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1년에 한번쯤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사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는 직장생활의 비애같은 건 내게는 해당되지 않았고 십년쯤 전에는 좀 무리가 되는 계획이었는데도 강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은 그때였다고 기억을 한다.

 

"여행은 기대만큼 아름답거나 근사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보다 훨씬 비루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가끔 오늘처럼 말도 안되는 풍경을 여행에서 만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이 한 풍경을 목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풍경을"(133)

 

사실 혼자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여행이 기대만큼 아름답거나 근사하지 않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남은 일정을 어색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함께 간 일행과 일정을 맞추고 힘들어도 참고 패키지 여행을 갔을 때는 함께 하는 일행과 마음이 맞지 않으면 여행 일정 내내 불편함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 설레임이 인다. 일상보다 비루한 여행이 된다 하더라도 분명 어느 한순간은 잊지 못할 풍경, 내 삶의 한 순간을 행복하게 기억할 추억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삶에 대한 사유가 더해지는 여행의 시간을 보낸다면 기꺼이 여행생활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은 여행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잔잔하게 풀어놓고 있다. 그냥 그런 이야기였다면 금세 잊혀가게 될 여행에세이중 하나가 되었을 것인데 사유의 시간들이 담겨있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가봤던 곳에서의 이야기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풍경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따라가고 그렇지 않은 곳은 - 물론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더 많지만 - 그녀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녀가 찍은 멋진 사진들을 감상하며 책을 읽었다.

뭔가 딱히 꼬집어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은 그녀의 이야기와 오버랩되는 나의 이야기기 있고, 추억이 있고 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설레임이 있어서 좋았다.

일상의 삶이 여행이고 여행이 곧 삶이 되는 시간들의 기록,은 지금 여기에서 또 언젠가 그곳에서 이뤄지고 있게 될 것이다. 나도 나만의 은유하는 순간들을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색깔은 작은 팔레트에 머물고 있는 내가 가진 색깔이 한계를 자주 넘어서곤 했다. 그때마다 왜 여행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여행을 통해 색깔의 한계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지 못했던 한계들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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