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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4 - 수상한 제재소, 개정판
레모니 스니켓 지음, 홍연미 옮김, 브렛 헬퀴스트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여전히 레모니 스니켓은 위험한 대결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네번째 이야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보들레어 삼남매의 이야기가 어떤 위험과 맞닥뜨리게 되고 어떤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닌가?
아니, 그렇다고 해서 굳이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아이들은 길고 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여다보지 않을수도 있는 것이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에 나오는 대화중에 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마구 설명하고 있는 것을 읽으면서 새삼 이 위험한 대결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야, 라는 것을 깨닫고 있으니까.
이번 이야기는 보들레어 삼남매가 보잘것없는 마을에 있는 행운의 향기 제재소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보잘 것 없는 마을이라니, 더구나 제재소 이름이 행운의 향기라니. 왠지 좀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네번째의 대결에서는 '행운'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들레어 삼남매를 맡아 줄 새로운 후견인은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운, 그래서 그냥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제재소의 사장님이다. 그곳에서 삼남매는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어 있는데, 제재소에서의 일이 너무 고되고 점심은 달랑 껌으로만 대신하고 있는,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아동 노동력 착취의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급여대신 쿠폰을 받고 있는데, 그 쿠폰이라는 것이 할인 쿠폰이지만 정작 물건을 사야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간혹 어린이용 도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들에게 책 읽기,라는 것은 그저 책을 건네주며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나 혹은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누군가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좀 더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미 세상을 좀 아는 어른이 되었고, 위험한 대결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데 서둘러 대결을 끝내버리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깊이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라 생각하며 흥미롭게 읽어나가야겠다.
아무튼 보잘 것 없는 마을의 행운의 향기 제재소에서 고되고 힘든 나날이 이어지려나 싶었는데, 클로스의 안경이 깨지는 사건이 생기면서 보들레어 삼남매에게 커다란 위기가 다가오는데....
답답할정도로 긍정적이고 낙천척인 찰스 아저씨와 필 아저씨의 모습이 무기력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의 모습처럼 느껴졌었는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조건적으로 수동적인 자세를 갖는 것은 안좋은 것이겠지만 그래도 모든 면에서 밝은 면, 긍정적인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배울만한 삶의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