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 - 펜 끝에서 살아난 우리 건축 천년의 아름다움
김영택 글.그림 / 책만드는집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세밀한 묘사를 하는 경우에는 하루 온종일 그려도 10x10cm 정도밖에 못 그린다. 그러니 펜화가라도 어찌 지겹지 않겠는가"(198)

책을 읽다가 역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펜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절대 그릴 수 없는 그림일꺼라고 생각했었기때문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드로잉 연습을 시작해봤지만 날마다 꾸준히 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고 지겨운 것임을 절실히 깨닫기도 전에 그림 연습을 때려치우곤 했었기 때문에 더욱 더 펜화의 그림에 담겨있는 정성을 알 수 있었다.

펜화를 그리는 저자 역시 지겨움을 토로하며 꾀를 내어 손재주 좋은 후배에게 연필로 그려놓은 밑그림을 따라 단순히 선만 그려넣게 했지만 전혀 다른 그림이 된 것을 보고 선 하나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니 정말 이 책에 도판으로 실려있는 저자의 펜화는 그만이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인 것이다.

 

저자가 처음부터 펜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을 했지만 우연히 프랑스에서 펜화를 접하고 그때부터 펜화를 그리기 시작해 이렇게 멋진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다시 봐도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펜화'에 중점을 두고 처음에는 그림만 바라보고 한꼭지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는데 글을 읽다보니 오히려 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문화 유산인 건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나 버릴 것없이 소중하다.  

지난 번 수막새에 대한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 정확한 우리말이 무엇인지 궁금해 검색하며 찾아봤지만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막새'의 본래 이름은 '막새'이고 암막새는 '내림새'가 맞는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특수 기와를 재현한 전설의 와장 김영림 여사가 가르쳐준 것이라고.

 

펜화는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림이나 사진과는 또 다른 정교함으로 펜화만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 지역의 그림이 없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나중에 저자의 펜화와 실제 건축물이나 나무, 풍경을 보며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또 그냥 그렇게 봤던 펜화의 매력도 달리 느껴질 것 같고 저자가 그려낸 펜화의 원대상이 있는 세상도 달라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괜한 설레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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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충주호
혹은 청풍호

인스타그램이 자꾸 멈추니 여기라도 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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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누군가는 긴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며 온갖 수고로움을 다 하는 계절들 뒤에 한 것에 비해 너무 후한 평가를 받는 것 같다는 5월. 그런데 나는 그래. 5월은 후한 평가를 받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값진 이름을 받을만하다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서 세상은 온통 파릇한 새싹이 돋아 새로운 생명을 움트지만 가장 많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몸이 힘들어지는 계절의 틈바구니를 견디어내면 올 한해도 무사히 지나가겠구나, 생각할 수 있다고. 입맛없어 힘들어하시던 어머니도 그 시기를 견디어내니 조금씩 입맛이 도는지 식사를 잘 하신다고 했더니 어머니 안부를 묻던 분께서 그럼 됐다고, 올 한 해 잘 견디어내시겠다고.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해. 5월은 아름다워야한다고. 잘 견디어낸 분들을 위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주는 것이 5월의 역할이라고. 

5월의 긴긴 연휴가 끝나가고 있다. 그런데 내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연휴야.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위해 어떤 책을 들고갈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책읽을 시간이 많지 않을것을 예상함에도 불구하고 두 권이나 넣었다. 책을 못읽어도 들고 다녀야 안심이 되는 일종의 이상한 강박증이 생긴 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야.

 

 

 

 

고양이 책을 보니 괜히 사고 싶어진다. 그래도 당장은 참아야해. 그러다가 적립금 유효기간이 지나기전에 책 한 권을 주문해야겠는데 싶어지다가 또 이렇게 망설이고 있어.

 

 

내일부터 2박3일 여행이다. 어머니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 집을 나서는 여행, 몇년만인가. 거즘 십년이 되어가는 것 같아. 언제나 나홀로 여행은 떠나본적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함께 여행을 떠나곤 했었는데 어머니 사고 후, 또 간헐적으로 쓰러지시곤 해서 차마 어머니 혼자 두고 어딘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꿈을 꿀수도 없었어. 지금이 아니면, 게다가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기도 하고. 짐을 싸는데 뭘 담고 가야하나, 싶기도 하고. 이것저것 챙기다가 이틀동안 그냥 아쉬운대로 지내다 와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별 것 아니지만 굉장한 일을 앞둔 느낌이야.

 

 

 

 

 

 

 

 

 

 

 

 

 

 

 

 

기대되는 책이 있는데 다음 주쯤 도착하면 책자랑을 하고 싶어질 것 같은 책이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급한대로 책 한 권을 주문. 이런식으로 주문한 책이 벌써 몇권째인가. 연휴동안 오히려 평소보다 더 책을 안읽었다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지만 항상 그렇듯 이제와서 마구 후회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난 그리 피곤하게 지내지도 않았는데 왜 연휴동안 내리 잠만 잤을까. 그리고 잠은 자도자도 왜 끝없이 자꾸만 밀려오는 걸까.

 

개표결과는 뻔하게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어서 보다말다보다말다했는데. 중요한건 당선자보다 다른 후보들의 득표율. 다음 대선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이 많은 듯 했지만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재명을 언급하던 30대가 정작 투표는 안,에게 했다. 아니 왜? 이유가 조금은 어이없었다. 아니, 내 선입견일까? 30대가 '안보'를 얘기할줄은, 그것도 안보를 위해서는 심상정도 안된다고 할줄은. 문재인도 돈을 모두 북한에 쏟아부을거라고 말하는 걸 보니, 도대체 저런 얘기는 누가 어떻게 당연한 사실인것처럼 얘기하고 있는걸까 궁금해졌다. 아아, 내일은 거즘 일주일만에 일찍 일어나 나가야 하니 잠은 오지 않지만 잠을 자야겠다. 조금은 재미없는 책을 읽다보면 잠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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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의 철학자, 바오
나카시마 바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우름(Aurum)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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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단한 꼬마라고 해도 열살짜리 꼬마의 글이 뭐 대단하겠어? 라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감동과 예상치못한 통찰이 담겨있기는 하겠지, 라는 그저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이내 세상에 대한 통찰을 나이로 따져서는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꼬마 바오의 글은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그 부끄러움보다 더 강한 감동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이 모든 것이 바오의 글을 읽고 느끼게 된 것이다.

 

엄마가 아파 누워있으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으니 과자를 갖다놓기도 하면서 엄마가 무엇이든 먹기를 바라고 있는데 다음날 엄마가 기운을 차려 과일을 먹고 웃는 얼굴을 보이자 기뻐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열살짜리 꼬마의 마음이다. 그런데 바오는 한마디 덧붙인다. '소중한 사람은 곁에서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제야 알았다'라고.

글을 읽다보면 왕따를 당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자기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도 느껴지게 된다. 나였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을텐데, 바오는 가장 좋아하는 감정이 용기라고 한다.

없는 것을 찾으며 살기보다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고, 모든 것은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다고 말을 한다. 고민이 있고, 기분나쁜일, 짜증나는 일이 있다는 것은 평소 그러한 일이 없을꺼라는 초긍정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너무 가까이, 너무 당연하게 있어서 소중하고 감사함을 몰랐던 존재를 일깨워주고, 열살짜리 꼬마 녀석이 '나는 열살, 앞으로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하는 앙증맞음도 갖고 있다. 정말이지 어른의 말을 꺼내고 있다가도 어린아이처럼 친구와 놀지 못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기도 하는 모습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열살인 바오에게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런데 가장 좋았던 것은 그런것이다. 사실 바오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굳은 의지를 갖고 자기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아이였으며 학교를 그만둔 후 도쿄대 영재발굴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기도 한 우수한 아이이다. 그런 바오가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남과 다른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깨달음을 통해 조금씩 강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바오는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냈고, 모두에게도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나의 최대 장점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안다는 것.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신을 소중히 하자. 이야기는 거기서부터다"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내가 아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을 때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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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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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20세기의 이야기이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역사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고 배워나가게 된다는 의미에서 20세기의 스무가지 가르침이라는 것은 깊이 새겨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가 20세기인지 21세기인지 헷갈려버리고 있다. '20세기에 만주주의가 파시즘과 나치즘, 공산주의에 굴복하는 것을 보았던 유럽인들'의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우지 않더라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하겠다는 결의가 더 커지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더라도 침착하라."

 

책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건, 구체적인 상황은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한 조언의 제목은 티머시 스나이더가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지금 우리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 조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당국가를 조심하라, 진실을 믿어라, 직접 조사하라, 최대한 용기를 내라, 무장을 해야 한다면 깊이 생각하라....우리의 현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말들 아닌가.  더구나 투표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는데 "어떻게 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모든 시민이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도록, 각각의 표를 동료 시민이 쉽게 집계할 수 있도록 불공정한 선거 제도를 고치려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우리에겐 종이 투표지가 필요하다. 멀리서 조작할 수 없고 언제라도 다시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39)라는 글은 더더욱 그냥 넘길 수 없는 글이다. 며칠전에도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는 연습을 시킨 정황이 포착되고, 관에서 조직적으로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정황도 밝혀지고, 재외국민에게도 특정후보의 홍보 영상이 다른 후보에 비해 5배나 더 많이 공지되는 등 온갖 형태의 부정선거가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대선이 끝나고 개표참관을 하고 온 친구가 백장의 묶음용지에서 다른 후보에게 기표된 표가 무더기로 포함된 것을 찾아냈었다는 무용담 아닌 무용담을 들었던 기억도 난다. 이런저런 꼼수를 부릴 수 없게 하려면, 조작할 수 없고 다시 헤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종이 투표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대놓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우리의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 평화로운 세상을 이뤄나가기 위해 '최대한 용기를 내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아무도 자유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모두 폭정 아래서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이상 폭정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죽을 각오의 용기를 내어 정의와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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