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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나는 정말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튀어나오는 말을 머릿속에서 제어할 틈도 없이 그 말이 밖으로 나와버렸다. “어~ 이제 10여 쪽밖에 안남았거든요?”
업무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사무실에서 겁도 없이 이제 10여쪽 남은 책을 마저 읽겠다고 제발 나를 가만 내버려달라는 얘길 할 수 있었단 말인가!
- 이제와서야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무런 생각없이 다시 코를 박고 책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하핫!
책은 무척 재미있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이 어떤지는 저얼대 얘기해 줄 수 없다. 내가 어찌 감히 당신이 직접 읽으며 누려야 할 즐거움을 뺏을 수 있단 말인가. 안되지, 아암~
책들이 보였다. 마침내! 어떤 것들을 집을까? 상관없다! 중요한 건 책이야! 사자! 사자!...(Ⅰ206) 독서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절약하는 지적인 방법이다....(Ⅱ 94) 제발요! 나는 그 책들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습니다!(Ⅱ 315)... 그 책들을 읽는 일은 내게 재미를 주었다. 그러더니 점차 나를 감동하게 했고 마침내 나를 사로잡았다(Ⅱ 317).... 나는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면서 전보다 훨씬 더 집중적인 삶을 살았다(Ⅱ 318).... 먹는 일? 그런 것은 부차적인 일이었다. 몸을 씻는 일? 그런 것은 시간낭비였다. 오로지 독서, 독서, 독서만이 중요했다.(Ⅱ 318)
이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냐고? 설마~ 그럴리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이 모든 이야기를 넘어서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저렇게 인용을 해 댄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또하나의 즐거움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인용한 부분을 다시 한번 보시라.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을 콕 집어 얘기하고 있지 않는가! 에이~ 심하다고? 약간의 부풀어짐이 있다고 하면 뭐라 반박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비슷하지 않는가. 인터넷 서점을 누비며 장바구니를 마구마구 채워대는 것이나,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 책을 읽고, 책에 집중하면서... 오로지 독서에 올인.
아아, 아니. 이게 아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내가 자꾸 시선을 흐려놓고 있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오로지 ‘책을 읽는’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따라 다녔지만, 이 책에는 책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내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중요한 건 잘 팔리는 종이지 그 위에 쓰여있는 말들이 아니거든’(227) 같은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어째 글을 쓰다보니 재밌는 책을 재미없게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끝으로 하나만 더 인용해본다. 이야기가 절정을 넘어서는 숨가쁜 그 순간에 나는 그만 푸헷! 하고 웃어버렸는데...
“그렇게 무시무시한 괴물을 난생 처음 봤습니다”
나는 이 슈렉스가 거울속의 자기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을까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Ⅱ 318)
그...그런데 왜 갑자기 내가 거울을 보고 싶어지는거야?
책의 흐름과는 전혀 쌩뚱맞은 서평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해보시라. 내가 미리 이야기해 준 이부분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한 조그만 구역만을 보여준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