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자취를 찾아가는 여행은 쓸쓸하기 마련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내가 아니면 누가 과거의 나를 찾을 것인가. 항해航海와 노동으로 채워졌던 이십대 후반의 시절은 기억 속에 촘촘한데, 삶의 매 시기마다 닻 주었던 자리는 이렇듯 흔적이 없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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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rom 놀이터 2015-06-09 17:59 
    외진 곳만 골라 다니는 자의 고통 섬 島 도시의 삶에 지쳐 있는 이에게는 환상의 세계이다. 푸른 바다, 작렬하는 태양, 파도 하얗게 부서지는 백사장, 구릿빛 피부, 갓 잡아올린 생선, 산비탈 흰 등대,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수선화, 수평선 너머로 깔리는 노을. 뭐 이렇다. 섬을 찾아오 ㄴ사람은 그런 것을 만난다.첫째 날. 환호성을 지른다. 갯바위를 걷고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고 백사장 거닐며 행복해한다. 좋겠다, 이런 곳에서 살면. 이러면서......
  2. 일기 쓰는 일에 관하여
    from 놀이터 2015-06-18 15:52 
    책을 쓰든 월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 88 일기에 관한 글은 수전 손택의 글,임.
 
 
chika 2015-06-13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쓰든 월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 88, 나의 사적인 도시
 
오늘 뭐 해먹지? - 삼시세끼 부딪치는 집밥 고민 해결 레시피
이필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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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먹지? 라는 고민은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해야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에는 대충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한 끼니를 떼우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라면을 끓이고, 하다못해 치킨이라도 배달시켜서 주린 배를 채우곤 했어서 그리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는데, 나 역시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해야하게 되니 당연히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일주일 내내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졸린 오후, 점심을 먹은 것이 소화도 되지 않았지만 오늘 저녁 한끼니는 뭘 해 먹을까 고민이 된다. 나는 대충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 깻잎등을 뜯어서 오이 하나 썰어놓고 달걀프라이 하나면 간단하면서도 영양있는 식사 한끼니가 되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어떤 반찬을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사실 어머니는 가리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요리의 범위 내에서도 극히 제한된 재료만으로 식사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정말 그 밥에 그 나물처럼 식단의 변화가 거의 없다.

게다가 [오늘 뭐 해먹지?]라는 두툼한 요리책을 뒤적거려봐도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앞장부터 요리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있는데 문득, 이 요리들이야말로 정말 집밥에 나오는 것들이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집밥'이야말로 우리가 늘상 해 먹는 것이고, 가장 많이 먹는 것 아닌가. 그러고보면 반찬을 서너가지만 만들어놔도 하루의 식탁이 풍성해지고, 반찬거리에 소박한 나와 어머니는 한끼 식사에 두어가지의 찬만 꺼내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며 먹고 있으니 제철 재료로 영양을 맞춰 음식 준비를 하면 이제 날마다의 고민은 일주일에 한번쯤의 고민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감칠맛 나는 조미료는 '정성'이라고 했다. 할때마다 맛이 달라지고 때로는 실패작이 나와서 억지로 꾸역꾸역 먹어야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정성껏 만들다보면 조금씩 솜씨가 늘기도 하니 요리를 할때는 무조건 조급함을 버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는 사실 화려하고 내세울만한 특별요리는 없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시장에 들려 제철에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식재료를 사들고 뚝딱 반찬을 만들어내어 밥 한끼니를 먹을 수 있는 일상의 집밥 요리가 가득하다. 게다가 요리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든지 그리 어렵지 않게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드니 그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다른 요리책은 들여다볼수록 내가 준비해야하는 것들이 그리 쉽지 않아서 시도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요리가 많아서 한두번 들여다보다가 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좀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책의 뒷쪽에 실려있는 요리왕초보를 위한 초밀착코칭은 너무 큰 도움이 되는데다 본문의 각 요리법 밑에 팁처럼 실려있는 味수다는 재료의 손질에서부터 주의사항, 재료의 특징, 익힘의 정도, 다른 요리에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주고 있어서 한번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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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누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들었는가'랜다. 적자생존 중심의신자유주의는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을 '일회용 쓰레기'로 취급다며 이들은 기득권층의 동정과 자선의 대상ㅇ드로 전락하고 불안정한 노동판을 전전하게 된다.... 젊은 세대 스스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비하와 체념에 빠지는 게 현실이며 이런 상황은 교육부재에서 비롯된다.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지식을 양육할 수있는 교육실천, 즉 페다고지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시사인을 받아도 대충 제목만 훑고 지나가버리는데 그나마 콜콜이 보는 것이 신간안내이다. 제목만 보고 관심을 가졌던 책들이 내용을 다시 한번 더 살펴보고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구분해놓게 되는 순간들이다. 이미 신간소식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보면 또 새롭게 느껴지는 책들이 많다. 아마 내 기억보다 더 많은 책들이 흘러넘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걷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어떤 목적이 있느냐 없는냐'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목적이 없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게 산책의 중요한 조건이며 목적없이 산책에 나서면 그 순간부터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하고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산책을 한 것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던가....?

 

 이시백은 이번에 펴낸 장편소설 『검은 머리 외국인』이 ‘작가의 상상에 의해 쓰였으며, 대한민국의 어떠한 특정 사실이나 인물과도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진행형’인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상황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쓰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와 함께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은 론스타-외환은행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것은 사실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샀다. 2012년에 그걸 되팔았다. 10년도 채 안 돼서 배당금과 매각 대금 등 모두 4조7천억 원을 남겼다. 이 거대한 매매 차익 실현에도 불구하고 론스타는 한국 정부 때문에 충분히 돈을 못 벌었다며,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 규모는 5조 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숫자다. 2015년 5월 15일부터 워싱턴에서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된다.

 

먹튀 론스타에 대한 소송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어디서 들었을까. 그마저 쉬쉬 거리며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고 짧게 뉴스로 나오고 그 뒤로는 아무런 얘기를 못들었다. 사실 이런 얘기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는 생각에,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저 넘겨버리고만 있기는 한데. 내 주 거래 은행이 외환은행이었다가 이제 슬금슬금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은 그와 전혀 상관없지는 않을거야.

 

 

 

 

 

 

 

 

 

 

 

 

 

 

 

 

ㅅ세셋세상이

세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느냐는 질문에 체스터턴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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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의 톡투유,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한밤중에 깨어 티비를 돌리다가 우연히 한번, 잠깐 짧게 봤는데 잠을 잊을만큼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어간다. 그저 가볍게 이야기하며 웃고 넘기는 것 같지만 실상 그 안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있고 수많은 말을 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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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 도시 남녀의 365일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기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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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책을 읽는동안 신이 나서 실생활에서의 이야기까지 풀어내며 이들의 이야기가 실제 가능할것인가를 가늠해보기까지 했다. 솔직히 조금은 심각하게 단 며칠만이라도 실천이 가능할까, 고민해봤지만 선뜻 해 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는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두 프리랜서기자가 먼 곳에서 이송되어 온 재료는 전혀 쓰지 않고 본인들의 거주지에서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재료로만으로 1년간 생활을 해 나가는 자급자족 로컬푸드 생활기를 기록한 책이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그리 낯선것은 아니다. 이들이 로컬푸드 도전을 한 것이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고, '삼시세끼'라는 자급자족 농어촌 생활기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도 벌써 1년전의 이야기이이니 놀라울 것은 아니지만 1년동안 자급자족의 생활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도무지 예측할수가 없었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이들이 그나마 광활한 캐나다의 농촌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거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은 커녕 밀조차 재배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캐나다에서도 어느곳에서나 근거리에서 재배하는 밀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에다가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각종 소스들을 구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생각들을 하다보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자급자족의 생활이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이들의 도전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유쾌해진다는 것이었다. 실현 불가능할 것 같고 너무나 불편해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바보짓을 한다며 후회할 것만 같은 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동안에도 이들에게는 유머가 남아있었고 하나의 자그마한 수확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아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기도 하고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다.

 

캐나다에서의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은 분명 나의 현실과는 다르다. 방송으로 만들어지는 삼시세끼의 자급자족 역시 나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도시 생활을 하면서 100% 자급자족 생활기를 도전해봐야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들을 실천해나갈수는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원거리 식품을 줄이고, 수입 농산물을 줄이고,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 것도 그 하나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에 에세이를 읽다가 영국의 주말농장에서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농작물이 다 죽어가는 걱정을 하는 글을 읽으며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냥 물을 주면 될텐데 왜 그리 걱정을 하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친환경적인 농작물 재배는 인위적인 물을 뿌리지 않고 하늘이 내려주는 비로 자연재배를 하는 것임을 나중에야 깨닫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었는데, 지금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를 읽으면서도 또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지구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작은 실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들의 100마일 다이어트 도전을 보고 난 후 조금 더 완화시켜 150마일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 약간의 기호식품은 구입해서 구비해놓는다면 조금 더 긴 시간동안, 어쩌면 지속적으로 로컬푸드 도전기는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거창하게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첨가물이나 방부처리를 하지 않는 근거리 식재료를 구해 먹는 것은 내 몸에도 좋을뿐더러 시기별로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다면 일년 열두달이 다 비슷한 날들이 아니라 각 시기별로 날씨와 환경의 변화를 더 느끼게 되고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되고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언뜻 생각해봐도 좋은 점들이 너무 많다. -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 책의 말미에도 간략히 언급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백만배 동감하게 된다.

 

100마일 다이어트를 시도해 볼 생각조차 없고, 삼시세끼를 재미있게 깔깔거리며 본다고 해도 그들의 자급자족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하더라도 모두가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유쾌한 이들의 도전기에 나 또한 도전해 볼 엄두는 나지 않지만 나의 실생활은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모두의 삶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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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7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15-06-0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이런 책은 심각한 딜레마를 저에게 줍니다.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실현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 그리고 이미 온갖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에 길들여져 있는 입만 등등.... 뭐 간단히 말하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시하자일텐데 그럼에도 제가 실천하는건 너무 소소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어요. ㅠ.ㅠ
월요일 아침 치카님 유쾌하게 시작하셨나요? 월요병 까짓거 물리치고 즐거운 날 되세요. 우리에겐 금요일 오후가 있잖아요. ^^

chika 2015-06-08 14:00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 바람돌이님도 하실 수 있는 것이 엄청 많을걸요? 모든 것은 시시한 것의 실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

가만 생각해보면 마트보다는 동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거, 콩나물 하나를 사더라도 마트나 브랜드제품이 아니라 시장 아줌마 가게에서 파는 동네 콩나물을 사는 것 같은거요.
(그러니까 수입 바나나, 망고, 오렌지...이런거는 자제해야하는데 솔직히 그리 쉽지는 않아요. 저는 아침에도 바나나를 먹고 왔...ㅠㅠㅠㅠㅠㅠㅠㅠ)

월요병이 여지없이 지금의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녁에는 집에가서 집 마당의 상추와 깻잎을 따서 비빔밥 해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오후를 버티겠습니다. (점심 먹은지 한시간밖에 안됐는데도 ㅠㅠ)
우리 다 같이 즐거운 한 주간을 보내부러요~ ^^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하루 종일 게으름뱅이처럼 뒹글거리고... 그렇게 지내고 있으려면 몸과 마음이 편한 듯 하지만 일요일 저녁이 되면 여지없이 후회스럽다. 거기에다 월요일이면 언제나 뚱하고 더 피곤한 표정으로 사무실 출근을 하고 앉아있게 되는 것 같고. 아무래도 편히 쉰다는 것과 게으름을 부리는 것은 다른 것이어서 더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럴때마다 떠오르는 건, 책읽기도 좋지만 항상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보면서 빨래를 돌리고, 평일에는 해 먹기 힘든 녹두 부침개를 녹두 갈기부터 시작해서 김치 쫑쫑 썰어넣고 마당의 깻잎과 민트잎도 따서 쫑쫑 썰어넣고 뚝딱 만들어낸다. 그렇게 한끼니를 해결하고 나면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하지만 배속이 든든해지기 시작하니 졸음이 쏟아지고 만사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틈날때마다 힐링용으로 쟁여놔 둔 컬러링북은 어느덧 조금씩 먼지가 쌓여가기 시작하고. 홈메이드로 가구만들기나 바느질을 하는 것은 또 시작하려면 그 준비 과정이 귀찮아져서 차일피일 미뤄버리고. 그나마 반찬거리가 떨어지면 뭔가를 해 먹어야 하기에 비빔장과 양념장은 만들어놓는다. 아, 그런데 양념과 소스라는 새로운 책이 나왔네? 사실 평소 이런 책에는 그닥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비빔장과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냉장고에 넣어 쓰고 있으려니 조금은 편하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또 저녁에 뭔가를 만들어 먹으려면 힘들고 피곤하고 막 그런데, 양념장이 저녁 요리 시간을 확 줄여주고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어.

 

 

 

 

 

 

 

 

 

 

그러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어떤 새 책들이 있는가 살펴보고 있지만 주말동안 내 관심사의 대부분은 오로지 먹는 것에 대한 것 같다. 그러니까 오늘도 부침개를 해 먹고, 저녁에는 또 회심의 비빔밥을 먹어볼까,라는 계획을 세워놓고 내일은 달걀도 삶고 당면도 미리 불려놔서 제대로 된 국물떡볶이를 만들어 먹어볼까. 그러다보면 또 하루가 지나가겠지... 이러고 있는 것이다. 어제 삼시세끼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던 치킨은. 오늘 시장에 갔다면 시장어귀에 있는 닭집에서 달걀도 사면서 프라이드 하나를 샀을지도 모르는데, 시장에 갈 준비를 하다 말고 어머니가 골목을 다니며 차량판매를 하는 아저씨에게서 감자와 토마토를 사버려서 시장 갈 일이 없어져버렸다. 그러고보니 치킨도 저 너머로 사라져버린걸까? 아, 오랫만에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더니 쉽게 사라지지 않네. 짭쪼롬하니 양념이 스며있는 브랜드치킨도 좋지만 가끔은 그렇게 시장통닭이 먹고 싶을때가 있는 법. 하아. 그냥 제목만으로 눈길이 가는 '요즘 집밥'도 그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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