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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 일곱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곱 개의 세상
지승호 지음 / 북라인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기도 뻘쭘하고 안쓰기도 뻘쭘한 상태로 있다가 책을 꺼내들었다. (쓰기도 안쓰기도 뻘쭘하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지승호님'이 알라딘 서재에 있기 때문이라는거, 아실분은 아시겠지)
책을 쳐다보다가 또 엉뚱한 호기심에 사로잡힌 나는 몇 안되는 우리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박노자, 이우일, 유시민, 진중권, 노회찬, 하종강, 김규항, 지승호" 이들 중 아는 사람은?
당연히 '이우일'과 방송을 많이 탄 '유시민, 진중권, 노회찬'이라는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밖에 이우일은 누군지 신경도 안쓰더라. 그렇게 재밌는 '옥수수빵파랑'이라는 책도 내고, 도날드닭도 그렸는데 모른다니. 정말 놀랍다! 이 책 리뷰 다 쓰고 그 다음엔 옥수수빵파랑,을 광고하고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건 그렇고....
한겨레21을 본 애는 하종강이란 이름까지 알았고 공통적으로 '지승호'도 잘 몰랐다. 하긴 내가 알라딘이 아니었다면 저들 7명, 아니 지승호님까지 해서 8명을 다 알 수 있었을까.
사실 말하자면 나는 정치적인 사람도 아니고, 이들이 심각하게 혹은 가볍게라도 내뱉는 말들을 다 이해할 수도 없으며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다보면 막연히 여러 매체를 통해 형성된 그들의 선입견을 깰 수 있게 된다. 아니,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 이런 말을 한다고 내가 이 책을 마구마구 이해하면서 잘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얘긴 안해도 알겠지만 머.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 이라는 생각에 그들이 하는 말은 다 어렵고, 그들의 논쟁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고, 그들의 세계관은.... 어쩌구 하는 선입견도 싸그리 잊게 된다. 내게 지승호라는 사람의 인터뷰 책은 그렇더라.
김규항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읽다가 김규항님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는 도저히 인터뷰를 하지 못할것이라는 말을 한다. 어쩌면 나랑 똑같냐. 나는 단순한게 성질머리까지 나빠 싫은 사람은 싫은 내색을 마구 드러내놓고 있는 인상 다 쓴다. 그래서 내가 싫은 사람하고는 말도 잘 안하려고 한다. 그러니 나와 생각이 맞지 않거나 뜻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지승호라는 인터뷰어는 결코 그러지 않는다. 머리가 나쁜 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 이 질문은 앞에서...'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7명의 인터뷰 내용이 하나로 이어져 꿰어지고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뭐 어쩌겠냐. 난 도대체 뭔 정신으로 이 책을 읽고 있는거야! 호통을 치고 다시 쓰윽 읽어나갈밖에.
책을 다 읽었으니 정리를 하고 리뷰답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책에 대해 뭔가를 써야겠는데 뭘...쓰지?
박노자,를 보면 여전히 한결같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올곳은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라 할 수 있을까?
이우일, "난 이게 좋아"라는 표현이 딱 그를 일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싫어, 다 싫어, 다 싫어, 이건 좋아"라는 싫은건 싫다고 좋은건 좋다고 말하는 느낌이 아니라,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이우일을 말하는것 같아서. 이런 긍정적인 표현에 감탄하다 말고 이들 가족이 만든 홈피에 들어갔다. '좀비이야기'를 보러. 궁금하신분은 http://www.saybonvoyage.com/ 구경가시길.
유시민, '저 사람 왜 저러냐'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었다. 그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그가 했다는 발언만 들으면서 '정말 욕 먹을 말만 골라서 하는가보다'라고 슬쩍 뭉치며 넘겨버리기만 했었는데 변명아닌 변명을 들을 수 있었다. 새삼 느끼는 것은 '매체에서 보여지는 모든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
진중권, 싸움질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나는 그의 싸움질을 본적이 없다. 다만 그의 책을 읽었을뿐이다. 그림에 관한, 미학에 관한, 그리고 놀이와 예술의 상상력.
노회찬,그가 감옥에 있을 때 어머님이 이백여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난 노회찬님이 고민을 끝내고 그걸 책으로 내기를 바란다. 이분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렇구나'하며 밑줄쳐둔 부분. "첫번째로 주요한 쟁점에 대해서는 평소 쟁점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각각의 입장들, 즉 어떻게 해서 저런 입장이 나오는가, 올바른 입장이 뭔가 하는 것을 많이 생각합니다. 주요한 쟁점에 대해서는 토론회가 있든 없든 평소에 쭉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두번째로, 일단 맛도 보면 미미한 맛을 다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뜨겁다, 차다'는 것 외에는 못 느끼는 사람도 있죠. 말과 글도 보면 여러 각도가 있거든요. 저는 독서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언어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글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죠. 그래서 읽기는 다양하게, 가급적 많이 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말을 잘하려면 말을 많이 들으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다 보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말을 잘 안 듣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말만 많이 하고, 그래서 자신의 언어 습관을 잘 못 고쳐요. 자기에게 어떤 단점이 있는지 알기가 어려우니까 단점이 오래 가는 거죠" (254쪽)
하종강, 한겨레21을 본 애는 이분을 알지만 나는 잘 모른다.어디서 누군가에게 이름만 들어봤을뿐. 인터뷰 내용을 읽으면서 자꾸 그 삶에 깊이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내 존경의 대상이면서도 가족이기때문에 오히려 더 비난의 시각으로 보게 되는 오빠가 민주노총의 고단한 십여년의 직장생활을 그만 둔 올해, 더욱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적게 일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더 잘살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말에 동의하며 '노동자는 선이다'를 진리로 받아들이게 되기를!
김규항, 두 사람이 밥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자리에 내가 끼어들어 귀동냥을 하는 느낌이랄까,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된 두번째 책 '나는 왜 불온한가'를 얼마전에 읽어서 그런지 좀 더 쉽고 재밌게 읽히는 느낌이었다. 예수가 민중에 대해 냉소적인적은 없었다, 라는 말은 그가 어떠한 말과 글을 쓰려고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난 "예수전"이 기다려진다.
처음엔 그저 엉뚱한 호기심으로 '이들을 아냐'고 물었던 것인데, '이들이 뭉쳤냐'는 물음이나 '지승호, 아는사람?'이라는 물음을 듣다보니 재밌어졌다. 한 녀석은 들었던 이름을 말하면서 내게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라는 말과 자신은 일반적이지 않기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핑계김에 리뷰를 써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알든 모르든 세상은 흘러간다. 하지만 이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삶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리뷰를 쓰고 있고, 내가 물음을 던졌던 4명의 직원에게 '지승호, 전문 인터뷰어. 인터넷으로 내가 조금 아는 사람, 책 판촉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관심갖고 읽어주라고.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그런가? 믿지 못하시는 분은 잠시 책을 빌려서라도 읽어보시길. 김규항 인터뷰 내용에 나오니까.
뱀발. 이 책을 읽으며 제일 크게 웃었던 것은 그것이다. 김규항님 동네 사람중 한명이 그에게 했다는 말. "형, 글 쓸때 사전 찾아가면서 쓰지?" 그의 말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 말을 한 동네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우쒸, 책 읽을 때 사전 찾아가면서 읽어야잖아!'로 바뀔뿐. 그래도 이 책은 재미있다. 모르는 단어를 제끼고 읽어도 재밌단 얘기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