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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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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이런 공식을 들이대면 주위 친구들이 모두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공식은 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한다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사실 나 역시 '죽음의 식탁'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화학 혼합물 연구의 수학공식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리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미 많은 부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무의식중에 생활하면서 잊고 살았던 부분들,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여기며 무심코 넘겨버리곤 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심각하고 끔찍한 결과를 갖고 오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죽음의 식탁이라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바라 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득 엊그제 친구와 여행가고 싶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일본은 방사능 위험이 있어 안된다는 얘기에 농담처럼, 사는 사람도 있는데 며칠은 괜찮아,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게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닌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농약 이야기를 할 때도, 과일을 열심히 씻고 있으면 그 정도의 농약 정도는 먹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들이 기업의 지원을 받아 그 목적에 맞게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료에 의한 것이라는 말이다. 화학물질의 반응은 양의 문제가 아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흔히 얘기되고 있는 '일일섭취허용량'이라는 개념조차 어떻게 시작되어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것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일일섭취허용량이라는 것은 우리가 건강에 아무런 문제 없이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양,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이 나오게 된 근거, 연구 자료의 출처는 아무곳에도 없다는 것이다. 잔류농약허용량이라는 것도 믿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 연구소 소장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느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그에 대한 공기관의 장으로서 답변은 거부당했다. (372)
합성감미료 아스파르탐에 대한 이야기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을 넘어 좀 더 충격적인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중독되다시피 되어버린 그 맛은 여전히 소량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가끔은 마셔대곤 하게 한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독된 것은 아니지만 가끔 강하게 그 맛에 끌려 일부러 탄산음료를 사서 마시게 되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끔찍한 화학반응들은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것은 녹을 녹여버리고 치아를 녹여버린다는 것일것이다. 그런데 코카콜라에 치아를 담아놓으면 삭아버린다는 연구결과에 많은 이들이 우리가 콜라를 하루종일 입에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반박을 하며 마셔대곤 하는 것을 봤는데 여기에 그에 대한 재미있지만 심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린 아이가 하루에 코카콜라 라이트를 다섯 캔이나 마실 수 있는지,그래야 아스파르탐의 일일섭취허용량'이 된다는 언급에 연구자료와 반대논증을 펼치는 대신 메첸바움 상원의원은 씨익 웃으며 탄산음료, 껌, 시리얼, 요구르트, 의약품, 비타민 등 아스파르탐이 들어 있는 제품 수십 개를 하나씩 꺼내보였다. (401)
"약국에 가서 약을 사면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때 주의하라는 사용 방법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효과가 결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학물질이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지요. (...) 우리는 양이 적으면 효과도 적고, 양이 많으면 효과도 크다고 배웠습니다. 양과 효과의상관관계가 직선을 그리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 물질이 많습니다."(540)
이미 논문이나 연구자료의 결과가 어떤 목적으로 시행된 연구인지에 따라서 그 데이터의 유의미한 부분만 골라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조정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구나 싶어진다.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라는 부제를 보면서도 무심코 지나갔었는데,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하면서도 내가 결코 끊어내지 못하는 과자와 빵을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할 만큼 이 책은 우리의 무뎌진 독성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죽음의 식탁"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고 또 그만큼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