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밥을 먹다가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스토리 오브 어스. 영화 내용에 대해 듣고 다들 괜찮을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남녀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 근데 어느 한순간.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그 남녀의 차이에 대한 규정의 범주에서 나는 남자쪽으로 기울어져가고 있는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라기보다는 어렸을때의 기억이. 그런 차이가 아니라면. 어쩌면 어린시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있는것인지도.

아, 생각하기가 귀찮으니까 그냥 떠오르는대로 마구 떠들어대고 있다. 이거 뭔 말이래,여도. 어쩔 수 없어. 나 자신에게 설명하는것조차 귀찮아. 머리가 멍해지고 있구나.

아니, 그래서말인데. 내가 지금 머리가 멍한 이유는 내과적인 문제일까 신경정신과적인 문제일까. 빈혈도 좀 있는 것 같고 누웠을 때 오른쪽보다는 왼쪽방향으로 고개를 틀면 조금 더 어지러운 듯한 느낌이 있는 걸 보면 뇌쪽...아니면 달팽이관, 균형감각...뭐 이런 문제일수도. 처음 시작은 어지러움뿐이었는데 그날 하루 구토증이 느껴지다가 지금은 다른 모든 감각은 평상시로 돌아온 듯 하지만 약간의 몽롱한 상태. 그러니까 멍...한 느낌과 붕 떠 있는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여자라는 생물,이라는 제목을 보고 떠올리는 생각들이 왜 이모양인걸까.

아무튼. 마스다 미리.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 한국을 방문하신다는데, 나는 가보지 못할 뿐이고. 마스다 미리의 신작은 계속 나오고 있을뿐이고.

 

 

 

 

 

 

 

 

 

 

 

 

 

 

 

 

어머니가 퇴원하신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무료해서 이것저것 정리하시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남아있는 우리가 다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셨는지 조금씩 조금씩 끊임없이 집안정리를 하고 계신다. 옷정리에 이어 지금은 쌓아 둔 옷감들 정리. 좋은 천들을 모아두고 옷을 만들어 입으려고 한건데 결국 그대로 쌓아두게 된 천. 누구 재봉하는 친구 있으면 갖다 주라고 했는데, 욕심이 많은 나는 그걸 내가 쓰겠다고 했다. 사실 책읽기만 아니라면 집에 앉아서 손인형을 만들고 싶은데... 천성이 게을러서 손인형이든 손뜨개든 자수든 뭐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줄창 책읽기에 매진하고 있다. 하이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퇴근해서 집에 가 저녁 챙기고 치우고 간단히 정리하고 앉으면 드라마 하나 볼 시간. 그리고 금세 열두시... 졸다가 잠들면 아침 알람. 되풀이되풀이되풀이 ㅠㅠㅠㅠㅠㅠㅠㅠ

 

 

 

 

 

 

 

 

 

 

 

 

 

 

 

 

 

 

 

 

 

 

 

 

ㅈ조존존레논의 책도 기대되는데 마라톤 1년차도 그만큼 기대된다. 어제 책장을 마구 살펴보다가 김충원의 드로잉 책이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지 발견해냈다. 다른 드로잉책도 방 정리하면서 밑바닥에 깔아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하려니 왜 이렇게 시간이 안나는겐지. 정말 하는일은 아무것도 없는 듯 한데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리고 있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사진을 찍으려다가 귀찮아서 또 관뒀는데...

 

 

 

 

 

 

 

 현재 싸안고 있거나 곧 싸안게 될 책들이다. 안그래도 사무실 책상이 엉망인데 이 책들로 내 주위는 완전히 창고처럼 되어버렸다. 엊그제 다 읽은 책을 어제 무겁게 들고 가서 마루에 퍼질러 놔 둔 것만도 몇권인지.... 하나하나 물건 정리를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느낀 것도 잠시뿐. 나는 여전히 책을 쌓아두고 있다. 사실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쌓아두는 것이 없는데 (아니, 쓰잘데기없는 것들, 이 조금 있기도 하지만 뭐...)

 

 

 

 

 

 

 

 

 

 

 

 

 

 

 

 

 

 

 

 

 

 

 

 

  21ㅅ세세기

21세기 여행 사랑법,이라니!

팝,이 경제를 노래하다니!

아, 그보다 뽀짜툰 2에서는 여행지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도 있다는데.

며칠전부터 책 주문을 해야지..해놓고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긴 지금 쌓여있는 것을 좀 정리해두고 주문해야지, 라고 생각했으니 당연히 이번주에 책 주문은. ㅠㅠㅠㅠ

 이 책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찾을수도 없고. 누군가의 말대로 집에 있다고 하더라도 찾을 수 없는 책이라면 없는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책은 없는 책이다. 주문할 책들을 모아모아놔야겠어. 아, 그런데 책주문보다 더 급한건 책 정리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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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0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한 달에 한 도시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유럽편 한 달에 한 도시 1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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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라는 명칭은 처음 들어봤다. 물론 이런 유형의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내가 그 얘기를 들은 것은 좀 오래전이었고 체계적인 체인망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무료로 비어있는 공간을 잠시 빌려 쓰는 나눔의 형태였다.

처음엔 그저 한 달에 한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생활한다는 것에 부러움만 가득했고 이 책에서도 왠지 색다르고 특별한 일상의 이야기들, 여행지에서의 낯섬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그런 묘한 설렘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는데 이야기의 진행방향은 내 예상을 빗나가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예상외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여러가지 장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외에도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 각 지역의 현지 주거형태에 머물면서 각각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색다른 재미라고 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리 많은 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의 호텔마다 샤워시설과 수도꼭지 트는 방식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서 숙박하면서 그 사용법을 익혔던 것조차 기억에 남아 있으니 정말 현지인들이 실제 살고 있는 주거의 형태에 직접 들어가 생활해보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울까 싶어진다.

 

'한 달에 한 도시'는 결혼 1년차 부부가 그 맛있다고 소문난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 맛을 직접 보기 위해 떠나야겠다는 핑계(!)로 2년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이야기인데, 특이한 사항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여행기가 아니라 에어비앤비라는 숙박시설을 이용하여 한 도시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각 지역의 특색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부부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들의 느낌에 대한 것이다. 글은 부부가 공동으로 쓰고 있지만 좀 더 여성성을 지닌 남편 백종민의 글이 많고 젊은 부부가 겪을만한 의견차이와 감정차이에 따른 싸움에 대해서도 흘려넣고 있어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면서도 부부의 생활에세이가 되기도 하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멋진 풍경 사진과 세계 각국의 훌륭한 문화유산과 전통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그와는 조금 다르게 유명관광지에서 약간 벗어난듯한 곳에서 한달을 숙식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친교를 나누는 이야기 역시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은 세계여행을 떠난 우리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며 '부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여행을 위해서 어떤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고 있을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항상 다라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는 '행복'이다. 안정된 생활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욕망이 강렬했고 그 욕망을 따라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었다."(312)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역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이 여행생활자이든 생활여행자이든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나는 그 '행복'이 내게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이들이 스페인에서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가기 직전의 일정까지 기록되어 있다. 뉴욕을 거쳐 남미를 여행하고 - 애초에 이 부부는 아르헨티나의 기가 막히게 맛있는 스테이크 맛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시작한 것이기에 위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반드시 여행하리라 생각되는 남미를 지나 아시아를 여행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에 대해서는 왠지 남미 사람들의 화끈한 친교와 아시아 사람들의 정 넘쳐나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어서 이들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그들은 꽤 괜찮은 여행자라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낯선 나라에서 눈을 뜨고 문밖을 나서면 책에서만 보던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날들을 말이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반복되자 여행은 정말 일상이 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뎌졌다. 감사한 마음도 서로를 배려하겠다는 마음도 가물가물해졌다. 그때 찾아온 반가운 손님과 뜻밖의 기회가 이탈리아를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행자의 자격은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행자의 자격은 떠나던 순간의 마음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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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10-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꿈꾸기는 하지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제게 무리네요. 아쉬움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이 제 타입.

chika 2014-10-17 10:13   좋아요 0 | URL
흠,,,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저도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생활이네요 ㅠㅠ
지금은 딱 일주일만 여행을 떠나도 완전 만족할 것 같은 기분이예요. 휴가같은 휴가를 보낸지 너무 오래돼서;;;
 
포로수용소 - 내 이름은 르네 타르디 슈탈라크ⅡB 수용소의 전쟁 포로였다
자크 타르디 지음, 박홍진 옮김 / 길찾기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바로 직전에 너무 강렬한 그래픽 노블을 읽어서 그런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의 느낌은 그냥 평범한 그래픽 노블이라는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글자도 너무 많았고. 그래서 처음엔 내용을 인지하느라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포로 수용소'라는 제목이 던져주는 그 의미심장함과 깊이때문에 너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서 그런거였는지 이 책은 전후 세대인 아들이 전쟁을 경험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회고록처럼 기록한 것 정도로만 생각하기 시작할즈음,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들의 질문과 끼어들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나 역시 많은 책과 기록물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포로수용소의 비인권적인 행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이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과 이야기들은 되짚어 볼수록 놀랍다.

그림체 역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단순함쪽에 조금 가까운 그림의 형태인데 나는 이런 명확한 그림이 좋다. 그래서 그저 술렁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아버지 타르디가 결국 전차를 두고 잡혀가게 되었을 때 저자는 전차 그리는 것이 힘들었었는데 다행이다,라는 표현을 넣는다. 아들의 그런 말은, 어쩌면 전쟁 이야기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있다. 또 참혹하고 인권이 무너지는 전투의 현장뿐 아니라 포로 수용소의 끔찍한 실상과는 상관없이 유머러스하거나 영웅의 탄생을 볼 수 있을것 같은 현장으로 묘사되고 있는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일뿐이라는 아버지의 항변은 전쟁을 겪은 세대가 니들은 아무것도 몰라,라고 툭 내뱉는 말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나이 든 분들의 넋두리같은 이야기려니 하며 흘려버렸던 나 자신을 반성해보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사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포로 수용소의 실상에 대한 몇가지의 이야기들은 다른 문학작품을 통해 접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문학적인 표현방법과 그래픽 노블의 표현, 그리고 이 책 '포로 수용소'는 실제 르네 타르디가 19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를 하고 2차 대전때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생활하며 겪은 사실을 기록한 기록문학이라는 생각은 이 책에 실려있는 에피소드들을 그저 쉽게 넘기며 볼 수는 없게 하고 있다.

 

"난 모든 게 미웠다. 병사들이 한탄하는 소리도 지겨웠어. 기운빠진 병사들은 하루 종일 궁시렁거렸지. 하긴 그 사람들은 징집돼 전쟁을 했으니 자원 입대한 내 입장은 뭐가 되겠니.... 내가 남들 못지 않게 서글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은 날 비웃었겠지. 그래서 절망스러워 보이지 않으려고 더 애썼어. 비웃음거리가 될 순 없잖니. 나 역시 전쟁을 원한 건 아니었으니..."(72)

 

그렇게 원하지 않던 전쟁을 겪고 5년여의 수용소 생활로 인해 르네 타르디의 일상은 바뀌어버렸다.

아, 이건 이렇게 한 문장, 한 단어로 그의 삶은 바뀌어버렸다, 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뒤엉켜버리고 무너져내려버렸음을 알 수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깊이 새겨져있을뿐만 아니라 표현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에도 담겨있으리라 예상하게 된다.

 

"먹물 깨나 먹었다고 거들먹거리던 놈들은 자기들이 전쟁만 끝나면 국가의 부름을 받고, 무너져버린 프랑스의 자긍심을 재건하는 일에 한몫 끼게 될 거라고 믿었어. 그러면서 독일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주장했지. 벌써 장관 자리 차지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거야. 이 비겁한 자식들이 어쩌다 장관이라도 된다면 국가의 자긍심을 세운다는 이유로 아무 거리낌없이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낼 거야. 지금은 바지에 오줌이나 싸는 주제에." (71-72)

 

하지만 현실은 르네 타르디와 같은 사람들을 비난으로 내몰고 있을 뿐이다. 조국은 그들을 존경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라고 표현하지만 조국뿐이겠는가. 아들조차 아버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원입대했음을 상기시키며 그를 궁지로 내몰고 있을뿐이다.

화장실도 없는 열차 한 칸에 40명이 들어가 손발이 저릴만큼 움직이지도 못하고 빼곡하니 몸을 굳히고 있어야하고 10cm가 넘는 열차 밑바닥에 겨우 조그만 구멍을 내고 볼일을 봐야하고, 수용소에서는 굶주림이 일상이었는데 그마저도 니히트 아르바이트 니히트 에센, 그러니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로 수용소안에서도 노동력착취가 횡행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꿈꾸기는 커녕 굶지않고 죽음을 비껴가며 살아가고 있음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도 의문인 생활을 한 아버지에게 말이다.

그리고 아들은 자꾸만 아버지에게 탈출시도를 하지는 않느냐고 캐묻는다. 탈출이 여의치않았다는 아버지의 대답을 왠지 그 일에 대한 회피를 짐작하게만 하는데, 결국 친구 샤르도네와 탈출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순찰을 돌던 독일군 병사가 이유없이 쏜 총에 그 친구는 죽임을 당하고 탈출계획은 무산되어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친구의 죽음은 독일군의 명백한 살인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묻혀버리고 만다.

 

다큐멘터리 기록같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형식으로 이어져가는 이야기는 조금 어색했고,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꾸 추궁을 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던 아들의 질문은 책을 덮을 즈음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한 대화를 통해 아들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버지를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했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더 깊이있게 만들어주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게 비난받을 일이냐? 전쟁이 일어날 걸 짐작했고, 싸워야 한다는 걸 이해했던 거야. 우리 지휘관들이 전투를 이끌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겠지. 하지만 난 같은 상황이 오면 똑같은 결정을 내릴 거다. 어쨌든 난 싸웠고, 게다가 나 혼자 싸운 건 아니었어! 전쟁의 위협을 느꼈기에 난 학교를 떠나 군대에 들어간 거야"(171)

아들이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할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으로서, 더 확장해서는 국민으로서 전세대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래서 지금 읽은 르네 타르디의 기나긴 이야기의 첫 부분보다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무척 기다려지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아주 강렬한 그래픽노블을 읽었다고 했는데, 자크 타르디의 포로수용소는 무채색인 듯했던 첫느낌과는 달리 서서히 스며들며 자신의 색을 깊이 새겨놓은 듯한 느낌에 다른 책과는 또 다른 강렬한 그래픽노블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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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 앙굴렘 국제만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3
빈슐뤼스 지음, 박세현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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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는 어떤 이야기였더라...? 그러니까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생명을 얻어 가난한 목수장이의 말썽쟁이 아들로 지내다가 나쁜 꾀임에 빠져 세상을 떠돌다가 결국 착한 피노키오가 되어 움직이는 나무 인형이 아니라 진짜 생명체인 피노키오로 살아가게 된다는 지극히 교훈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동화이야기..였지.

그런 피노키오를 빈슐뤼스는 모질게 패러디하고 있다. 아니, 그런데 이 불편하기만한 잔혹동화가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피노키오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피노키오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바쳐진 동화로 끝내고 이제 세상이 보여주는 현실을 그리 지독하게는 아니지만 모질게 살아가고 있는 나는 빈슐뤼스의 피노키오를 더 깊이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언젠가 티비에 나왔던 로봇박사의 인문학적 성찰없이, 휴머니즘이 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아주 위험하다는 요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면서 마음에 깊이 새겨졌었다. 어린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철완로봇 아톰의 창조자 오즈카 데사무의 신념 역시 그랬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로봇은 전쟁의 도구로 쓰이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발전이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꾸게 되었다. 살상 무기가 아니라 재난구조를 위해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을 로봇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맞는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피노키오처럼 로봇의 발명은 전쟁용 무기개발이다. 과학자 제페토는 군에 납품해 일확천금을 꿈꾸며 피노키오를 탄생시켰다. 그 피노키오로 성적 욕망을 채우려던 제페토가 사랑하는 그의 아내는 그로 인해 목숨을 잃고 제페토는 사라져버린 피노키오를 찾아 떠나게 된다.

피노키오의 여정은 원작 피노키오의 여정과 맞물리며 흘러가지만 그 여정 속에 일곱난장이와 백설공주, 피리부는 사나이, 심지어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스틸 컷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훨씬 더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그 동화의 이야기는 역시 원작에 대한 패러디로 지독하게 비참하여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무서운 난장이들,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아동 노동 착취, 아동학대와 거리의 범죄들...

아, 정말 책을 읽는 내내 마음 가득 불편함뿐이었다. 하지만 책을 집어던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살상무기로 발명된 피노키오가 아동 노동착취의 현장으로 들어가 장난감을 만들어 내는데, 그가 만들어낸 장난감들은 모두 살상용 무기가 되어 버리고 그것이 사회문제가 되어 결국 그 장난감 공장은 무너지지만 근본적으로 착취의 굴레는 사라지지 않았다. 일곱 난장이들에게 쫓겨 벼랑끝으로 내몰린 백설공주는 벼랑 밑으로의 투신을 택해버리고.....

지금도 피노키오에 실려있는 이야기들과 그림 컷들을 떠올리면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않아진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건 외면해서는 안되는 현실일 수 있는 것인데.

이 냉소적이고 적나라한 블랙 유머 코드의 잔혹동화는 절대 아이들에게 권해줄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도 하지만 또 절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은 우리의 현실, 현재이기도 하다.

 

아,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어둡고 무섭고 비참한 현실만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기도 하며 또 슬프고 가슴아픈 이야기도 담겨있지만 그 이야기가 곧 또 다른 희망을 갖게 하고 있기때문에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 책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너무 암울해서 그것조차 자기 위안인지 자기 기만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가지 책에 대한 느낌을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잔혹한 이야기는 역겨움이 너무 커서 피하고 싶어지지만 빈슐뤼스의 피노키오는 역겨움을 넘어선 울림, 그러니까 조금은 잔인하리만치 적나라한 거울과 같은 투명한 울림이 있기 때문에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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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쥐만 넣어 검색했더니 뜻하지 않게 음반이 검색된다. 아, 저것도 다 사고 싶은 것들인데....

일주일넘게 몸의 이상증상이 계속되고 오늘도 기운없이 종일 누워서 빌빌대고 있자니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해진다. 아, 의미없다,라는 것은 사람을 너무 허무하게 만들어대고 있는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가끔은 진지하게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어지럽게 쌓여있는 책 사진을 한 장 찍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 시간이 되도록 찍지못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한 서너줄의 책탑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미 그 방 책장 앞은 손을 못 댈만큼 수많은 책이 쌓여있다. 그만큼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사들이고 또 사들이고 있는 것이 마음에 찔리고 있을 뿐.

때로 읽어대는 속도가 엄청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읽어대는 숫자보다 사들이는 숫자가 더 많아지고 있어서 책탑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게다가 쓸데없는 욕심은 책을 회전초밥 집어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방출하고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자꾸만 회피하게 만들어버리고.

하아,, 열두시가 되어가니 급피곤이. 컴을 켠지 삼십여분밖에 안된것같은데. 그래도 조심해야지. 아,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하고 싶은 말은 많이 남았지만. 내일 생각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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