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의 동물수첩 - 인생에 꼭 한번, 사막여우와 카피바라에게 말 걸기
박성호 지음 / 몽스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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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의 동물 수첩은 여행에세이로 분류될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저자의 삶과 여행에 대한 단상을 적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환경주의자나 동물학자들의 에세이를 통해서 읽을 수 있었는데 여행가의 동물 수첩이라고 하니 좀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 사파리투어를 통해 야생의 동물을 본다거나 기린 호텔에서 숙식을 하며 기린과 교류하는 체험을 한다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을 찾아간다거나 하는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동물들의 특성이나 경이로운(!) 사진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여행가로서 여행의 여정에서 만난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쌓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사실 생각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읽은 에세이이다. 


"나는 내 일이, 가보지 않은 바다 너머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공항에 가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주저하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여행하며 쌓아올린 경험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언젠가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했던 용기 있는 순간들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늘, 호기심과 설렘이 두려움을 앞서는 사람이고 싶다."(31)


조금 긴 인용문이지만 이 글을 그대로 적어보는 이유는 책을 읽으며 보통의 다른 여행 에세이와는 다른 글 - 그 다름이 굳이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알지 못하는 곳에 대한 동경, 호기심과 설렘이 있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보다는 무엇인가를 시도해보는 용기를 갖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들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백만배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떠나는 순간은 늘 기나긴 망설임 끝에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책을 펼쳤을 때 사진이 아닌 삽화가 먼저 보여서 실망(!)할 뻔 했지만 동물들의 사진도 실려있어서 좋았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거나 봤던 동물들의 이야기가 많지만 저자가 만난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특히 퍼핀을 만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아니, 다른 모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 흥미롭다. 동물과 같은 포즈로 동물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바이킹이 아이슬란드로 가축을 데리고 이주하면서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자란 동물은 위협적이지도 않고 경계심도 없다. 세렝게티의 야생 환경에서 자란 얼룩말이 예민하고 괴팍한 이유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으르렁거리고 사는 덴 다 이유가 있다'(70)라는 저자의 비유가 찰떡같다.

이처럼 동물들의 이야기로 흥미로움을 느끼고 그에 더하여 삶의 단상이 적혀있어서 여행가의 동물수첩뿐만 아니라 한편의 에세이로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도 언젠가 퍼핀이나 바다거북, 사막여우를 볼 수 있을까? 코브라는 그리 궁금하진 않지만 그마저도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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