    그로테스크의 본질
    그렇다면 이처럼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저자가 규명한 그로테스크의 본질은 무엇인가? 저자는 그로테스크를 유효한 미학적 개념으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여러 예술을 포괄하는 구조로서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구조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생경해진 세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던 것이 별안간 낯설고 섬뜩하게 다가올 때의 갑작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그로테스크의 일차적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경함은 곧 일상적인 질서의 해체, 분명한 영역의 붕괴, 사물의 왜곡 등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생경한 세계를 초래하는 것은 아득한 ‘심연’에서 솟아난 존재들이며 무엇이라 명명할 수 없는 비인칭의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그로테스크는 “미지의 무엇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또 다른 본질을 부여받는다.
    이러한 본질을 지닌 그로테스크를 창작하는 일은, 일차적으로는 결코 명확한 답을 구할 수 없는 아득한 심연의 웃음, 세계를 생경하게 만드는 모티프로서의 웃음에서 시작해 언어의 유희, ‘카프리초’의 유희로까지 이어진다. 그로테스크 창작의 과정에서 때로 예술가는 이런 유희에 지배당할 수도, 자유를 빼앗길 수도 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의 창작은 “불합리한 것을 가지고 유희를 벌이는 일”이다. 이런 유희는 좀 더 나아가 명랑함을 벗어던지고 현세의 이면에서 세계를 생경하게 만드는 암흑을 불러내어 당혹스러움과 공포를 유발한다. 그리하여 은밀한 해방감과 음산한 섬뜩함을 동시에 초래한다. 이렇게 그로테스크의 창작은 “현세에 깃들어 있는 악마적인 무언가를 불러내고 그것을 정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저자는 16세기, 질풍노도 시대에서 낭만주의 시대에 걸친 시기, 그리고 20세기를 그로테스크의 시대로 꼽는다. 그러면서 이 시기는 한결같이 기존의 세계관에 대한 믿음, 안전한 세계 질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던 때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그로테스크 예술에는 합리주의 및 조직적 사고에 대한 강렬한 저항이 깃들어 있다. 그토록 ‘그로테스크한’ 20세기를 지나 21세기의 세계에서 그로테스크는 과연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가를 연구하고 규명하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 ㅎㅎ 그로테스크로 상품검색을 했더니 제일 먼저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가 뜬다. 그래, 나는 역시 그로테스크를 즐기지는 않는게 맞는거 같아. 하지만 주저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그걸 알고 싶고 들여다보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로테스크의 힘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관심을 갖는다. 그로테스크! 

     

    이번 전시는 오르세미술관 최고의 걸작들을 통해 고전주의부터 상징주의에 이르는 프랑스 100년 회화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보고, 더 나아가 당시의 사람들이 꿈꾸었던 시각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오르세 미술관에 직접 가는 것이 최고겠지만. 파리 시민일지라도 날마다 가는 것이 힘들진대. 대신 집약된 19세기의 그림도록이라도 날마다 쳐다보고 있으면 좋겠다. 

     

     

     

    그림 공부’가 곧 ‘사람 공부’일 수 있음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 이 한마디로 나를 사로잡는 책.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 이상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북유럽 디자인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연과 삶을 여유 있게 즐기고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을 생각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역사와 현황, 철학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 디자인도 모르고, 패션테러리스트라고 해도 믿길만큼 센스도 없고. 아무튼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 내가 나를 매치시키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모든것에서 아름다움뿐 아니라 진정한 가치와 철학을 느낄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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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 지혜가 없다면. 제대로 알지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할 것. 

    오랜세월 했던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관두기로 결심한 것도 그때문이었는데.  

    2년전 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그러니까 나 혼자의 일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하지 않는 일들로 인해 수녀에게 한바탕 욕을 듣고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자 동료교사들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풀 수 밖에 없는 나의 대응이 한심해 그걸 견뎌낼 수 있는 사람에게 모든 걸 떠넘겨버리고 교리교사를 관둬버렸었다. 그걸 얘기하면 본당수녀님을 욕하는것밖에 안되어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느끼고 있는 어른 교사 두분에게만 말씀드리고 말았었지. 사실 한두달은 주임신부님께도 죄송하고 책임감없는 사람으로 비춰져 속이 상한것도 사실이었지만. 

    물론 두어달쯤 뒤 다른 선생님을 통해 모든 사정을 들으신 주임신부님께서 오히려 내게 시간을 주시고 성급히 내린 나의 잘못된 행동도 다 이해해주시고 내가 다시 교리교사가 되기를 기다려주셔서 다행이었지. 

    그런데. 

    작년. 또 일이 이상하게 꼬여 교리교사를 못하게 되었고 올해는 더욱더 엉망으로 일이 꼬여 교리교사를 못했다.
    신부님, 수녀님, 다른 교리선생님들 앞에서는 대표교사가 내게 다시 교리교사를 청하겠다고 말하고서는 내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대표교사가 나를 회피하고 있다고 느꼈고 완전히 마음을 접은 후, 내게 많은 기회를 주셨던 주임신부님께는 내가 더이상 욕먹을 만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대표교사가 나를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올해는 교사를 하지 못할것같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대표교사는 나를 설득했지만 내가 모두의 말을 무시하고 교사를 안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주임신부님은 현재 대표교사의 자질에 대해 의심하고 있던터라 내게 별말씀 없이 막바로 보좌신부에게 나를 꼭 교리교사 하게 해야한다고 말씀을 하셨고, 지난 2년여간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보좌신부는 또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고. 

    나는.... 정말 아이들이 좋아서 오랫동안 교리교사를 했던 것밖에 없는데 왜 그것과는 상관없이 다른 관계들때문에 계속 오해를 받고 힘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보좌신부에게 그간의 일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는 대표교사가 좀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을뿐이라고 말을 했고 ... 결론은 주임신부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고 보좌신부는 그 의향에 따라 내가 교리교사를 하면서 관계들을 잘 풀고 교사회에도 도움이 되주었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고 나는 기꺼이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한달전부터 교리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한달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대표교사와는 조직내에서 일로도 실망을 하고, 그 품성에 대해서도 실망을 했고 이제는 감정마저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더구나. 엊그제는 드디어 지도수녀와도 일이 터졌다. 작년에 내가 2학기부터 교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주일학교에 왔는데, 지도신부와 지도 수녀에게 먼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욕을 먹었더랬다. 내 입장에서는 대표교사에게 그 얘기를 전했고, 지도신부와 수녀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인사시키는 것은 대표교사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나의 잘못이라고, 오랫동안 교사를 했던 사람이 절차도 모른다며 막말을 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일학교 대표교사에게 의사전달을 했으면 그 다음은 이미 조직되어 있는 그들의 문제인 것 아닌가 말이다.  

    아, 어쨌거나 작년에 그렇게 자기에게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고 승질을 부렸던 지도 수녀가 엊그제 교사회의에서 나보고 작년에 수녀원으로 직접 전화해서 교사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으면서 중간에 교사를 하게 되어 여름신앙학교도 개인사정으로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막 뭐라 하는거다. 공적인 회의에서 할 얘기는 아닌것같아 회의가 끝나고 말씀드린다고 하고 나중에 수녀를 찾아갔는데, 사무실에서 조심스럽게 '수녀님, 바쁘신가요?'했더니 눈도 안마주치면서 '바빠요'하고 횡하니 지나친다. 그러다 갑자기 분이 터지는지 다시 홱 돌아서더니 먼저 말을 꺼낸다. 내가 전화한걸 정확히 기억한다고. 

    작년엔 말도 하지 않았다고 욕을 해대더니, 올해는 내가 작년에 전화를 걸어 교사하고 싶다는 얘길 했다고 사람을 잡는다. 정말 어이없었지만 전화를 한 당사자는 내가 아니라고, 혹시 다른 교사와 착각하시는거 아니냐고 말을 하는데 아주 단호하게 자신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내가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나와 얘기할때는 모든 걸 다 기록해놔야겠다고 말을 끊는거다. 아, 상대할 가치가 없는. 

    오해가 풀리면 그냥 에피소드로 넘기려고 했는데 이건 완전 막장인격도 아니고. 이렇게 벽을 쌓아놓고 자기 선입견으로 자기얘기만 하는 사람과 뭐하고 있나, 싶어 대화의 시도를 멈춰버렸다. 한달동안 대표교사와의 일도 있었고, 그날 교사회의에 지난 주 행사평가를 하면서 대표교사가 내게 아무런 역할분담도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아이들을 챙기며 종일 행사장에서 함께 했는데 평가는 '나이든 선생님도 함께 했으면'...이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함께 하지 않은 선생님들에 대한 것도 아니고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지들이 함께 하자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왕따를 당하는것도 모른척하면서 하루종일 고생했는데 그따위 평가나 하고 있으니, 내가 교리교사를 할 의미를 못느끼겠다. 행사전 준비회의를 하면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여러가지를 얘기했음에도 그건 하나도 귀기울이지 않고 무시하더니. 그래서 당일 남학생들이 지도교사도 없이 얼쩡대고 있는 걸 내가 인솔하고, 내가 경기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을 챙겨줄 담당 교사가 필요하지 않냐고 할때도 경기에 뛰지 않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으니 그런거 필요없다고 단언을 하더니 당일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은 그 교사들의 눈밖에 난 버려진 자식들처럼 겉돌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 줄다리기 같은 단체경기에라도 집어넣을 수 있는 권한이 내게는 없음이 한스러웠을뿐이다. 매시간마다 걔네들 옆에서 간식챙겨주고 자꾸 말을 건네주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었을뿐. 

    그런데 그런 내게 지도수녀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것처럼 보이는 건 당연한거 아니냐고 했다. 교사회에서 최고연장자인 선생님이 계신데 그분하고 내가 둘이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다른 선생님은 왔다갔다 뛰어다니며 고생하는데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앉아있는것처럼 보이는건 당연하다고. 내가 그 선생님하고 둘이 나란히 앉아있었던건 전체가 다 모여 응원할때와 밥 먹을때뿐이었는데? 그렇게 따진다면 내가 본 수녀님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다 나눠주지 않은 간식을 혼자 욕심쟁이처럼 먹던 모습과 아이스크림 못먹은 애들을 챙겨주려고 내가 아이스크림을 꺼내려하니까 다 줬는데 왜 또 아이스크림을 꺼내냐며 구박하던 모습뿐인데? 냉장고도 아니고 아이스박스에서 녹히는것보다 원하는 애들에게 다 나눠주는 것이 좋을뿐더러 먹지 못한 아이들이 달라고 해서 꺼내주는데 교사에게 그걸 꺼낸다고 구박하다니. 내가 하나라도 먹으려고 집어들었으면 하는 일 없이 처먹기나 한다고 했을까? 떠올리다보니 감정이 슬슬 올라오고 있다. 

    징하게 일기를 한번 써봐야지 하고 앉았는데 이건 그냥 감정풀이일뿐인것 같다. 아니지. 이렇게라도 풀어놔야 내 속이 좀 풀릴 것 같으니 헛된 뻘짓은 아닐꺼야. 

    대표교사뿐 아니라 지도수녀의 태도, 동료교사들의 태도와 마음,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내 마음 역시 이젠 완전히 닫혀서 더이상 교리교사를 할 의미가 없다. 교사회에 나의 경험들이 도움이 될까 싶어 함께 했지만 회의에서 내 말은 무시되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결정이 난 일들조차 대표교사가 자기 맘대로 바꿔버리는 상황에서 나는 그들의 변화를 위해 애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투쟁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애정이 있고 그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데. 내가 교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마음은 전혀없다. 그럴만한 가치도 못느끼고 그 가치없는 일에 내 시간과 마음을 투자할 필요가 없으니. 당장 교사회를 관둬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주임신부님께 했는데, 주임신부님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함께 해야한다고 하신다는거다. 내가 말씀드린 내용들을 어느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걸 바꿔보려고 나를 굳이 교사에 추천하셨다는거다. 그리고 보좌신부와 다시 얘기하라고만 하시고는 면담을 끝냈다. 나는 솔직히 주임신부님의 눈밖에 나고 싶지 않아서 모든 걸 말씀드리고 이해를 받은다음 깔끔하게 교사회를 관둘 생각이었는데 뭔가 꼬였다. 

    더구나 주임신부님과 면담하는 걸 지나가며 본 수녀가 또 당장 내게 전화를 한거다. 전화통화는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그런거다. 자기하고의 문제거나 교사회 내에서의 문제라면 당사자와 얘기를 해야지 왜 주임신부님께 말씀을 드려서 일을 크게 만드냐고. 또 어이가 없어진다. 내가 하지도 않은 전화를 했다고 우기면서 나와는 더 이상 얘기할것이 없다는 식으로 대화를 일방적으로 끝내고 가버린게 누군데 또 자기하고 얘길 안했다고 화를 내냐. 그러면서 당신은 또 있는그대로 주임신부님께 말씀드린댄다. 제발 그래주시라. 있는 그대로. 당사자가 전화건적도 없다고 하는데 계속 거짓말 말라고 우기는 짓 같은 건 하지 마시고.  

    지도 수녀의 표현대로 내가 일을 크게 만든거라면 기왕에 터진거 확실하게 다 까발리고 관두면 나도 편하지 뭐. 내가 교리교사 하고 싶어 환장한것도 아니고. 처음엔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들었지만 이제 2년이 지나고 있으니 나도 교리교사 안하고 주일날 하루종일 쉴 수 있어 편할뿐이야. 내가 아쉬운게 뭐 있다고 싸우고 욕먹고 시간뺏기고 휴일 쉬지도 못하면서 교리교사를 하겠냐. 그래, 사목은 당신들의 일이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라. 나는 내 얄팍한 신앙이나 지켜야겠다. 아니, 뭐 얄팍하다고 할만한 신앙도 없지만. 

     

    이 모든걸 알지 못하는 사람의 눈에는 내가, 한달동안 반짝하고 교사한다고 설치다가 뜬금없이 관둬버리는 무책임하고 경솔한 사람으로 보이겠지. 나는 성당이라는 곳에서도 얼마나 많이 사람들을 씹어대고 헐뜯는지 알고 있기때문에 내가 무수히 뜯길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뭐 어쩔건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성당에서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밖에.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제발 침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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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07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