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눈도 침침해져서 바느질하기도 힘든데... 왜 요즘들어서야 바느질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자수,라고 하면 십자수만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십자수가 아니라 동양자수이고, 집에서 쓰던 천에 수놓여졌던 것 역시 꽃자수가 많았어. 새삼 이런 것들이 좋아지고 있어.
그런데 그보다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은 식물가꾸기. 어제도 장애우후원 일일까페에 갔다가 차는 안마시고 화분만 사들고 왔다.
올해는 바이올렛을 꼭 사고 싶었는데 오일장에도 없고, 화원에도 안들어오고... 올해는 베고니아의 해인가봐. 베고니아는 많이 보이더만. 코딱지만한 마당에 잡초만 무성하지만 감나무가 조금씩 무성해지고 있고 혹시나 해서 뿌려둔 호박씨가 싹을 틔웠다. 그리고 결명자와 둥굴레가 잡초처럼 조금 자라고 있는 중이고. 부지런해야 화초를 잘 키우는데, 아직은 게을러터져서 많이 죽여먹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겠지.
은퇴를 앞두신 신부님께서 식물을 가꾸면서 노후 생활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셨는데 그분은 그저 취미삼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장애우들과 화초를 가꾸면서 보람있는 일도 하신다고 하니 정말 본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상당히 극과 극을 달리는 듯한 책들이 떠올랐다. 미국의 목가,는 읽어본적이 없어서 어떨지 잘 모르겠는데 분노의 포도가 떠올랐다. 물론 작품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연관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인상이 이런걸 어쩌겠는가. 사사롭지만 좋은 날,은 그냥 소소하게 읽은 책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한편으로는 고생없이 무난하게 자란 이십대 청춘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해서 약간 보류처럼 미뤄둔 책.
공감이 가는 부분들에 대한 인상보다는 어느 하나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걸린다. 물론 그것은 나의 경험과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