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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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이런 공식을 들이대면 주위 친구들이 모두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공식은 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한다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사실 나 역시 '죽음의 식탁'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화학 혼합물 연구의 수학공식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리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미 많은 부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무의식중에 생활하면서 잊고 살았던 부분들,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여기며 무심코 넘겨버리곤 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심각하고 끔찍한 결과를 갖고 오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죽음의 식탁이라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바라 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득 엊그제 친구와 여행가고 싶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일본은 방사능 위험이 있어 안된다는 얘기에 농담처럼, 사는 사람도 있는데 며칠은 괜찮아,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게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닌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농약 이야기를 할 때도, 과일을 열심히 씻고 있으면 그 정도의 농약 정도는 먹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들이 기업의 지원을 받아 그 목적에 맞게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료에 의한 것이라는 말이다. 화학물질의 반응은 양의 문제가 아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흔히 얘기되고 있는 '일일섭취허용량'이라는 개념조차 어떻게 시작되어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것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일일섭취허용량이라는 것은 우리가 건강에 아무런 문제 없이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양,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이 나오게 된 근거, 연구 자료의 출처는 아무곳에도 없다는 것이다. 잔류농약허용량이라는 것도 믿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 연구소 소장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느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그에 대한 공기관의 장으로서 답변은 거부당했다. (372)

합성감미료 아스파르탐에 대한 이야기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을 넘어 좀 더 충격적인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중독되다시피 되어버린 그 맛은 여전히 소량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가끔은 마셔대곤 하게 한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독된 것은 아니지만 가끔 강하게 그 맛에 끌려 일부러 탄산음료를 사서 마시게 되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끔찍한 화학반응들은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것은 녹을 녹여버리고 치아를 녹여버린다는 것일것이다. 그런데 코카콜라에 치아를 담아놓으면 삭아버린다는 연구결과에 많은 이들이 우리가 콜라를 하루종일 입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반박을 하며 마셔대곤 하는 것을 봤는데 여기에 그에 대한 재미있지만 심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린 아이가 하루에 코카콜라 라이트를 다섯 캔이나 마실 수 있는지,그래야 아스파르탐의 일일섭취허용량'이 된다는 언급에 연구자료와 반대논증을 펼치는 대신 메첸바움 상원의원은 씨익 웃으며 탄산음료, 껌, 시리얼, 요구르트, 의약품, 비타민 등 아스파르탐이 들어 있는 제품 수십 개를 하나씩 꺼내보였다. (401)

 

"약국에 가서 약을 사면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때 주의하라는 사용 방법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효과가 결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학물질이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지요. (...) 우리는 양이 적으면 효과도 적고, 양이 많으면 효과도 크다고 배웠습니다. 양과 효과의상관관계가 직선을 그리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 물질이 많습니다."(540)

 

이미 논문이나 연구자료의 결과가 어떤 목적으로 시행된 연구인지에 따라서 그 데이터의 유의미한 부분만 골라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조정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구나 싶어진다.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라는 부제를 보면서도 무심코 지나갔었는데,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하면서도 내가 결코 끊어내지 못하는 과자와 빵을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할 만큼 이 책은 우리의 무뎌진 독성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죽음의 식탁"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고 또 그만큼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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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을 하려는데 광고가 뜬다. '해리포터가 자라 경찰이 된다면'....

응? 걔는 경찰보다는 마법사...라는 생각으로 빠지려다가 책을 찾아봤다.

마법사 경찰의 이야기. 재미있을까? 엑스맨도 재밌었으니 이것도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수도...

 

  소설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설만큼이나 여행에세이도 재미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책이 아니라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완전, 강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는 않다. 경제적인 부분은 나중 문제라고 하지만 일단은 그것이 일차적으로 해결이 되어야 여유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까. 근데 지금은 경제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야 하고, 내가 없으면 날마다 식사에서부터 일상의 많은 것들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하는 어머니도 있어서... 참말로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다,라는 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꽃할배들의 스페인 여행을 보면서 계속 어머니에게 저기 가보고싶지 않냐,라고 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유럽 여행은... 좀 힘들겠...지?

 

 

 

 

 

 

 

어머니 팔뼈는 결국 붙지 않아서 3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벌겋게 부은 상태로 팔을 잘 쓰지 못한다. 그런데다가 오랫동안 쓰던 미니 믹서기가 고장이 나버려서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믹서기를 꺼내 써야했는데, 무겁다는 이유로 아침마다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면서 어머니 드실 토마토를 갈아내고 있다. 토마토는 살짝 끓이면 더 영양흡수가 좋다고 해서 며칠 끓는 물에 데우치고 넣다가 시간이 오래 걸려 요즘은 그냥 씻어서 집어넣어버리고 만다. 토마토에 견과류를 살짝 넣어서 갈아주면 더욱 좋다고 한대서 또 사 온 호두를 두어방울 집어넣고 설탕이 안들어가면 맛이 없다고 투정부리는 어머니를 위해 흑설탕까지 넣어서 갈면 아침에 토마토쥬스 한 잔 뚝딱. 아, 근데 정말 정신없이 바쁘고 여유없는 생활이 아니라면 요리책 들고 맛있는 샐러드, 채식요리, 면요리... 다 해보고 싶다.

가리는 게 많아도 너어무 많은 어머니 모시고 외식을 할 때도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날마다 갔던 곳만 가곤 했는데, 오늘은 새로운 식당을 하나 알게 되어 그곳으로 갔는데 성공. 그곳은 아이들이 좋아 할 수제 돈까스도 있고, 어른들이 좋아 할 매콤한 낙지비빔밥이나 제육덮밥, 불고기 전골도 있고, 고기 못드시는 어머니도 잘 드실 수 있는 얼큰한 동태 전골도 있어서 가족이 함께 가서 식사를 하기에도 딱 좋다. 아무튼 오늘 점심은 성공.

 

 

 

 

 

 

 

 

 

 

 

 

 



블랙펜 클럽의 책이 나왔다! 읽지 못하고 지나간 책이 몇권째지? 어제는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책탑을 뒤적거리다가 결국 포기. 괜히 뒤적거리면서 책탑을 허물었다가 읽지도 않고 쌓아두기만 한 새 책들을 보면서, 내가 이 책도 샀었나? 근데 왜 아직도 안읽었지? 라는 책들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 그러고서는 읽고 있던 책을 쳐다보다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버리고.

오늘도 얼결에 받은 책은 다섯 권. 한 권 빼놓고는 다 읽고 싶었던 책들이라 반갑기는 한데. 하이고야. 나는 왜 되도않는 책욕심을 이렇게 심하게 갖고 있는걸까. ㅠㅠ

 

 

 

 

 

 

 

 

 

 

노오랗게 익어가는 비파가 나무에 그냥 달려있길래 욕심내서 마구 딴 결과물.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아서 약간 새콤한데, 그래도 난 좋기만 하드만.

아, 근데. 마당에 심어놓은 앵두나무에 빨갛게 여물어가던 앵두 열댓방울. 어떤 놈이 들어와서 따가버렸다. 떨어진 흔적도 없고 새가 쪼아먹다가 남긴 흔적도 없이. 파랗게 덜 여문 녀석들도 남김없이 싸그리 따 간 걸 보면 분명 사람의 손이 한 짓이 분명한데, 아직 덜 익은 것까지 씨를 말린 걸 보면 어둠 속에서 잡히는 열매를 싹쓸이 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해봐라.

걱정이다. 이제 토마토도 하나둘 익어갈텐데.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물 주면서 키운 농산물을 훔쳐가다니. 두드러기로 평생 고생이나 해랏!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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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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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이미 오래 전에 읽었다. 정확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백이 많은 그림에 유독 빨간 얼굴을 한 아이의 모습은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친구의 우정, 정도로만 생각했던 이 책은 되짚어 기억을 떠올려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도무지 이 책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에 없다. 상뻬의 그림을 좋아해서 한때 그의 책이라면 무조건 구입을 하곤 했었기 때문에 책장에 꽤 있어야 할 책들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는데 최근에 그의 책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이유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은 자꾸만 자신의 빨간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때문에 친구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혼자 노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과 그닥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한여름에는 발개진 얼굴로 편히 돌아다니지만 햇빛에 얼굴이 그을릴 수 없는 한겨울에는 유독 더 빨개진 얼굴로 다녀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에 새로운 친구가 이사를 오고 그 친구 르네는 이유도 없이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것이다.

'너는 왜 그래?'라는 질문이 아니라 둘은 서로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오히려 좋아해준다. 내가 좀 더 오랫동안 쳐다 본 그림은 그런 장면이다.

"그 마르슬랭 까이유라는 애, 아주 착한 것 같아. 가끔씩 아주 멋진 색깔의 얼굴로 돌아오기도 하고, 아 츄!"'

"어, 재채기 하는 소리가 들려. 분명히 르네 라토일거야. 한밤중에 이렇게 친구의 목소리를 듣다니, 너무 좋아..."

밤에 잠자리에 누워 서로의 독특한 모습을 오히려 좋아해주는 친구의 마음이 단지 둘만의 우정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친구의 모습에서 얼마나 좋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색다른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서로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한 느낌인 두 친구의 우정 이야기는 우정 이상의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 주고 있어서 곱씹을수록 더 마음에 남게 된다. 그런데 상뻬의 글을 더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짧은 내용만큼이나 간결하게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의 멋진 그림인 것도 있지만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해 주고 결국은 행복한 느낌을 남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상뻬의 이런 설명 뒤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 조금은 짐작이 가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이야기 없이 그냥 마르슬랭과 르네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이 책에 대한 느낌도 딱 그쯤에서 끝나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왠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린시절, 온 집안 식구가 다 알만큼 친했던 친구를 성인이 되어서야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우리는 말 그대로 서로의 시간이 바빠서 다시 만나기 힘들게 되었고 지금은 소식이 끊겼다. 이것이 어른들의 삶이란 것일까...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여러 느낌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표현된 그림 하나만으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또 어른들은 어떻게 느끼며 이 책을 읽게 될지 궁금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때는 나도 얼굴이 자주 빨개져서 더 애정이 가는 책이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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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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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애도하고 난 후에야 고인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게 된다. 하지만 슬픔이 우리를 파괴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보살펴야 한다"

 

이 책은 상실의 고통과 아픔속에 있는 사람에게 그 모든것을 빨리 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 안에 남아있는 상처를 떠나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어릴때는 상실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뇌종양으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고 할 때 역시 자주 만나던 친구는 아니었으니 현실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가끔 함께 활동했던 모습과 병문안을 가서 본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 기억은 조금씩 미화되어가면서, 실제로 붓기때문에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말을 못해서 우리가 들고 간 장미꽃을 말없이 바라본 것일뿐이라 하더라도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친구의 마지막 모습은 자그마한 방에 누워 우리가 건넨 장미 한송이를 미소 띈 얼굴로 바라보며 좋아했던 모습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가까운 친구들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는 상실의 아픔이라는 것이 일상을 살아가는 어느 순간 문득문득 심장을 향해 쏘아대는 화살과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래서 자꾸만 그들과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괜히 마음이 더 아프고 슬프게 느껴지는것만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좋은 모습을 기억하면서 일상을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의 이 막연한 느낌만으로는 뭐라 말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애도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이 애도하지 못했던 상실을 계속해서 '되새긴다'. 그것 때문에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가 애도라는 이 광범위한 문제를 더 진지하게 다루면 다룰수록 애도를 마치고 '나올' 수 잇는 가능성은 더 많아진다. 애도 작업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끈임없이 자신에게 닥칠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슬픔에 과감히 맞서고 상실이나 변화를 이겨 내는 것이 좋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고 기억하자.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상실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병에 걸린다면, 그것 때문에 서서히 죽어간다면, 그건 얼마나 유감스러운 일이겠는가."

 

애도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코 시간이 해결해준다거나 잊으라고 말하면서 회피하는 것이 슬픔과 고통의 상처를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도 떠올랐지만 최근의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직접적으로 희생자를 가족으로 두거나 친분이 있는 가까운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사건을 접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우리가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더 마음을 와 닿는다. 그리고 절대 그 모두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고통을 되새김질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애도하고 상처를 떠나보낼 수 있는 시작이 된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상실의 고통과 오래도록 계속되는 불편한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불편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분명히 있다. 애도의 시간은 매우 길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이나 어떤 것을 상실한 것으로 인해 평생 괴로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그런 일을 겪는 것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지만 일단 애도를 마치고 나면 더 강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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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 - 기원전 1만 년, 새로 쓰는 인류의 문명 연대기
필립 코펜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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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지성은 어느 부분까지 신뢰하며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아주 오래 전 인류는 배를 타고 지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가면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을 하며 먼바다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은 날마다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그 믿음에 대한 도전은 이단으로 몰리고 비난을 받아야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생각이 바뀌지 않는데, 현재의 인류 지식으로 명확히 밝혀낼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러하지 않겠는가.

 

어렸을 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이야기와 트로이전쟁, 오딧세이아가 그저 재미있는 허구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실재의 역사라고 생각을 해서 결국 트로이 유적을 발굴해 낸 슐리만의 이야기는 내게 또 다른 의미에서 큰 충격이었었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한때 열광하며 다시보곤 했던 인디아나 존스나 툼레이더 같은 영화이야기가 완전히 허황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다. 사실 성경을 읽다보면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이 많지만 전체적인 흐름속에서 인류의 역사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음을 떠올려보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왠지 완전한 허구에서 나올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성경이 허구라고 믿던 사람들조차 어느날 '모세의 무덤 발견'이라는 기사 제목에 놀라며 그 무덤의 실재를 보려고 난리법석을 부린다. 기록문화 이전, 선사시대 이전의 문화에 대해 우리는 온갖 가능성과 상상을 동원해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문자의 기록이 있게 된 시대에도 그 문자의 기록을 해독하는데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기록 자체가 거짓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사라진 고대문명의 수수께끼는 그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어두고, 이미 확고하게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어있고 주류라 알려진 문명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의심의 눈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곧 뒤집어 생각하면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또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도 없으니 온전한 신뢰를 갖고 그의 문명에 대한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기원전 1만년 전의 이야기를 어느 누가 정확한 이야기라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현재의 인류의 과학지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들은 얼마든지 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까지 믿어왔던 진리가 거짓이 되기도 하니, 섯부른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나는 전문적이 아닌 아마추어라고조차 할 수 없을만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더욱 그럴수밖에 없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처음 이야기의 시작을 통설에 반박하며 고고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아마추어 학자를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실제 고대유물을 가짜라고 거짓으로 속임수를 쓰는 원로 학자, 주류로 인정받고 있는 학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하여 점차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새로운 고대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정설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솔직히 무엇이 진실일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책을 읽으며 어떤 주장이 진실인지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게 이 책은 여기까지의 의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에 또 다른 지식들이 쌓이게 되면 새롭게 읽힐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서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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