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눈도 침침해져서 바느질하기도 힘든데... 왜 요즘들어서야 바느질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자수,라고 하면 십자수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십자수가 아니라 동양자수이고, 집에서 쓰던 천에 수놓여졌던 것 역시 꽃자수가 많았어. 새삼 이런 것들이 좋아지고 있어.

그런데 그보다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은 식물가꾸기. 어제도 장애우후원 일일까페에 갔다가 차는 안마시고 화분만 사들고 왔다.

올해는 바이올렛을 꼭 사고 싶었는데 오일장에도 없고, 화원에도 안들어오고... 올해는 베고니아의 해인가봐. 베고니아는 많이 보이더만.  코딱지만한 마당에 잡초만 무성하지만 감나무가 조금씩 무성해지고 있고 혹시나 해서 뿌려둔 호박씨가 싹을 틔웠다. 그리고 결명자와 둥굴레가 잡초처럼 조금 자라고 있는 중이고. 부지런해야 화초를 잘 키우는데, 아직은 게을러터져서 많이 죽여먹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겠지.

은퇴를 앞두신 신부님께서 식물을 가꾸면서 노후 생활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셨는데 그분은 그저 취미삼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장애우들과 화초를 가꾸면서 보람있는 일도 하신다고 하니 정말 본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상당히 극과 극을 달리는 듯한 책들이 떠올랐다. 미국의 목가,는 읽어본적이 없어서 어떨지 잘 모르겠는데 분노의 포도가 떠올랐다. 물론 작품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연관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인상이 이런걸 어쩌겠는가. 사사롭지만 좋은 날,은 그냥 소소하게 읽은 책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한편으로는 고생없이 무난하게 자란 이십대 청춘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해서 약간 보류처럼 미뤄둔 책.

공감이 가는 부분들에 대한 인상보다는 어느 하나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걸린다. 물론 그것은 나의 경험과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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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1 - 참이슬처럼 여린 서른한 살의 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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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또 '낢'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른 때보다 더 기대가 되었다. 그것은 '참이슬처럼 여린 서른한 살의 나'라는 부제가 딸려서,가 아니라 그녀에게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남자친구와의 만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낢의 이야기에 이렇게 관심을 가졌었지? 라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그냥 후다닥 책을 펼쳤다. 만화가,라고 통으로 쳐서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지만 그래도 카툰작가의 연애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 충만으로 책을 펼쳐들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오류를 범할 새도 없이 그냥 낢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남의 연애사에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려고 하다가 그냥 낢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 남의 연애이야기만 놀리듯 보려고 했다가 새삼 깨닫는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낢이 사는 이야기'인 것이다.

 

'참이슬'처럼 여린 서른한 살의 낢은 연애가 시작된 이야기인 달콤 쌉싸름한 어른의 맛으로부터 시작하여 어른의 취향, 어른의 기술이라는 장에서 그녀의 생활이야기와 추억을 통해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그녀는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아버리게 되는데 낢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와는 다른 의미에서 '어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미 오래전에 지나쳐 온 서른한 살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왠지 아직도 그만큼의 품격을 지닌 어른이 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제 우연찮게 신부님 한 분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제 은퇴를 생각하며 그 이후의 삶을 생각하시는 말씀에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신부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 안에 신자들에게 말로만 일을 시키는 신부가 아니라 직접 먼저 몸으로 실천하며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 시골 본당에 계시는 그 신부님은 어느 신자분이 장애우들을 위해 써달라는 헌금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시다가 땅을 구입하셨다고 했다. 금세 써버리게 되는 돈으로 후원하는 게 아니라 땅을 구입하여 나무 묘목을 심어 그 나무가 자라게 될 즈음 또 다른 후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자연치유 캠프를 꿈꾸고 계셨다. 이런 계힉은 일이년이 아니라 일이십년의 계획이 세워져있어야 하는 것인데 은퇴를 앞두신 신부님께서는 본인이 묘목을 심는 것으로 시작을 하면 후배 신부님들이 그 성과를 거두어주리라 믿고 계셨다.

낢의 이야기와 신부님의 이야기는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른'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는 내게는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자세와 더불어 영혼이 없는 빈말이 나쁜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가 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상대방에게 희망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조금씩 부모님이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들...

내가 이미 오래전에 지나온 서른 한살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낢의 이야기는 심각하고 어렵지 않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재미있어 킬킬 거리고 웃다가 문득, 그런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중학생 시절 어른의 세계를 엿보고자 친구들끼리 술까지 사들고 집에 모여들어 '원초적 본능'을 보던 '어른의 세계'에 대한 시도는 시시하게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문득 낢이 나중에 엄마가 되어 외출 후 집에 돌아왔는데 자신의 아이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야한 영화를 보고 있다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 것... 문득, 이런 것이 진정한 '어른의 세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낢의 이야기가 아직도 긴 사색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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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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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었을 때 제목이 왜 파이브일까가 궁금했었다. 그저 단순히 독일 작가의 독일어로 출판된 책인데 설마 파이브가 영어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싶었는데... 정말 그 뜻이었다. 아마 독일어로 5가 뭔지는 모르지만, 파이브라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의미여서 그냥 단순히 영어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은 제목대로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는 듯 해보이지만 의외로 깔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지오캐싱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좌표 보는 것은 커녕 동서남북을 구분하고 지도를 살펴보는 것도 잘 하지 못해서 책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는데 지오캐싱을 전혀 모르더라도 책을 읽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오캐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흥미를 끌고 있는 지오캐싱은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GPS를 이용한 보물찾기 같은 게임이다. 그리고 이 책 파이브는 그 지오캐싱을 소재로 잘 구성된 소설인 것이다.

 

어느 방목장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뒤로 손이 묶인 채 절벽 위에서 떨어져 사망한 듯 보이는 사체의 발바닥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문자가 문신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베아트리체와 플로린 형사는 그 문신이 의미있는 것인지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좌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것이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이며 범인이 남긴 하나의 메시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첫번째 좌표에서 캐시를 찾은 두 형사는 캐시에 넣어진 범인의 메모에서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좌표를 얻기 위해 범인의 수수께끼같은 메시지를 풀기 시작한다. 수십개의 성가대를 찾아내고 그곳에서 특정한 이름을 가진 성가단원을 찾고 또 그 가운데에서도 손에 점이 있다는 특징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 좌표를 얻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캐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캐시통 안에는 잘린 신체의 부위가 담겨져 있고.....

더구나 범인을 추적하는 와중에 형사 베아트리체에게 범인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는데, 그 (혹은 그녀)는 베아트리체만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것인가? 그리고 왜 그런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사건의 개연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끔찍한 사실들이 밝혀지기도 하고, 베아트리체는 자꾸만 '만약에'라는 가정이 떠오르면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지우려 노력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죄책감이 그 '만약에'라는 것 아닌가. 요즘의 현실에서 더욱 더 그러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파이브]가 단지 스릴러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좀 더 심리적인 사건으로 접근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베아트리체와 범인의 두뇌싸움은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을 통해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긴장과 마침내 보물을 찾게 되는 희열이 맞물리는 느낌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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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츠 홀릭 책에 의하면 고베에 엄청 맛있는 마시멜로도 있다는데. 교토, 가지 뭐.

나라에서 죙일 걸어다니며 별다른 의미도 없이 구경했던 기억도, 청수사 (이걸 왜 청수대,라고 기억하고 있는지 검색해보고 알았다. 쓰리데이즈에 나온 청수대. ㅡ,.ㅜ ) 키요미즈데라에 대한 기억도, 오사카에서 실컷 먹었던 기억도 생생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가야겠다.

사실 경주에도 가보고 싶고, 서울도 가보고 싶은데.

놀러다닌다는 기분보다도 역사를 느끼고 싶은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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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4-04-2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4, 총 221111 방문

 

오늘 48, 총 221004 방문

 

 

기분이 별로....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보는 척 해보지만. 어쨌거나 내가 제시한 해결책을 완전히 무시하고 별다른 말 없이 자기가 해 버리는 거. 그 방법이 좋다는 걸 보여주는 실천적인 모습이라고 해도 역시 그것은 그닥 좋은 느낌이 아니다.

청소를 담당하시던 분이 안계시면 그 동안 청소는 분담해서 할 수 있는 일인데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분명 있는데도 그 일을 하던 분이 안계시다고 무작위로 누군가 그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며칠동안 우편물이 쌓였을텐데 내가 얘기 꺼내면 당연히 싫은 내색부터 한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우편 담당 부서에 말을 좀 해 달라는 뜻을 내비친거였는데 그럼 뭘 어떻게 하자는 얘기도 없이 대뜸 '내가 갈께'라고 하면서 휭 나가버리는 사람의 뒷 모습을 보는 순간부터 기분이 나빠졌다. 내 일도 아닌데 내 일을 남한테 떠넘긴 기분?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모르고 그냥 본인은 본인이 착해서 일처리를 잘 해내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만족해하고 있을까? 정말 기분이 점점 나빠지려고 하네.

이런 의기소침은 오늘 신간도서에 뜬 문화유산답사기 교토편 예판 소식에도 이어지고 있다. 괜히 서포터즈 신청했나봐,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어.

거기다가 잘못 갖고 온 우편물을 분류하면서 신경질적이 되고, 그걸 갖다 놓으러 가는데 저쪽에 모여있던 애들이 중요하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내가 가까이 간 순간 말을 뚝, 끊는데. 아, 이건 짜증이다. 나도 이젠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는데. 쟤는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를 의식적으로 따돌리고 있다는 걸 안다. 내가 그걸 안다는 것도 알고 있을거야. 애들의 따돌림도 무섭지만 다 큰 어른이 따돌림을 주도하는 것이 더 무서운 이유는 그걸 감추면서 하기 때문이야. 걔는 천사가 되고 나는 나쁜애가 되는.

아, 일이 많아 이렇게 푸념하고 있을시간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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