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과 나의 일상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3시의 나]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느끼게 되었어. 사실 나는 평소 책을 좀 많이 읽는 편이잖아? 그래서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걸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면 책을 읽게 되더라'고 말을 하면 다들 한마디씩 하곤 해. '네가 책을 좋아하는게 아니면 누가 책을 좋아하는거냐?'라고.

 

그런데 어떻게 하면 책을 그렇게 읽을 수 있냐고 묻는데, 가만 생각해봐.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날마다 밥을 먹을 수 있어? 라고 물으면 그 대답에 진지하게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책이란 것이 그런거라고 생각해. 배고프면 밥을 먹고, 배가 불러도 밥을 더 먹고 싶을 때가 있고 때로는 입맛이 없어서 건너 뛰기도 하고.

그래도 다들 밥과 책은 다르다고 해. 물론 다른거야 맞지. 하지만 '3시의 나'를 읽고 나면 '책'이라는 것이 꼭 문학이라거나 인문학이라거나 어려운 것을 읽지 않더라도 조금씩 재미있게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내 생활의 변화가 생겨날 때, 어느덧 내 옆에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가 1년동안 매일 오후 3시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답게 글과 일러스트로 그 기록을 남겼다. 처음의 결심을 뭔가 한가지를 하기로 결심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일정한 시간이 되면 그것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생활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아서 일정한 시간에 날마다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하기로 생각을 바꿨고 그 결과물이 바로 `3시의 나`인 것이다.

일기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날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같지만 하루하루는 또 날마다 새롭다. 그리고 또 그것은 1년이라는 시간속에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생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후 3시의 기록 역시 그날 하루하루의 일상은 별것아닌것처럼 느껴지는 사소한 일들의 기록이지만 그 안에서 오늘의 3시를 살아가는 시간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대충 그려넣은 듯한 일러스트와 별것도 아닌 일상의 기록이 아주 재미있지만은 않지만, 작가의 기록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나자신의 기록을 그려보게 된다. 한동안 날마다 같은 시간, 그러니까 시간이 되는 대로 쓰던 일기를 저녁 11시에 맞춰 쓰게 되면서 하루를 되돌아보게 되었던 시간은 내게 그날 하루의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에 `3시의 나`는 그것으로도 큰 의미가 되어준다. 하루하루의 일기가 시들해져갈즈음, 나도 프로젝트처럼 매일 일정한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해볼까... 생각도 해보게 되고. 그러면 아마도 날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똑같은 일상인 듯 하지만 전혀 다른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만큼 나의 일상이 소중해지고 좀 더 애정어린 마음으로 나의 하루를 돌아보게 되리라는 것도 기대하게 된다. 왠지 생각만으로도 설레이게 되는 그런 마음은 `3시의 나`가 전해준 기분좋은 느낌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3시를 기록하게 되면서 나의 하루 하루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한거야.

그런데 저 초라하고 조악하게 생겨먹은 잡목그림 보이니?

[3시의 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답게 일러스트가 한가득이야. 그래서 나도 조금씩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뭔가 좋은 거 없을까 막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이 책을 발견했지. [일러스트 레슨]

 

'일상을 바꾸는 즐거운 그리기'가 부제로 되어 있을만큼 정말 일상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만 같아.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미즈타마의 그리기 노하우가 담겨있는데,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따라 그리고 싶어지는 귀여운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를 그려넣음으로써 표현이 풍부해지고 메모 한 장이라도 괜히 더 정성스럽게 써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 꼭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 책의 한쪽 공간에 따라하기도 나와있고, 일러스트를 찻잔받침이나 카드, 포장지에 활용하는 법도 나와있고 그래서 완전 다양하게 써먹을 수가 있는거야.

왠지 너도 따라해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지 않니? 난 책을 보는 순간 막 그렇던데.

그래서 3시의 나,는 자꾸만 이렇게 캐릭터들의 집합장소가 되어버리고 말기도 해. 앗, 근데 실제 책에 나온 일러스트 캐릭터들은 완전 귀여워. 나의 엽기스러운 작품들을 보면서 실망하면 큰일나는 거 알지?

 

 

 

 

 

 

 

 

 

 

 

 

 

이건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야? 일상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야, 뭐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돼? 날마다 책읽기가 쉬워? 라면서 '나는 책과는 담 쌓았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집어들고 조금씩 자신의 생활과 책의 이야기를 섞어보기 시작해 봐. 그러다보면 어느새 책이 한 권 두 권 쌓여가지 않을까? 내 연습지가 쌓여가듯말야. ㅋㅋㅋ

 

 

 

 

 

 

책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보물지도'야. 내 안에 있는, 또 이 세상 곳곳에 있는 수많은 보물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지도. 어떤 보물지도를 갖게 될지, 같은 보물지도를 보면서도 각자가 얻는 보물은 또 다를지도 모르고, 내가 미처 해독하지 못한 보물지도는 시간이 흐른 뒤 엄청난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하는 그런.

그리고 [3시의 나]를 읽은 후에는 카프카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구나. 너도 알지? 내 카톡 프로필에 있는 문구말야.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그렇게 나는 변화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야.

그러고보니 어느 덧 올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네.

2013년, 올 한해를 생각하면 넌 뭐가 제일 먼저 떠올라?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금방 떠오르는 게 없는거야. 나는 정말 단순해서 오늘 드라마 '상속자들'이 결국 마지막회를 맞이하는구나, 라는 생각만 떠오르고 있으니 어쩌면 좋으니.

사실 상속자들 보면서 주인공은 김탄과 차은상인데 왜 나는 자꾸만 최영도가 멋있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 그 절정은 영도가 내뱉은 대사가 아크라 문서의 인용문이라는 걸 알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 너도 그거 아니? 파울로 코엘료의 '아크라 문서'말야.

"그대의 적은 손에 칼을 든 채 그대와 맞선 사람이 아니라 등 뒤에 칼을 숨기고 그대의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 대사는 최종회를 앞두고 어제 김회장이 쓰러지면서 칼날을 숨기고 있던 호적상 부인 (그녀가 이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권력과 재산때문인거지) 제국학원이사장이 반역을 도모하는 것으로 끝나고 있어서 더욱더 영도의 그 대사가 완전 마음에 남아버리는거야.

 

 

 

아니, 그런데 책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드라마 얘기만 하고 있냐고? ㅎㅎ (알잖아, 나 뜬금 대마왕인거. ^^)

 

근데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도 얼마나 많은 책이 나왔다고.

 

제국고등학교 아이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토론 수업을 하고, 김탄이 차은상을 생각하며 '꼭 같이 사는 것처럼'이라는 시집을 읽고, 잠적해버린 차은상이 서점 알바를 하면서 '원더보이'를 읽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니?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소품인 책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있는 복선, 암시, 은유...로 다가오는 책들이야.

드라마 한 편도 이러한데 2013년, 한 해를 생각해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나 개인적으로만 봐도 어머니가 드디어 퇴원을 하셨고, 조카는 대학생이 되어 미쿡으로 들어갔고, 독자모니터링한 책이 두 권이나 출판되어 나왔고.... 그런데 이 연결되지도 않는 것 같은 짧은 문장 하나 만으로도 나의 주변 환경이 좀 그려지는 것 같지 않아?

그런데 나는 얼마전에 한 해를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역사인문서를 한 권 읽었어.

 

 

역사인문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흔들어대니 당연히 읽어볼 생각도 안했겠지? 그런데말야 이 책은 니가 틀에 박혀 생각하는 그런 역사책이 아니라는거, 모르지?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는 1913년 당시 이 인물들의 행적을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하여 치밀하고 정교하게 복원한다. 그는 3년에 걸쳐 전기,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신문 등 수많은 인물들의 방대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재구성하여 1913년 유럽의 한 해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되살려냈다.

동시대의 유명한, 영향력있는 역사속 인물들은 모두 다 소환된 느낌이야. 그런데 그것이 역사적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첫 작품 출간되었다거나 프루스트의 역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출판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가 스물네살이 되었다거나 프로이트가 1인당 진료비로 그의 하인들이 받는 한 달 급료에 맞먹는 금액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게 뭐가 재밌겠냐고? 너는 '콜라주'라는 거 알지?

얼마 전에 피카소 샤갈 전에 가서 본 작품들 중에 판형이 커다란 콜라주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구석구석 각자 연관되지 않은 그림들이 마구잡이로 붙여진 것 같은데도 전체적으로 색감이 어울리고 하나의 통일된 작품처럼 느낌있게 다가오는거야.

[1913년 세기의 여름]은 바로 그 콜라주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거지. 책을 읽어보면 너도 그 느낌을 알 수 있을거야. 역사 인문이라고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읽어봐. 어쩌면 나보다도 더 이 책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지, 뭐. ^^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봐요. 나는 내가 본 것을 포착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고 배우고 성장하고 이해하고 하늘과 친해지라고 격려해요. 정말로 훌륭한 관측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우선 행성 관측부터 시작해야 해요. 거기서 인내심을 배울 수 있거든요. 시간을 충분히 주었을 때 사람들이 스스로 보는 법을 터득하는 걸 보면 정말 놀라워요. 시간, 시간, 시간, 이거야말로 관측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적 요소예요. 방정식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지만요."(84-85)

 

 

이건 우주를 느끼는 시간에 나온 말이지만, 왠지 책을 읽고 느끼는 시간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아?

우연찮게 선물받은 [3시의 나]에서 시작된 나의 일상의 기록은 나의 역사의 일부가 되었고, 문학이든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내 역사의 일부인 일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어떻게 날마다 책을 끼고 살아? 라는 물음은 정당하지 않은거야. 알겠지?

왠지 이제 머잖아 너도 책과 꼭 붙어 사는 사람이 될꺼같은데말야.(씨익)

 

 

˝볼 수 없는 것을 보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좌절을 수없이 경험했지요. 우주는 늘 우리의 코를 납작하게 해요. 이제 뭘 좀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주는 우리에게 분수를 깨닫게 해요. 하지만 우주는 아주 아름다워요. 우리는 허리케인에서 나선 구조를 보고,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에서도 나선형 소용돌이를 보고, 은하들에서도 나선 모양을 보지요. 이 모든 것은 자연에서 연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인데, 그걸 보면서 살아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고 느껴요. 모든 것은 아주 섬세한데, 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 섬세한 게 보여요. 우리는 아주 경이로운 세계와 경이로운 우주에서 살고 있어요. 내게 그것은 눈에 보이는 세계이고, 나는 단지 그것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 (우주를 느끼는 시간,128)

그러니까말야, 자, 일단은. 눈에 보이는 책의 세계부터 바라보기 시작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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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일본여자들처럼 - 매일 채소를 찾게 되는 놀라운 변화
강한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기본적으로 고기를 구워먹는 자리에 가서도 고기를 먹기보다는 곁들여 나오는 야채를 더 많이 먹는다. 고기 한점도 꼭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고 파지는 기본 두세그릇을 먹고 마늘도 더 달라고 해서 구워먹어야 한다. 식구들과 가면 고기는 안먹고 마늘만 집어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자주 가는 단골 고깃집 사장님은 우리가 가면 고기는 적게 먹고 야채만 많이 먹어서 매출이 안오른다고 대놓고 싫어할 정도다. 오늘도 식사약속이 잡혀 호텔뷔페를 갔는데 내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샐러드바와 베트남 쌀국수코너다. 야채를 듬뿍 넣어 말끔한 국물과 같이 먹으니 든든하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러니 '채소'라는 말에 시선이 확 꽂히지 않을수가 없다. 사실 일본 음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채소 요리라고 하면 꽤 발달해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식 돈까스를 먹을 때는 양배추가 수북이 쌓여나오고, 나베를 주문해도 달걀에 양파가 수북하게 담겨있으니 기본적으로 우리가 밥과 김치를 먹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야채를 먹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맛나고 건강하게 챙겨먹는 일본의 채소 습관은 어떤 것인지 꼭 배우고 싶었다. 채소요리라고는 겨우 생으로 쌈을 싸 먹거나 굴소스 양념에 달달 볶아서 먹거나 카레나 찌개에 넣어 먹는 것 밖에는 알지 못하는 내게 이 책은 채소 요리의 지평을 넓혀주고 새로운 신세계를 보여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넘쳐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세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첫장은 채소가 왜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은데 그렇다고 무작정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채소를 어떻게 해서 먹는 것이 좋은지, 서로 어울리며 영양을 상승시켜주는 조합이 되는 채소와 요리법, 제철 채소의 영양 등에 대해 자분자분 이야기하고 있다. 두번째장에서는 일본에서 채소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7명의 일본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채소 요리와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집에서 간단히 해 볼 수 있는 레시피도 적혀있어서 색다른 채소요리를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채소들을 언제 사러 시장에 가볼까 궁리중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장에서는 채소에도 트렌드가 있다며 채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는 새로운 이론들과 식용법이 담겨있다. 채소라고 하면 일단 먼저 슬로푸드, 건강식, 친환경이라는 말들이 먼저 떠오르듯 채소의 트렌드라는 것은 이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워낙에 채소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여러가지 면에서 영양도 좋고 서로 궁합을 이뤄 맛도 좋은 요리가 되는 레시피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내 마음이 더 뿌듯해진다.

 

조금 아쉬운 것은 우리가 흔히 구할 수 있는 지역 채소와 제철 채소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그리고 그 채소를 이용한 요리레시피가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외국의 채소들과 품종 개발된 채소들을 맛보는 것도 좋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유통거리가 길지 않은 우리 고장의 채소를 즐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냉장고에 항상 구비되어있다시피한 양파, 당근, 양배추, 단호박, 마늘, 고추, 대파... 이런 재료들을 이용해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있다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오늘은 야채전이나 해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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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로
롭 리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어 제로,는 말 그대로 '원년'을 이야기하는데 외계에서 지구의 음악을 듣고 황홀경에 빠져들어 수많은 외계 생명이 죽음을 맞는 등 엄청난 사건이 생겨난 해를 말하고 있다.

사실 1977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락과 팝이 어떤 것인지 그리 감이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노래 중에 친숙하게 들리는 노래도 있고, 한때 아이돌이었던 음악가들에 대한 추억도 떠올려보는 시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검색의 힘을 빌어 찾아봤더니 1977년, 대학가요제가 처음 시작되었고 그때 대상곡은 들어보면 알 수 있는 '나 어떡해'였다. 사실 이어 제로를 읽는 느낌은 그런 것이 아닐까? 지나온 시절에 대한 추억, 그중에서도 특히 음악에 대한 헌정.

 

예전에 나사인지 어디인지 우주를 연구하고 외계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에서 끊임없이 우주로 전파를 보내는데 그 중에 지구음악을 전송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어 제로의 시작은 전혀 위화감없이 자연스럽게 지구의 음악을 접한 우주인들이 지구로 찾아 올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만다. 영화 맨인블랙이 뜬금없으면서도 그저 우리의 일상인 듯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하달까? 우주의 한구석 일부에 속하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외계인과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며 웃고 즐기다보면 그 안에 담겨져있는 인간세계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넘쳐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내게 이어 제로는 그 풍자와 해학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조금 어렵긴 하지만. 사실 이 책에 언급되는 음악가들과 노래를 너무 많이 모르고 있는탓에 그 재미가 좀 줄어들기도 한듯하고.

하지만 기술과 발전의 최첨단을 걷는 외계의 고등생명체들이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자극한다. 저작권 침해와 엄청난 부채로 파산위기에 몰리게 되어 빚청산을 하느니 지구를 파멸시켜버리는 것이 낫다는 세력이 생겨나고, 그로부터 지구의 위기를 지켜내기 위해 지구의 영웅들이... 라기 보다는 유명 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들 밑에서 2선 변호사로 있으면서 실적이 없어 해고의 위기에 놓인 닉 카터가 등장해주신다.

 

여기서 잠깐. 저자 롭 리이드는 백스트리트보이즈의 팬일까? 아니면 단지 그가 이어 원이라는 글을 쓸 당시, 한참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백스트리트보이즈였기에 주인공 변호사의 이름을 닉 카터라 한 것일까?

책의 내용을 떠올려보며 다시 키득거리고 있는데, 문득 독일 여행을 갔을 때 벼룩시장에 가서 그들의 앨범을 하나 산 기억이 떠오른다. 도어즈의 앨범이 보여서 기웃거리는데 무뚝뚝한 독일 아저씨는 팔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면서 나를 박대하는 듯 했고, 가격도 만만치않게 비싸서 그냥 기념이나 해야겠다 싶어서 그 옆에서 백스트리트보이즈의 앨범을 샀는데, 그걸 판매한 아저씨는 왠 동양애가 아이돌 음반을 사서 좋아하나보다,라는 표정으로 만족한 웃음을 띄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그냥 친근감있게 이어 제로에 빠졌는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과연 닉 카터는 어떤 대활약을 하게 될 것인지, 기대하며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나의 얄팍한 상상력은 책보다도 영화로 이어 제로를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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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효과가 크기 때문인지, 기계사용의 증가로 시각 자극이 많아져서 그런것인지.

일상적으로 글보다 그림을 끄적거리는 것이 더 많아진 듯 하다. 그래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나의 그림묘사.

저 만만한 사계절 일러스트는 보고 따라 그리다 보면 좀 창의적인 자극이 생겨날까?

다이어리도 그렇지만 편지, 카드에도 활용할 수 있고 선물할 때 간단한 소품을 만들때도 유용할 듯 하긴한데...

 

 

 

 

 

 

 

 

 

 

 

 

멋지고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나는 세밀하게 스케치 연습을 먼저 해야하겠는데 세밀화나 사실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무작정 일러스트가 아니라 기본적인 스케치와 드로잉을 할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

 

 

 

 

 

 

 

 

 

 

 

 

 

 

아침 일찍 책 주문하려고 했는데 완전히 까먹고 다른 일만하다가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벌써 열두시.

충동적으로 책구매를 하려고 했는데 이것도 잠깐 시간을 두고 다시 주문하려고 보니 지금 당장 구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춤하게 되네. 그러니까 충동구매는 그 순간을 잘 넘기면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오늘은 책 주문 말고 책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둘 다 못했어. 이래도 되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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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Sunny 1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오주원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써니,의 의미는 무엇일까?

엉뚱하게도 난 몇년 전에 개봉되었던 한국 영화 써니를 먼저 떠올렸다. 써니,라고 하면 왠지 촌스러우면서도 밝고 환한 태양과도 같은 명랑함과 꿋꿋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왠지 모를 씩씩함 같은 거 말이다. 어쩌면 그 느낌은 마츠모토 타이요의 써니에서도 비슷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가 그려낸 작품에서 써니는 사람이 아니라 버려진 고물자동차이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써니는 '별아이'라는 보육시설의 마당에 버려져 있는 고물 자동차를 일컫는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써니를 놀이터의 놀이기구를 타듯이, 자기들만의 아지트처럼 여기며 그 안에서 일상을 보낸다. 무료할때도 외로울때도 즐거울때도 슬프거나 행복할때도 써니를 찾아가겠지? 그렇듯 써니는 별아이에 사는 아이들의 둥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민간사설 보육시설인 별아이에는 여러 사정에 의해 맡겨진 아이들이 살고 있다. 부모가 전혀 찾아오지 않는 아이도 있지만 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엄마와 만나는 기쁨보다 짧은 시간을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슬픔이 더 커서 엄마를 만나는 날이 기쁘지 않다는 아이도 있고, 술마시고 도박하며 돈을 날리고 아이를 팽개치듯 놔버린 아버지와 어느곳에 있는지 모를 엄마를 둔 아이도 있다. 그들 각자의 사정만이 그 아이들의 모습이 슬퍼보이는 이유인것은 아니다. 은근히 느껴지는 따돌림과 차별... 왠지 그것이 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예전에 알던 보육시설에 있었던 수녀님 한 분은 아이들이 학교에 수녀님이 찾아가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고 말했었다. 수녀님은 조금 특별하게 보여서 학교에 수녀님이 찾아오면 누구를 찾아왔는지 소문이 나고 그 누군가는 보육시설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어린 시절에 읽었던 올리버 트위스트가 있던 고아원은 19세기의 과거 이야기일뿐 현재에 그처럼 혹독한 곳은 없으리라 알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가 없거나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의 고독과 차별감은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별아이들, 써니를 일상의 보금자리로 삼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미화시키지도 않고 악화시키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뿐인데도. 그 아이들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

"어른이 되믄 뭐가 될 긴데?" "스파이에 레이서에 복싱 챔피언"

 

마츠모토 타이요가 그려내고 있는 아이들의 일상은 어둡고 암울하고 반항적이다. 게다가 몇몇의 컷은 불량스럽기까지 하다. 만화가 이렇게 어두워도 되는걸까, 싶어지지만 어느새 그의 작품에 빠져들어버린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 넘어가는 불량스럽고 암울한, 마이너의 포스가 풍겨나오는 이 그림 컷 하나의 너머에 보이는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서일까.

별아이들의 다음 일상이 기다려진다.

 

"밤에 울고 싶어지면 우짜노?" "난 노래 부른데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며 소리지르고 싶어질 때, 불안해지거나 알 수 없이 슬퍼질 때도 나는 이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밤에 울고 싶어지면 노래를 부른대. 나도 노래를 불러볼까?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온갖 것들을 잊기 위해,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버리게 하기 위해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별아이들처럼 크게 소리내어 부르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으로라도 가락을 흥얼거리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러고보면 써니는 불량만화가 아닌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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