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본연의 모습과 문명화된 까마귀의 모습,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로서의 까마귀와 철학자로서의 까마귀, 완전한 존재인 여신으로서의 까마귀와 시커먼 얼룩으로서의 까마귀, 개별자로서의 까마귀와 조류로서의 까마귀 사이에는 끊임없이 놀라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애도와 삶,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도 동일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 나는 까마귀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40.

 

 

이제야 책을 읽는 중이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벨맨 앤드 블랙,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두 책은 서로 결이 다른 것이지만. 단지 그냥 블랙,으로 연상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연결이 되는 부분 아니겠는가.

 

 

 

 

 

 

 

 

 

 

 

 

 

 

 

 

 

 

 

 

 

미미여사의 30주년 기념작,이 신간인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도 신간이 맞는거겠지? 최근에 출간된 환야나 유성의 인연은 재간인데. 누구 말대로, 정말 아무리 물가가 오르고 종이값도 오르고 그랬다지만 번역이 달라지는 건 아닐텐데 책값이 많이 올랐구나.

비 내리고, 온 몸이 쑤시고, 식곤증처럼 자꾸 졸음이 쏟아져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문서 작성은 자꾸만 틀려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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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을 제대로 키우려면,

정원을 가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튤립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로 통한다. 묵직한 튤립 알뿌리를 가을에 심으면 멋지게 꽃이 피지만, 그 이듬해에는 이파리 몇개만 형성되는 것을 너무나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이 식물들이 여름철에 너무 습한 상태로 지냈던 데 이유가 있다. 중유럽 토양이 다 물이 잘 빠지는 것은 아닌 데다 유럽의 기후 여건이 지중해나 스텝기후인 소아시아 지역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튤립에게 필요한 건 여름철의 건조한 토양과 높은 기온이다. 이걸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튤림을 화분에 심은 다음 꽃이 핀 뒤에 구석지지만 가능한 한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잎은 완전히 말라 거의 저절로 알뿌리에서 떨어져나올 때에 비로소 제거해주어야 한다. 튤립은 중노동을 하는 꽃이다. 매년 이식물은 제 알뿌리를 다 먹어치우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양분 저장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 밖에도 이 식물은 이미 봄에 그 이듬해 봄에 필 꽃과 잎을 만들어놓는다. 수많은 왕성한 튤립 품종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듯 추가로 작은알뿌리들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알뿌리들은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한다.
하지만 잘 돌보아줄 경우 한 해 뒤에는 우리에게 꽃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제 튤립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면서 봄철 성장기에 적어도 두 번, 그러니까 한 번은 꽃봉오리가 맺힐 때, 또 한 번은 꽃이 막 시들 때 적정량의 액체비료를주기 바란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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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1년에 한번쯤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사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는 직장생활의 비애같은 건 내게는 해당되지 않았고 십년쯤 전에는 좀 무리가 되는 계획이었는데도 강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은 그때였다고 기억을 한다.

 

"여행은 기대만큼 아름답거나 근사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보다 훨씬 비루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가끔 오늘처럼 말도 안되는 풍경을 여행에서 만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이 한 풍경을 목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풍경을"(133)

 

사실 혼자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여행이 기대만큼 아름답거나 근사하지 않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남은 일정을 어색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함께 간 일행과 일정을 맞추고 힘들어도 참고 패키지 여행을 갔을 때는 함께 하는 일행과 마음이 맞지 않으면 여행 일정 내내 불편함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 설레임이 인다. 일상보다 비루한 여행이 된다 하더라도 분명 어느 한순간은 잊지 못할 풍경, 내 삶의 한 순간을 행복하게 기억할 추억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삶에 대한 사유가 더해지는 여행의 시간을 보낸다면 기꺼이 여행생활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은 여행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잔잔하게 풀어놓고 있다. 그냥 그런 이야기였다면 금세 잊혀가게 될 여행에세이중 하나가 되었을 것인데 사유의 시간들이 담겨있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가봤던 곳에서의 이야기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풍경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따라가고 그렇지 않은 곳은 - 물론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더 많지만 - 그녀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녀가 찍은 멋진 사진들을 감상하며 책을 읽었다.

뭔가 딱히 꼬집어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은 그녀의 이야기와 오버랩되는 나의 이야기기 있고, 추억이 있고 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설레임이 있어서 좋았다.

일상의 삶이 여행이고 여행이 곧 삶이 되는 시간들의 기록,은 지금 여기에서 또 언젠가 그곳에서 이뤄지고 있게 될 것이다. 나도 나만의 은유하는 순간들을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색깔은 작은 팔레트에 머물고 있는 내가 가진 색깔이 한계를 자주 넘어서곤 했다. 그때마다 왜 여행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여행을 통해 색깔의 한계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지 못했던 한계들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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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떤 물감으로도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파란빛을 띠고 레이크 루이스가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는 색깔의 한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이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색깔은 작은 팔레트에 머물고 있는 내가 가진 색깔의 한계를 자주 넘어서곤 했다. 그때마다 왜 여행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여행을 통해 색깔의 한계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지 못했던 한계들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나는 레이크 루이스에서 또 하나의 파란색 물감을 내 작은팔레트에 채워 넣었다.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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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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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드라마를 먼저 보고 밝고 명랑한 느낌이 좋아 원작소설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드라마와 소설이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것만 기억을 하고 세세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예상외로 한번 읽었던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첫장을 읽기 시작하자 정말 신기하게도 그 복선과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밝은 느낌의 드라마와는 달리 우울한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는 원작소설의 결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에 없다는 것은 더 신기하다. 그리고 제일 신기했던 것은 이 모든 예상밖의 이야기들과 달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아주 오래된 장르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 없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부분적으로 못느꼈던 부분들이 이번에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에서 재미있는 내용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 식당이 잘 되려면 우선 사람들의 발길이 이쪽 상가로 쏠리도록 해야 돼요. ... 꼭 우리 식당이 아니더라도 일단 사람들을 이쪽 길로 불러들여야 합니다. 우리끼리의 승부는 그다음 문제예요"(1권 243)

이런 글을 읽으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라 골목식당을 진두지휘하는 백종원의 말, 같지 않은가? 엔지니어 출신의 장르소설 작가로 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여러 사회문제들 - 도박이나 사기 같은 문제들을 다루면서 또 소소하게 세상의 편견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경찰이란 원래 그런 거야.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서 하루 치 매상금이 없어졌을 때 다들 나를 의심했어. ... 내가 그 돈을 훔치려면 아주 여러 명의 시선을 완전히 따돌렸어야 해. 그런데도 경찰은 그런 부자연스러운 모순에는 눈을 감아버렸어. 네가 훔쳐 갔다, 빨리 실토해라, 윽박지르기만 했지"(2권 70) 같은 문장을 읽다보면 과연 지금의 경찰은 다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못느꼈던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재미를 이런 부분에서도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략히 말하자면 살인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삼남매가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의 살인범을 끝내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진실과 진심이 무엇인지, 죄와 벌, 용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이미 첫장에서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복선이 무엇인지, 등장인물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 짐작하고 기억할 수 있었는데도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던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그저 이야기의 흐름만 따라가며 범인을 찾는 재미로써만 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증명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더해 그의 많은 작품들에서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악에 대한 개념도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과 달리 유성의 인연에서는 생존을 위한 사기행각도 어쨌든 죄라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미소짓게 되는 결말이 더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어 즐거운 다시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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