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컬러링북을 해보시게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해봤는데 뜬금없이 컬러링북을 아냐고 묻길래 집에 있는 가장 크고 가벼운 책을 골라 병원으로 갖고 갔다. 알고보니 티비에 컬러링북의 효과(?)에 대해 나왔었다고 해서 어머니가 아니라 언니가 그것을 해 보고 싶어서 갖고 오라고 한 거였다. 물론 자기도 하고, 어머니에게도 하게 하면 치매예방에도 좋고 우울증도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면서.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 효과를 바라면서 가끔 퇴근 후 집에서 열심히 색연필을 잡곤 했는데.
컬러링북을 너무 열심히 하면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시간될 때 조금씩 진도를 나가고 있다. 그래서 아직 비밀의 정원은 서너그림을 한두개 칠하다 덮어둔 상태인데.
아무튼. 병원에 갖고 간 '나의 소녀' 컬러링북은 옆 침상의 간병인 아주머니도 치매끼가 있는 노모에게 좋을 것 같다고 하고, 일주일전에 건너편 침상의 간병인 아주머니도 본인이 하셔야겠다면서 컬러링북을 찾으셨다.
색연필도 구해야겠기에 그건 문구점에서, 책은 서점에서...이러고 있는데 어느 한곳에 가면 안되는거냐고 해서 인터넷 서점에서 세트 상품을 사시면 어떻겠냐고 알려드렸다. 가격도 비교해보고, 책도 어떤 것이 좋은지 본인이 확인을 하는 것이 좋으니까. 괜히 내가 주문한 것이 맘에 안들면 서로 입장만 난처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사주는 책도 아니고.
아무튼. 이 컬러링북의 유행은 언제까지 갈까... 궁금해진다.
아, 이번 설에 내가 나에게 주는 책선물을 고를라고 들어왔는데 벌써 시간이 이리 지나버리고 있다. 오늘 책 두 권을 읽고, 서평도 올리고, 바빠서 못다본 진격의 거인도 봐 주고... 모처럼 휴가같은 하루가 생겼는데 별다른 것 없이 그냥 지나가버리면 아쉬울텐데 어째 분위기가 꼭 그럴 것 같은 느낌이다. 으윽.
만화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십이국기 이야기의 시작은 딱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고 있는 모두가 그리 생각하겠지? 근데 마성의 아이,를 새로 구입해야할까 어쩔까 하는 사이에 또 한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시리즈가 나오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 한꺼번에 구입해야지, 하는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접었다. 책구입 비용이 만만찮게 느껴지는데다 그렇게 한꺼번에 구입하면 오히려 책이 더 안읽혀...ㅠㅠ
아니, 근데 또 문제는 이젠 읽고나서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책의 내용이 가물거리는 과거의 기억속에서 흔적을 남겨주지 않고 사라져버리고 있어서.... 이런 것이 '딜레마'라고 하는 것이겠지? 아직까지는 그리 심각한 딜레마는 아니지만 어쩌면 조만간.
나중에 혹시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퇴직을 하게 된다면 조금은 여유가 생기게 되니 나도 데리고 여행을 가주겠다고 했다. 지금 현재는, 아이 둘을 모두 미국으로 학교보내야하는 상황이라 학비, 생활비 걱정에 여유가 없다고. 아니, 그런 말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거기다가 주방 살림을 좋아해서 맛있는 밥도 해준댔는데, 마카롱은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모양이 너무 간단하고 조금만 잘못되면 이쁜 모양이 아니라 형태가 마구 어그러질 수 있다고 들었다. 마카롱이 그런거였어? 라는 건 마음 속으로만 생각을 하고. 솔직히 마카롱이 맛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고 말을 꺼내고 보니 우리의 공통된 의견은 정말 맛있는 마카롱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일것이다, 였다. 내가 기억하는 건 과자처럼 퍼석거리는 것이었는데 그건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고. 너무 달았던 것도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여행과 음식. 이제 내가 부자가 되길 바랄 것도 아니고, 뭔가 특출한 재능이 있어서 그것을 키워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할 것도 아니고.. 오늘의 생활을 걱정해야 할 형편만 아니라면 이제 주된 관심은 정말 여행과 음식이 되겠구나, 싶다.
시리얼은 이미 실물을 접해봤기에 맘ㅇㅔ 드는데, 킨포크는 어떨까 싶다. 이런 책들에 관심은 가지만 선뜻 구입을 하기에는 좀 망설여진다. 내가 조금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여유가 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르겠지? 사실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작년과 올해의 수입이 또 달라지게 되니 가장 먼저 생긴 변화가 가족과 외식을 하는 것에 인색해지지 않았다는 것. 먹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괜한데 지출을 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언니와 둘이 밥을 터지게 먹고 난 후 정말 맛있는 빵집이 있다고 데리고 가서는 이것저것 빵을 골랐는데 그때 내가 겨우 이정도의 여유도 없이 살았구나, 싶어졌다. 다른 곳보다 두어배 정도의 가격이 비싼 빵집에서 빵을 사고 나오면서 맛은 있는데 너무 비싸서 다시 오지는 못할 것 같다는 말이 왠지 조금은 씁쓸했다. 사실 우리가 빵을 사러 들어갔을 때, 그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로워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드나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또 그곳에 가서 양껏 빵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이다. 상여금 받으면. ㅡ,.ㅡ
그보다는 좀 더 가치있는 일에 쓰고 싶지만 아직까지 내 돈씀씀이는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