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숲은 더이상 두렵지 않았다. 숲은 친근했고 밤은 아늑했다. 나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하늘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떠받치고 있는, 태고의 거대한 물푸레나무를 이미 보아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형이 숲속으로 들어가서 보고 싶다고 했던 그 거대한 물푸레나무는 그 숲속 어딘가에 심어져 있는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숲속 어딘가에 심어져 있는 물푸레나무를 어느 순간 우리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물푸레나무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2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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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저녁에 내 방에서 혼자 조용히.

라는 대답이 떠올랐지만 책 읽을 여유가 없을 것 같은 외출에도 늘 책을 들고 다니고,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책을 꺼내드니 언제 어디서나 책 읽는 걸 좋아한다 라고 대답해야 맞는걸까 싶기도 하네요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당연히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지나친 내용중에 뭔가 확인하고 싶은 문장이 있을 때 앞쪽을 뒤적거리며 찾다 찾다 못찾을때 괜한 오기도 생기며 시간을 낭비할 때 전자책이면 검색이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을 뒤적거리며 찾는 시간이 더 좋네요.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나오면 메모를 하거나 포스트잍을 붙여놓기는 하지만 책을 접지는 않습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침대가 없어서.... (^^;; 좀 썰렁한가요?)

얼마 전 방에 있는 가장 오래된 책장의 두 칸을 비웠습니다. 거기 있는 책들은 애정하는 책들이라 몇년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책인데... 최근에 구입한 책들을 위해 과감히(!) 뺐지요. 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들은 그래서 최신간이거나 최근에 구입한 책들.

우연찮게도 '작가의 책'도 있고, 김연수 작가님의 책들 그리고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소장하고 싶어 구매한 신영복선생님의 처음처럼.

그리고 지금 읽는 책은 이승우작가의 식물들의 사생활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어렸을 때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어보지 못하고 자라서인지 (머나먼 친구집에까지 책을 빌리러 갔는데 그 친구의 변덕으로 빈손으로 집에 왔던 기억도 있지 말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은 무조건 사들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공간이 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책은 자리를 찾지못해 탑으로만 쌓여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다보니 조금씩 소유욕이 줄어들고 있어서 재독의 의지가 없는 책들은 주위에 뿌리고 있습니다.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선물도 하고. 알라딘 중고샵 덕에 판매를 하기도... ^^;;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내 기억에 정말 좋았던 책은 강소천님의 단편들. 정말 꿈이 있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가 한가득이었어요. 그리고 빨강머리 앤이나 톰 소여의 모험, 하늘을 나는 교실....

사실 어렸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은 집에 있던 동화 전집뿐이었고, 친구들은 컬러풀한 동화책을 읽을 때 집에서 막내인 나는 나를 위한 새 책은 전혀 없었기에 아주 어릴때부터 그냥 글자들이 가득한 책을 읽은 기억뿐이네요. 초등학생때던가... 친구집에 갔다가 화려한 인어공주나 그런 공주가 있던 동화책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고 말이지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그럴만한 책은... 없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아직 연재중인 원피스(아실지 모르겠지만, 만화입니다. 조카녀석조차 고무고무~하는 유치한 만화라 치부하는 ㅠㅠ)가 래핑된 채 쌓여있는 것, 정도? 벌써 몇년동안 읽지 않고 신간을 래핑도 뜯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고 있어서 그건 좀 놀라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작가와 작품은 다르다, 라는 생각을 해서 솔직히 어느 작가를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습니다. 도스또옙스끼나 톨스토이를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는 잠깐 생각해봤지만 막상 만나면 말문이 막힐 것 같아요.

근데 미완성 작품을 남기고 떠난 작가들은 그 작품을 어떻게 구상했을지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까뮈나 카프카도 그렇지만 사막 저편으로 사라진 쌩떽쥐페리도 그렇고 윤동주님도...

 

아,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 만화...'유리가면'의 작가님! 도대체 홍천녀의 역할은 누가 맡게 되는거냐고요? 몇십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안끝내주는지 정말... 결말이 완전 궁금합니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의 검은조직의 실체, 코난은 신이치로 살아갈 것인가... 결말을 보여주기는 할건가요? ;;;;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네! 레미제라블요. 하아... 반드시 원작을 읽을꺼야,라고 결심했지만 새로운 책들이 홍수처럼 밀려와서 자꾸만 미루게 되네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던 책을 의미한다면... 최근에는 없습니다. 최근에 재미있는 책만 읽었나봐요. ^^;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이런 질문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래도 굳이 대답해야 한다면 성경.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다가 (이건 별로 신앙적이지 않은데?;;;;) 내게 힘이 되어주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도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기장. 내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또 나의 생각을 적어넣을수도 있을테고....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소설책. 결말이 궁금한건 정말 참기 힘드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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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지음, 윤병언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못생긴 여자, 라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탈리아의 현대문학은 - 물론 뭐 그리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은 그 몇권의 책을 떠올려봤을 때 - 우리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표현되는 것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 학업, 취헙, 가족.... 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모습이 바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못생긴 여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 그녀의 모습은 곧 나의 모습일 것이며 그녀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과 같을 것이라는 예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더구나 글의 시작부터가 심상치않다.

 

"못생긴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꺼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삶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우리 못생긴 여자들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으면 마치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삶의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는다. 그곳에서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우리가 죽지 않고 숨이나 경우 쉴 수 있을 정도로만 열어놓은 조그마한 틈새에 대고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이다.

못생긴 여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할 줄 모른다. 그저 자신이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 만족할 뿐이다.

... 나는 못생겼다. 진짜로 못생겼다.

그렇다고 불구는 아니어서 남들이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내 몸에 붙어 있어야 할 것은 다 붙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영락없이 어딘가는 기준치보다 조금 더 짧거나 길다. 그것을 일일이 열거하는 건 의미도 없을뿐더러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어린아이처럼 예쁘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내 외모는 인간이란 종에 대한 하나의 모욕이고 무엇보다도 여성에 대한 모욕이다."(5-7)

 

그러니까 '못생긴 여자'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의 내용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처음 시작부터 완전히 현실적으로 내 이야기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든다. 나 역시 못생겼다. 못생긴 여자가 못생긴 여자를 읽고 있다. 이것이 아이러니가 될지 웃픈 이야기가 될지 슬픈 이야기 혹은 즐거운 이야기가 될지. 아주 조금은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혹시 '못생김'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하나의 은유로 쓰인 것은 아닐까, 못생긴 여자인 레베카의 모습은 또 다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작가는 레베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책장을 덮으며 뭔가 좀 아쉽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순간 이내 내 마음을 치는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나 역시 사회적으로 형성된 습관적 개념에 의해 레베카를 판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한 판단은 레베카의 외모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구인 루칠라와 루칠라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굴곡시켜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책을 다 읽고난 후, 나 역시 못생겼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는 내 오만이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나 또한 레베카를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지난 몇 년 간 나는 '차별'이라는 말에서 두려움을 느껴왔다. 민족, 사회, 문화, 외모, 취향....

감히 누가 어느 한쪽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이가. 이 소설은 그 '두려움'에서 태어났다. 환영도 사랑도 못 받는 레베카는, 지금도 우리 안에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레베카의 손을 잡고 입학식에 참석하는 것을 포기한 아버지, 너무 못생긴 레베카의 탄생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에 빠져 레베카를 외면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런 부모를 비난하며 레베카를 돌보기 위해 한집안에서 같이 지내고 있지만 그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던 에르미니아 고모까지 레베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해주는 가족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레베카에게도 모두에게 내세울 수 있는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이 있다. 그것으로 인해 레베카는 데 렐리스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레베카의 주변 인물들, 그러니까 가족을 비롯하여 레베카를 돌봐주는 마달레나와 친구 루칠라, 루칠라의 어머니와 이모(레베카의 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렐리스 피아노 과외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영향을 주고 그녀의 삶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하고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그 모두를 통해, 그러니까 관계와 일상의 모습 속에서 레베카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듯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데 렐리스 할머니는 레베카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얘야, 너는 특별한 아이야. 설령 네가 또 다른 외모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이 네 인생에 절대로 커다란 영향은 끼치지 못해. 넌 그 정도로 특별한 아이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 이 땅에 사는 날이 얼마나 된다고 외모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서로 다투어가며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느냔 말이지. 정말 한심한 노릇이야."(208)

그리고 그 말중에 요즘은 외모를 바꿀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수술을 하면 그뿐이라는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다. 그래, 왜 레베카는 수술을 하지 않는거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생각의 이면에 '못생김'이라는 것은 수술을 통해 그 표면적인 외형을 바꿀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내면의 못생김을 바꿔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데 렐리스 할머니를 만나면서 레베카는 조금씩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버지와의 관계도 변화하게 되고, 그녀의 집안 역시 조금씩 어머니의 향을 품어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레베카의 삶이 확연하게 바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백마를 탄 왕자님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학교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냄새나는 괴물 취급을 당하고 결국은 집단구타를 당하기도 하는 모습은 현실이 아닌 꿈속의 모습처럼 그려진다. 한참을 읽고 난 후에야 그녀의 현실적인 괴로움의 실체를 보게 되어 슬프기도 했지만, 이미 레베카가 "완전히 불행한 건 아니야. 이게 내 인생이니까"라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덜 슬펐다.

그러니까 인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이고 뭔가 특별한 삶의 선물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설속의 통념을 깨버리면서 레베카의 일상을 그대로 바라보게 만들어서 오히려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말이다. 나 역시 '나름 잘 지내'라는 말을 모두에게 하고 있으니 내 인생은 그리 나쁘지 않아,인 것이다.

 

"하지만 못생긴 건 어쩔 수 없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나도 알아. 좀 더 뛰어날 수 있으면, 나를 잊을 수 있으면, 내 외모를 잊고 살 수 있으면 말이야..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아.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해 질 때까지 여기 갇혀 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면서 지내는 거야. 아버지는 대단한 미남이지만 나처럼 맞서서 세상일을 헤쳐 나갈 줄 몰라. 마음은 있지만 못하는 거야. 그 점에 대해서는 아버지를 이해해. 난 불행하지 않아. 완전히 불행한 건 아니지. 나름 잘 지내. 그리고 그렇게 외롭지도 않아. 관중들에게 익숙한 오페라 가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말이야. 마달레나도 있고 데 렐리스 선생님도 있고, 일로 만나는 사람들도 있고. 외롭다고 할 수는 없지. .그냥 그게 내 인생일 뿐이야."(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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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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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공부할 권리'라니. 이 책은 그닥 읽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내가 뭐 정여울 작가를 그리 잘 알아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가 이야기하는 '공부할 권리'라는것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그런 공부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권리'라고까지 이야기하는데 한번 읽어볼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공부할 권리'가 뭔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책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쓰윽 읽어버리고나서야 그 의미를 새겨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 나의 존엄을 지켜 주는 최고의 멘토"라는 그녀의 에필로그가 책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되새겨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제가 지난 10녀 년 동안 시간표도 선생님도 없는 나만의 작은 마음의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배움의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길 없는 길 위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과 이별했으며, 그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는데 용감하게 두 주먹을 꽉 쥔 아이, 마음이 단단한 작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바로 나 자신이었지요. 여러분도 이 소박한 마음의 학교에서 자신 안의 가장 소중한 아이,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천진한 내면의 아이를 꼭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작은 방 안에 있음을 깨닫고 이 세상이 너무 알고 싶어 '나'라는 껍질을 스스로 깨고 온 세상을 헤매다 비로소 나만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아이가 또 다른 길 위에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 떠납니다.

당신이 '공부할 권리'를 스스로 되찾는 순간, 새로운 인생의 2막은 비로소 활짝 열릴 것입니다"

 

조금 긴 글을 인용했지만 혹시 나처럼 '공부'라는 말에 응? 하면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녀의 말을 옮겨놓았다. 책을 읽는 동안 했던 생각들을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 그러니까 이것 역시 정여울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기는 하지만 -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보다 일상 속에서 책을 어떻게 써먹을까입니다"(321)

아니, 책을 수단화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책을 읽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냥 스쳐버리지 말고 내가 읽은 책이 삶으로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책의 메시지도 함께 나누고, 그에 더하여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삶의 모습으로 실천하기도 하며 책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미 읽은 책이지만 깊이있게 읽어내지 못한 책의 이야기도 있었고, 깊이 공감하며 함께 읽어나가는듯한 느낌이 든 책 이야기도 있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읽지 못한 책을 빨리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조급함이다. 왠지 내가 왜 이런 세상을 몰랐을까, 라는 마음이 드는 느낌이랄까.

 

어찌 보면 이 책은 정여울이라는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감상'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쉽게만 볼 것은 아니다. 글을 읽는 것은 쉽지만 그 글들이 내 삶의 모습과 연결되게 하는 것은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으니까. 그녀의 이야기 한토막처럼 '정의'와 '정의감'은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어쨌든 책은 너무 술술 읽혀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약간 소화불량에 걸린 듯한 느낌이 남아있는데 이제 다시 그녀가 이야기한 책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나대로 내 삶의 이야기를 더하여 나의 내면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해나가면 그 묵직함은 또 다른 깊이있음으로 바뀌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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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9 0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주문해서 지금 이 책 배송될때만 기다리고 있어요 ^^
읽은 책이 삶에 깊숙히 스며들 수 있도록, 책을 그렇게 읽는 사람과 그렇게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chika 2016-04-19 09: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부끄러움을 알게된 우리도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기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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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8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디 적어놓고 싶은 구절이네요.
제목이 너무 식상해서 망설이고 있던 책인데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chika 2016-04-18 09:33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제목이 좀 맘에 안들었는데, 내용은 빨려들어갑니다. ^^

사두고 묵혀두기만 하고 있는 일리아드나 안티고네를 마구 읽고 싶어지게 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