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제주 - 월별로 골라 떠나는 제주 여행
양희주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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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교토에 여행을 갔을 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버스에는 발디딜틈이 없이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온갖 언어가 들리는 시끄러움과 번잡함이 있었는데, 그 속에서 홀로 조용히 자신이 갈 곳을 가는 몇몇 사람이 눈에 띄었었다. 가만 보고 있으려니 그 몇몇은 분명 교토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 내내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어졌는데, 그에 못지않게 연휴나 휴가철만 되면 사람들로 넘쳐나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나는 어떤 느낌을 갖고 일상을 지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중국관광객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니며 교통도 번잡하게 만들고 길거리에서도 멋대로 떠들며 무리지어 통행을 방해하고 있어서, 우리 경제에 그닥 도움도 되지 않고 와서 쓰레기나 버리고 가는 그들이 엄청 싫어졌는데, 거리의 표지석마저 중국애들 취향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그 감정은 더 심해져갈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좋은 곳이 더 많아졌다고 해도 찾아다니는 것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실 제주에서의 생활은 그저 나의 일상생활일뿐이어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닐 나이를 넘어서니, 이제는 오히려 육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주의 가볼만한 곳에 대해 더 잘알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여름에도 오히려 가볼만한 곳이 어디 있을지 외지인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몇년만에 조카가 방학동안 잠깐 제주에 온단다.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주의 모습이 어떤 것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내 눈에는 그저 똑같은 바다, 똑같은 풍경으로 보일지라도 몇년만에 찾아오는 조카에게는 간직하고 싶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 제주에서 일년 열두 달을 네 번 넘겨서 사철의 모습을 바라 본 이주민의 눈으로 바라 본 열두 달, 제주는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재발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펼쳐보게 되었다.

아직 겨울의 한라산은 올라가보지 못했는데 - 물론 어리목 산장까지 올라가서 눈구경을 해본적은 있지만 겨울에 정상에 올라가본적은 없어서 괜히 저자가 부럽기도 했고, 그녀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자연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기도 해서 내가 가족과 친구들과 같이 여행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사계절로 뭉뚱그린 것이 아니라 열두 달로 쪼개어 그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각 꼭지의 말미에는 추천 식당을 간략하게 적어놓아서 꽤 유용한 정보를 얻을수도 있다. 사실 나도 식당이나 까페는 많이 가보지 않아서 이 책을 통해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장소가 몇군데 생겨났다.

물론 이 책이 제주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사려니숲길은 지금 시기에 가면 숲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람사르 습지 중에서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물영아리이다. 적당한 높이의 오름이고 길 정비도 잘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친절한 습지해설사가 있어서 더 좋다. 다랑쉬 오름이나 노꼬메 오름도 그 풍경이 좋아서 한라산을 오르기에는 좀 힘이 들다고 생각되면 오름을 오르는 것도 참 좋을 것이다. 가을의 억새는 역시 산굼부리를 추천할만하고...  아니, 사실 이렇게 늘어놓다보면 어느곳이 안좋겠는가. 까페나 식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좋은 곳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소개한 놀맨식당 역시 그 바로 옆에 까페 봄날이 번창하고 있으며 발 디딜틈 없이 들어선 차량과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바다 구경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의 열두 달의 모습에 대해 나 역시 추천하고 싶은 곳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꽤 주관적인 이유로, 마지막 꼭지의 마지막 장에 소개한 까페 '플로베'가 있어서 더 추천을 하고 싶다. 플로베는 플라워와 러브의 합성어로 만들어졌는데, 그곳은 장애우들이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손님을 대하는 까페이고 음료도 꽤 맛있는 곳이다.

내가 알고 있는곳을 추천하고 있으니 그 신뢰감으로 일단 이번 여름에 조카와 함께 수국이 아름다운 동쪽해안도로를 따라 가보면서 이 책에서 추천하고 있는 곳들을 먼저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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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 이덕일의 역사특강 2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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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이를 먹어가니 쓸데없는 아집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내 취향이 아닌 책표지와 내가 선호하지 않는 책 제목은 이 책을 괜히 싫어하게 했는데, 아뿔싸. 이 책은 역사학자 이덕일의 역사특강이었구나.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덕일이라는 역사가에 대해 뭔가 대단한 것을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나는 그분의 역사책을 읽어본 것이 다였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한 심각함을 느끼게 해 주었고 우리의 식민사관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견고하게 해 주었기에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안그래도 얼마전에 조선의 역사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책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조선의 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고려말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고려말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이 없다. 국사 시간에 배운 기억이 희미한 위화도 회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조선 왕조사의 역사를 배우느라 위대한 구국의 결단처럼 기억된 것이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주입식 사고에서 벗어나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보고 있는 처지인지라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먼저 해야할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일제시대에 학교를 다니며 국사를 배워 본 적이 없다는 어머니는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시조하나는 잊어버리지도 않고 심심하면 종종 읊고는 하시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여가'와 '단심가'이다. 정몽주의 정치적인 역량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고려에 대한 충정심을 지키다가 끝내 목숨을 잃은 우직한 충신이라는 생각인지 그의 인품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그래서 간혹 나는 얄밉게도 정몽주 역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계의 편에 서지 않았을뿐이라고 말을 하면 어머니는 대꾸도 하지 않으시고 단심가만 열심히 읊조리신다.

 

사실 나 역시 그리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역사의 이야기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정치적 야욕, 그 뒤를 이어 아들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거쳐 왕권을 쟁탈한 권력욕에 대한 주입식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역사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특히 이덕일 선생은 "역사를 해석할 때는 많은 사료를 읽어야 하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그 시대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며 때로는 한두 구절에서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직관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있는 우리의 식민사관과 그것을 부추기고 있는 식민사학자들에 대한 비판은 새겨들어야할 것이다.

이 책에는 '조선'이라는 국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고려라는 국호에 고구려를 계승하겠다는 왕건의 의지가 들어가 있었다면, 조선이라는 국호에는 단군 조선을 잇겠다는 정도전의 의지가 들어가 있었"음을(165) 생각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언젠가 중국어를 부전공으로 하고 있다는 언론학부의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중국어 원어민 교수가 내 준 과제물을 하는데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중국의 역사에 대한 문헌을 해석 요약하고 자신의 관점에 대해 적어야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자기가 알고 있는 단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기자조선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문헌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중국어 전공자에게 그 의미를 물어보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다보니 고조선이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중국의 속국처럼 말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중국어 전공자는 중국인 교수의 역사인식에 대해 의심스러워했지만 과제물을 해야하는 학생은 무척 난감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중국은 동북아공정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퍼뜨리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헛소리정도로만 여기고 넘겨버렸다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부자지간이면서도 최고의 권력을 갖기 위해 나타나는 행동양식이 전혀 다른 이성계와 이방원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만을 늘어놓아도 한편의 소설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이덕일 선생이 펼쳐놓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수많은 변수와 역사의 흐름에 대해 온갖 가능성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수가 없다. 역사에 '만약에'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자꾸만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이유는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도 하고 편협한 사고를 넓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성계와 이방원뿐만 아니라 정도전과 최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왕조사 중심의 역사인식을 새로운 시각에서, 말하자면 백성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정치와 제도의 의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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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람들은 왜 피곤하지 않을까 - 피로 없이 맑게 사는 스웨덴 건강법
박민선 지음 / 한빛라이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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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쯤 전부터 오른쪽 눈밑이 이상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뿐인데 근육이 지멋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움직여보려해도 잘 안움직이는 곳인데 말이다. 언젠가 이런 증상은 마그네슘 부족인가 뭐 그렇다고 하던데 아마 피로가 겹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인 듯 하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요즘 만성피로라는 것이 이런건가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 무의식중에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는데 스트레스와 피곤이 천근만근 쌓여있구나 라는 것을 이제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다녀 온 이후로 많은 것을 조심하며 지내는데, 그런 상황이 내게는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는 결과를 만들었고 어머니를 돌보느라 퇴근하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하다보면 아홉시, 열시가 되어버리고 어느새 열시에 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잠들어버리곤 했는데 책을 읽고 싶은 욕심에 열두시쯤 잠에서 깨면 두시까지 책을 읽다 자는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몸이 견뎌내지 못한 것 같다. 수면 부족뿐만 아니라 깊이 잠들지도 못하고 간혹 어머니 숨소리가 이상하면 불안증세가 나타나 숙면하지 못하고.

아마 이렇지 않았다면 이 책을 보면서 그저 그렇게 여유로운 생활방식,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피로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피로를 풀고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의학박사이며 스웨덴에서 생활하며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식습관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며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첫장에서는 스웨덴의 복지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그냥 제도적인 이야기일뿐인가 싶었는데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그들의 생활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두번째장에서는 진료를 통한 실제사례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피로가 어떻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 과로나 과식뿐만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방식 역시 피로를 축적시킬 수 있으며 나이에 따라서도 피로증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여러가지 증상과 원인으로 피로가 나타날 수 있어서 만성피로증후군은 더 위험하다고 할수도 있다. 일반적인 피로나 만성 질환에 의한 피로와는 전혀 다른 만성피로증후군은 여러가지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원인이 없고, 증상이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 진단을 내리게 되고 아직까지는 완치할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딱히 어느 곳이 어떻게 아프다고 할수는 없지만 늘 피로하다면 몸이 병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나 역시 이 책에 언급되고 있는 여러 증상들을 체크해보면서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건강한 일상을 우리의 일상에 적용시켜보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저염식과 자연식뿐만 아니라 자연속에서 햇빛을 받고 운동을 하며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행하며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은 그리 특별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기는 한다.

이제는 장수하는 것이 최종목표가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나의 일상을 한번 점검해봐야겠다.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피로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 생각되는 일을 줄이고 운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삶을 즐겨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건강한 삶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 개개인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스스로의 노력이고 그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제도의 개선을 위해 실천한다면 우리도 무병장수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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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쌓여가는 속도를 가늠할수가 없다. 3월과 4월은 책을 좀 과하게 받기도 했고 평소보다 조금(!)더 많이 사기도 해서 책탑이 생성된 속도가 빨라졌겠지만. 한달새에 세개의 탑이 생긴것은 어떻게 해야할지....

사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서 더 난감하다. 사무실에도 아직 책탑 하나 분량의 새 책이 있고, 마루와 내 방에도 쌓여있다.

연휴동안 책탑 정리를 하고 싶은데,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구석에 담아놓기도 힘들고 책장은 공간이 전혀없고.

욕심은 많아서 책을 선뜻 방출하지는 못하고 있고.

깔끔하게 지내려면 좀 독해져야 하는데 워낙에 정리정돈이 안되어도 잘 사는 성격인지라 도무지 책탑은 사라질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혀;;;

그런데도 난 지금 연휴전에 주문햇어야하는데 책주문을 못했다고 한탄하고 있으니. 어딘가 정상은 아닌 것 같아. ㅠㅠ

- 물론. 어릴적에 책 한 권 사 읽을 돈이 없어서 친구의 구박을 받으며 책을 빌려읽었던 기억, 도서관에 죽치고 살았던 기억들이.. 지금 내게 이렇게 무제한 책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자기변명을 해보기는 하지만. 이건 좀 도가 지나친것일지도.

 

 

 

 

 

 

 

 

 

연휴를 앞두고 시선을 확 끄는 책들이 나오느구나. 사실 이번 연휴동안 집에서 편하게만 읽을 수 있는 책 말고 진중한 책들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미국의 목가'인데. 이제야 생각났다. 연휴에 배송이 밀려서 못받을 것 같아 주문을 뒤로 미뤘다는 거. 아, 정말 난 바보인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넘기게 되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연휴끝나고 바로 받아보기라도 하려고 장바구니를 어떻게 채워볼까 고민중이다. 예약판매하는 책은 따로 주문해버리고. (같이 주문했다가 배송도 엄청 늦어지고. 상품도 뒤죽박죽으로 바뀌고. 지난번 눈송이 사건은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아 ㅠㅠ)

 

 

 

 

 

 

 

 

중간에 낀 휴일이 있어서 주말까지 미뤄뒀던 양파를 꺼내어 양파지를 만들었다. 새콤매콤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어떻게 매콤한 향만 가득하다. 실패를 했어도 내가 먹을꺼니까 상관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으면 좋겠는데.

해야할 일들을 빨리 마무리 하고 방 청소를 좀 해볼까 했는데 점심을 먹지 않고 벌써 한시 반. 책도 읽어야겠고 쪼그리고 너무 오래 앉아있었는지 허리도 아파서 잠깐 누워있고 싶기도 하고. 엉망으로 쌓여있는 책탑도 정리를 좀 했음 좋겠는데.

하아.

일단은 방 정리부터 시작할까? 아, 정말 귀찮아지고 있.....

아니. 일단은 책 주문부터 해야겠다. 인간짐승은 그 두께를 봐서는 양장본이 읽기 편하겠고. 미국의 목가는 주문해야겠다. 그런데. 빨리 읽고 싶은데 빨리 읽을 수 있으려나?

 

 바로 읽고 싶지만... 어쨌거나 이 책들은 지금 당장 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는. 읽으려고 모니터옆에 쌓아두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읽지 못했어. 이제 도서정가제가 실행되면 책구매가 좀 줄어들게될라나? 그러면 쌓여있는 책들을 읽게 될...까,라기보다는 당장 읽고 싶은 책들을 여전히 쌓아두면서 살고 있을 것 같다. 책 주문해야겠는데 갑자기 의욕이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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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롭지만 좋은 날 1
영춘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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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래알처럼 빛나는 나날들 그중에서도 가장 반짝이는 20대의 그날들"

이처럼 이 책에는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풋풋한 짝사랑에서부터 치열한 취업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학교 생활과 사회 초년생들이 동감하며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각각의 이야기로 담겨있고 전체적으로는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접점이 있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 제목때문이었다. [사사롭지만 좋은 날]

왠지 이 책을 읽으면 별다를 것 없는 주말의 오후, 만나는 친구도 없고 밀린 빨래를 하면서 이제 점심은 뭘 먹나 고민하는 쳇바퀴같은 나의 일상이 즐거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사소하게 행복하다는 마음을 느낄수는 있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두번째 에피소드인 '신발'을 읽은 순간 한참을 책을 덮고 그냥 드러누워버렸다. 많은 생각들이 스치는데 과연 나의 마음은 무엇일까,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했다.

누구는 학비를 버는 것을 넘어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미친듯이 알바를 해야 하지만 또 누군가는 자신의 사치품을 위해 거금의 용돈을 단숨에 써버리기도 한다. 한정판 신발을 구입하는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그런 행동이 친구들에게 부당한 것이 아닌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신발'의 내용이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철없는 자신이 못나보이고 경제적 자립을 위해 뭔가를 해야하는가, 고민하는 그에게 선배는 '제일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을 해준다.

 

그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까 책의 제목에 맞게 자신의 소소한 행복에 가치를 두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대학생이었던 옛날에 신문배달을 해보겠다고 새벽에 일어나 신문보급소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보급소를 찾아가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그 중 한 명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데 신문 배달은 뭐하러 한대'라는 물음에 왠지 부끄러웠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힘들었던 신문 배달은 결국 며칠만에 관두게 되었고, 결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던 우리집이라고 생각했지만 나 역시 학비때문에 고민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도 떠올랐다. 초등학교때 김이 없어서 소풍날 김밥을 못 싸주고, 생일에 그렇게 받고 싶어했다던 책 한권을 사주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말씀과는 달리 나는 내가 가난해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풍족하게 살아본 기억도 없는데, 누군가에게는 나조차도 불편함없이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철없는 학생일 뿐이었던 것이라는 생각은 한참 시간이 흘러 지금, 이십대 청춘의 고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는 것'이 분명 가치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행복'이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나는 그러한 생각에 빠져들어 조금 많이 불편해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할수는 없다. 행복의 기준은 각자에게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사사롭지만 좋은 날'에 대한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나의 오늘은 '조용히 차곡차곡, 좋아하고 미워하던 하루하루가 모여서 사사롭지만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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