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적고 보니 월급날이다. 

대부분 예의상 전날 대량이체파일을 만들어 예약을 걸어놓으면 월급날 오전에 입금이 되게 한다던데.

우리 사무실 급여담당자는 그걸 모르는 건 아닐텐데 왜 - 왜, 라고 쓰지만 사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급여가 은행마감시간 전에 겨우 들어오더니 급기야 지난 달에는 은행마감시간 이후에 급여를 넣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있다. 어휴.


지금도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점심시간이라고 자기 개인저인 일을 할 시간이라 생각하는지. 급여이체는 안중에도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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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간단히,로 시작해서 너무 가벼운가? 싶어서 추가, 추가, 추가 하면서 먹었더니 너무 많이 먹었다. 거기에 더해 연유커피를 탔는데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맛은 없고 양은 많고 얼음을 넣기에는 커피 한봉을 더 넣어야 할 것 같아 그냥 맛없는 양 많은 커피를 마시고 왔더니 정말 오늘은 맛없게 많이 먹어 배부른 날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나른한 오후.

한차례 쏟아진 소나기는 5분을 못채우고 그쳐버린 것 같고, 지열을 식히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과 적은 양이라 오히려 땅으로 떨어진 빗방울이 증기가 되어 올라오는 바람에 더운 기운이 좀 더 심하게 올라왔을뿐이고.

많이 먹지 않아도 졸린 오후에 일없이 더 졸음이 쏟아지고 있을뿐이고.

월급은 들어 올 기미도 없을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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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의 동물수첩 - 인생에 꼭 한번, 사막여우와 카피바라에게 말 걸기
박성호 지음 / 몽스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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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의 동물 수첩은 여행에세이로 분류될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저자의 삶과 여행에 대한 단상을 적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환경주의자나 동물학자들의 에세이를 통해서 읽을 수 있었는데 여행가의 동물 수첩이라고 하니 좀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 사파리투어를 통해 야생의 동물을 본다거나 기린 호텔에서 숙식을 하며 기린과 교류하는 체험을 한다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을 찾아간다거나 하는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동물들의 특성이나 경이로운(!) 사진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여행가로서 여행의 여정에서 만난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쌓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사실 생각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읽은 에세이이다. 


"나는 내 일이, 가보지 않은 바다 너머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공항에 가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주저하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여행하며 쌓아올린 경험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언젠가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했던 용기 있는 순간들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늘, 호기심과 설렘이 두려움을 앞서는 사람이고 싶다."(31)


조금 긴 인용문이지만 이 글을 그대로 적어보는 이유는 책을 읽으며 보통의 다른 여행 에세이와는 다른 글 - 그 다름이 굳이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알지 못하는 곳에 대한 동경, 호기심과 설렘이 있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보다는 무엇인가를 시도해보는 용기를 갖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들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백만배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떠나는 순간은 늘 기나긴 망설임 끝에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책을 펼쳤을 때 사진이 아닌 삽화가 먼저 보여서 실망(!)할 뻔 했지만 동물들의 사진도 실려있어서 좋았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거나 봤던 동물들의 이야기가 많지만 저자가 만난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특히 퍼핀을 만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아니, 다른 모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 흥미롭다. 동물과 같은 포즈로 동물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바이킹이 아이슬란드로 가축을 데리고 이주하면서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자란 동물은 위협적이지도 않고 경계심도 없다. 세렝게티의 야생 환경에서 자란 얼룩말이 예민하고 괴팍한 이유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으르렁거리고 사는 덴 다 이유가 있다'(70)라는 저자의 비유가 찰떡같다.

이처럼 동물들의 이야기로 흥미로움을 느끼고 그에 더하여 삶의 단상이 적혀있어서 여행가의 동물수첩뿐만 아니라 한편의 에세이로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도 언젠가 퍼핀이나 바다거북, 사막여우를 볼 수 있을까? 코브라는 그리 궁금하진 않지만 그마저도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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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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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의 내용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며 의복생활을 하는 세계를 그려낸 것이라서 미래의 이야기라고 오해를 했는데 배경은 19세기,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동물들도 옷을 입기 시작했는데 인간에게는 당연한 내용이 동물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내용이 될 수 있어서, 환경보전을 위해 자연으로의 회귀를 외치는 인간이 있듯이 원래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를 외치는 동물들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자연주의 환경소설이 아닐뿐이고 옷을 입는 동물들 역시 맘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동물들에게 반영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흐름은 동물 - 무의식적으로 동물이라고 표현했는데 소설에서는 동물 역시 인물화시켜 등장하고 있으니 수인이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아무튼 수인들을 위한 의복경연대회가 열리고 재단사와 햇메이커, 슈메이커가 팀을 이뤄 4개의 팀이 경합을 펼친다. 의복경연대회에 참가한 팀원 중 유일한 인간인 재단사 W가 속한 팀 토퍼스를 중심으로 4개의 주제를 놓고 경합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4개의 팀이 4번의 라운드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는 조금은 예상되는 결말로 흘러가지만 그 에피소드 안에 담겨있는 각자의 이야기에는 서로 부족함을 메꾸고, 의복의 화사함이 아니라 의복을 입는 수인 자체의 존재에 관심을 갖고 수인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은 이 소설이 그저 판타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경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속임수와 꼼수의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언제나 기본적인 내용은 옷을 입는 대상에 맞춘 디자인이 가장 큰 호평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림 자체도 맘에 들지만, 색채가 없어서 아쉬운 것은 오롯이 개인적으로 색채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의 탓일뿐 펜화로 그린 의복의 섬세함은 들여다볼수록 실제로 구현된 디자인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함이 생겨난다. 

수인들이 옷을 입는다는 것 역시 그저 겉모습을 사람처럼 꾸며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신체적 컴플렉스를 보완해줄 수 있는 도구가 될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여러 동물들을 떠올리며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매칭하는 흥미로움이 있을수도 있다. 



나 역시 인간이기에 인간 재단사 W에게 조금 더 애정이 가서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수인들이 모여사는 구역에서 꿋꿋이 재단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 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경합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을 것 같은 W는 지금 내 주위에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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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2054, 총 678000 방문



일 방문숫자...이거 실화인가?

오랫만에 보는 엄청난 숫자가 왜 생겨났을까 싶다. 



한동안 사무실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업무실수도 하고 출근하는 것이 못견디게 싫었는데, 이제 이것도 적응이 되었는지... 아니, 적응이 될수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니 적응이라기보다는 나름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맞겠다. 

시끄럽고 집중안되고 냄새나고 막 그럴 때는 나도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생기나보다 하고 다른 곳에 가서 혼자 쉬거나 옆 사무실 직원들하고 수다떨면서 놀거나... 뭐, 관점을 살짝 비틀면 내게도 좋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다. 옆에서 부산떠는게 싫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괜히 화가나고 마음이 안좋았는데, 다른 사람때문에 내 성질머리가 나빠지는 건 분명 내 손해인 것이니 마음을 바꿔먹는게 나은거 아니겠는가.

불편한 상황이 내 스트레스 지수를 엄청나게 높이는데, 어떻게든 관계개선을 해야하는 것 아닐까 싶었을 때는 도무지 해결책이 안보였는데 이제는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걸 절감하고 있는데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나를 옹호해주고 있다는 걸 믿고 관계개선에 대해 완전 포기해버리니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아무튼.

오늘도 여지없이 자기 맘대로 일처리를 했다가 국장에게 한소리 듣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니 정말 왜 일처리를 저렇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아...여기서 대장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지.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정말 자기망상장애가 있는게 맞는 것 같다. 자기 맘에 안들면 직장내 갑질을 교묘하게 할 사람이라서 어디 다른데 가서도 관리자 노릇하게 두면 안될...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밥 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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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20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맛있게 드셨나요. 저렇게 상황을 바꾸기 힘들 때는 견디는건 더 안좋은거 맞는거 같아요. 저도 요즘 직정에서 보기 싫은 사람 있는데 어이없고 화날 때는 다른 동료자리 찾아가서 막 수다 떨고 합니다. ㅎㅎ

chika 2025-08-20 15:01   좋아요 1 | URL
주말에 잔뜩 만들어놓은 유부밥을 데워 먹으니 더운 여름에 딱 좋습니다. 오이냉국이 있었으면 금상첨화인디 말이죠 ^^

혼자 고립되어 있는 걸 보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본인이 자초한 일인걸 어쩐답니까. 아무튼 혼자 승질내며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이 정말 효과 좋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ㅎ
 
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 - 분열의 정치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시간 서가명강 시리즈 41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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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현대사에 기록될만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게엄 선포 이후 탁핵과 지금 현재 특검 조사중인 사건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니 정치에 관심이 없는 나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서가명강 시리즈는 그 주제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을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책이라 조금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어서 책을 받고 바로 펼쳐들어 읽어버렸다. 

어쩌면 내용이 쉽게 이해되는 책이어서가 아니라 동시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걸쳐있는 그 시기에 사회적 분위기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민주화 과정이 전혀 생소하지는 않은 내용들이라 책을 정말 수월히 읽을 수 있었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알기 위해서는 좀 더 역사적인 관점에서 언급하는 자료를 찾아 읽어야하겠지만 이 책의 주제는 '민주주의'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서 군부독재 이후 문민정부에 이르기까지의 간략한 과정과 정부의 노력,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권한과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 정치를 이뤄나가기 위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어서 처음 책을 읽는 동안은 너무 겉으로만 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되새기고 있으려니,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 상생과 화해와 일치의 이야기는 정치적 신념에 녹아들어야하는 것이며 정치가의 덕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정치가들에 대해서는 불신이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팽개쳐둔다면 내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무너질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가져야겠는데 현실을 보면 또 절레절레 저절로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포퓰리즘에 부응하는 한시적인 정치가 아니라 진정한 공존과 타협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고 실천해나가는 민주정권과 정치가들의 대활약을 기대해보고 싶은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것이 가능하려나, 싶은 패배감은 왜일까.


국가가 안녕하려면 정권교체가 자주있으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는데 관점을 바꿔 국가의 안녕을 위해 상생의 정치를 해야하는데 그것은 신념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정녕 국가와 국민을 위한 협치를 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지금의 정치가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어진다. 사실 문재인정부에 대해 보복의 정치라고 평가하는 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기는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성장, 세계화에 대한 대응, 첨단산업 투자 등 과거에는 전통적인 좌파정당이 상대적으로 덜 중시했던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145)에 대한 언급과 독일의 앙겔라 마르켈의 정치적 이력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에 대한 평가와 진보정당의 부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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