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롭지만 좋은 날 1
영춘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래알처럼 빛나는 나날들 그중에서도 가장 반짝이는 20대의 그날들"

이처럼 이 책에는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풋풋한 짝사랑에서부터 치열한 취업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학교 생활과 사회 초년생들이 동감하며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각각의 이야기로 담겨있고 전체적으로는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접점이 있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 제목때문이었다. [사사롭지만 좋은 날]

왠지 이 책을 읽으면 별다를 것 없는 주말의 오후, 만나는 친구도 없고 밀린 빨래를 하면서 이제 점심은 뭘 먹나 고민하는 쳇바퀴같은 나의 일상이 즐거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사소하게 행복하다는 마음을 느낄수는 있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두번째 에피소드인 '신발'을 읽은 순간 한참을 책을 덮고 그냥 드러누워버렸다. 많은 생각들이 스치는데 과연 나의 마음은 무엇일까,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했다.

누구는 학비를 버는 것을 넘어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미친듯이 알바를 해야 하지만 또 누군가는 자신의 사치품을 위해 거금의 용돈을 단숨에 써버리기도 한다. 한정판 신발을 구입하는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그런 행동이 친구들에게 부당한 것이 아닌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신발'의 내용이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철없는 자신이 못나보이고 경제적 자립을 위해 뭔가를 해야하는가, 고민하는 그에게 선배는 '제일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을 해준다.

 

그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까 책의 제목에 맞게 자신의 소소한 행복에 가치를 두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대학생이었던 옛날에 신문배달을 해보겠다고 새벽에 일어나 신문보급소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보급소를 찾아가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그 중 한 명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데 신문 배달은 뭐하러 한대'라는 물음에 왠지 부끄러웠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힘들었던 신문 배달은 결국 며칠만에 관두게 되었고, 결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던 우리집이라고 생각했지만 나 역시 학비때문에 고민을 해보지는 않았던 것도 떠올랐다. 초등학교때 김이 없어서 소풍날 김밥을 못 싸주고, 생일에 그렇게 받고 싶어했다던 책 한권을 사주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말씀과는 달리 나는 내가 가난해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풍족하게 살아본 기억도 없는데, 누군가에게는 나조차도 불편함없이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철없는 학생일 뿐이었던 것이라는 생각은 한참 시간이 흘러 지금, 이십대 청춘의 고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는 것'이 분명 가치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행복'이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나는 그러한 생각에 빠져들어 조금 많이 불편해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할수는 없다. 행복의 기준은 각자에게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사사롭지만 좋은 날'에 대한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나의 오늘은 '조용히 차곡차곡, 좋아하고 미워하던 하루하루가 모여서 사사롭지만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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