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 이덕일의 역사특강 2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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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이를 먹어가니 쓸데없는 아집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내 취향이 아닌 책표지와 내가 선호하지 않는 책 제목은 이 책을 괜히 싫어하게 했는데, 아뿔싸. 이 책은 역사학자 이덕일의 역사특강이었구나.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덕일이라는 역사가에 대해 뭔가 대단한 것을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나는 그분의 역사책을 읽어본 것이 다였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한 심각함을 느끼게 해 주었고 우리의 식민사관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견고하게 해 주었기에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안그래도 얼마전에 조선의 역사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책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조선의 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고려말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고려말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이 없다. 국사 시간에 배운 기억이 희미한 위화도 회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조선 왕조사의 역사를 배우느라 위대한 구국의 결단처럼 기억된 것이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주입식 사고에서 벗어나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보고 있는 처지인지라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먼저 해야할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일제시대에 학교를 다니며 국사를 배워 본 적이 없다는 어머니는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시조하나는 잊어버리지도 않고 심심하면 종종 읊고는 하시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여가'와 '단심가'이다. 정몽주의 정치적인 역량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고려에 대한 충정심을 지키다가 끝내 목숨을 잃은 우직한 충신이라는 생각인지 그의 인품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그래서 간혹 나는 얄밉게도 정몽주 역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계의 편에 서지 않았을뿐이라고 말을 하면 어머니는 대꾸도 하지 않으시고 단심가만 열심히 읊조리신다.

 

사실 나 역시 그리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역사의 이야기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정치적 야욕, 그 뒤를 이어 아들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거쳐 왕권을 쟁탈한 권력욕에 대한 주입식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역사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특히 이덕일 선생은 "역사를 해석할 때는 많은 사료를 읽어야 하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그 시대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며 때로는 한두 구절에서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직관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있는 우리의 식민사관과 그것을 부추기고 있는 식민사학자들에 대한 비판은 새겨들어야할 것이다.

이 책에는 '조선'이라는 국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고려라는 국호에 고구려를 계승하겠다는 왕건의 의지가 들어가 있었다면, 조선이라는 국호에는 단군 조선을 잇겠다는 정도전의 의지가 들어가 있었"음을(165) 생각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언젠가 중국어를 부전공으로 하고 있다는 언론학부의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중국어 원어민 교수가 내 준 과제물을 하는데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중국의 역사에 대한 문헌을 해석 요약하고 자신의 관점에 대해 적어야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자기가 알고 있는 단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기자조선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문헌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중국어 전공자에게 그 의미를 물어보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다보니 고조선이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중국의 속국처럼 말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중국어 전공자는 중국인 교수의 역사인식에 대해 의심스러워했지만 과제물을 해야하는 학생은 무척 난감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중국은 동북아공정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퍼뜨리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헛소리정도로만 여기고 넘겨버렸다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부자지간이면서도 최고의 권력을 갖기 위해 나타나는 행동양식이 전혀 다른 이성계와 이방원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만을 늘어놓아도 한편의 소설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이덕일 선생이 펼쳐놓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수많은 변수와 역사의 흐름에 대해 온갖 가능성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수가 없다. 역사에 '만약에'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자꾸만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이유는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도 하고 편협한 사고를 넓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성계와 이방원뿐만 아니라 정도전과 최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왕조사 중심의 역사인식을 새로운 시각에서, 말하자면 백성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정치와 제도의 의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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