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제주 - 월별로 골라 떠나는 제주 여행
양희주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언젠가 교토에 여행을 갔을 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버스에는 발디딜틈이 없이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온갖 언어가 들리는 시끄러움과 번잡함이 있었는데, 그 속에서 홀로 조용히 자신이 갈 곳을 가는 몇몇 사람이 눈에 띄었었다. 가만 보고 있으려니 그 몇몇은 분명 교토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 내내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어졌는데, 그에 못지않게 연휴나 휴가철만 되면 사람들로 넘쳐나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나는 어떤 느낌을 갖고 일상을 지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중국관광객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니며 교통도 번잡하게 만들고 길거리에서도 멋대로 떠들며 무리지어 통행을 방해하고 있어서, 우리 경제에 그닥 도움도 되지 않고 와서 쓰레기나 버리고 가는 그들이 엄청 싫어졌는데, 거리의 표지석마저 중국애들 취향에 맞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그 감정은 더 심해져갈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좋은 곳이 더 많아졌다고 해도 찾아다니는 것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실 제주에서의 생활은 그저 나의 일상생활일뿐이어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닐 나이를 넘어서니, 이제는 오히려 육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주의 가볼만한 곳에 대해 더 잘알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여름에도 오히려 가볼만한 곳이 어디 있을지 외지인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몇년만에 조카가 방학동안 잠깐 제주에 온단다.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주의 모습이 어떤 것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내 눈에는 그저 똑같은 바다, 똑같은 풍경으로 보일지라도 몇년만에 찾아오는 조카에게는 간직하고 싶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 제주에서 일년 열두 달을 네 번 넘겨서 사철의 모습을 바라 본 이주민의 눈으로 바라 본 열두 달, 제주는 내가 살고 있는 제주의 재발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펼쳐보게 되었다.

아직 겨울의 한라산은 올라가보지 못했는데 - 물론 어리목 산장까지 올라가서 눈구경을 해본적은 있지만 겨울에 정상에 올라가본적은 없어서 괜히 저자가 부럽기도 했고, 그녀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자연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기도 해서 내가 가족과 친구들과 같이 여행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사계절로 뭉뚱그린 것이 아니라 열두 달로 쪼개어 그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각 꼭지의 말미에는 추천 식당을 간략하게 적어놓아서 꽤 유용한 정보를 얻을수도 있다. 사실 나도 식당이나 까페는 많이 가보지 않아서 이 책을 통해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장소가 몇군데 생겨났다.

물론 이 책이 제주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사려니숲길은 지금 시기에 가면 숲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람사르 습지 중에서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물영아리이다. 적당한 높이의 오름이고 길 정비도 잘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친절한 습지해설사가 있어서 더 좋다. 다랑쉬 오름이나 노꼬메 오름도 그 풍경이 좋아서 한라산을 오르기에는 좀 힘이 들다고 생각되면 오름을 오르는 것도 참 좋을 것이다. 가을의 억새는 역시 산굼부리를 추천할만하고...  아니, 사실 이렇게 늘어놓다보면 어느곳이 안좋겠는가. 까페나 식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좋은 곳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소개한 놀맨식당 역시 그 바로 옆에 까페 봄날이 번창하고 있으며 발 디딜틈 없이 들어선 차량과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바다 구경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의 열두 달의 모습에 대해 나 역시 추천하고 싶은 곳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꽤 주관적인 이유로, 마지막 꼭지의 마지막 장에 소개한 까페 '플로베'가 있어서 더 추천을 하고 싶다. 플로베는 플라워와 러브의 합성어로 만들어졌는데, 그곳은 장애우들이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손님을 대하는 까페이고 음료도 꽤 맛있는 곳이다.

내가 알고 있는곳을 추천하고 있으니 그 신뢰감으로 일단 이번 여름에 조카와 함께 수국이 아름다운 동쪽해안도로를 따라 가보면서 이 책에서 추천하고 있는 곳들을 먼저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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