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하루 종일 게으름뱅이처럼 뒹글거리고... 그렇게 지내고 있으려면 몸과 마음이 편한 듯 하지만 일요일 저녁이 되면 여지없이 후회스럽다. 거기에다 월요일이면 언제나 뚱하고 더 피곤한 표정으로 사무실 출근을 하고 앉아있게 되는 것 같고. 아무래도 편히 쉰다는 것과 게으름을 부리는 것은 다른 것이어서 더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럴때마다 떠오르는 건, 책읽기도 좋지만 항상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보면서 빨래를 돌리고, 평일에는 해 먹기 힘든 녹두 부침개를 녹두 갈기부터 시작해서 김치 쫑쫑 썰어넣고 마당의 깻잎과 민트잎도 따서 쫑쫑 썰어넣고 뚝딱 만들어낸다. 그렇게 한끼니를 해결하고 나면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하지만 배속이 든든해지기 시작하니 졸음이 쏟아지고 만사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틈날때마다 힐링용으로 쟁여놔 둔 컬러링북은 어느덧 조금씩 먼지가 쌓여가기 시작하고. 홈메이드로 가구만들기나 바느질을 하는 것은 또 시작하려면 그 준비 과정이 귀찮아져서 차일피일 미뤄버리고. 그나마 반찬거리가 떨어지면 뭔가를 해 먹어야 하기에 비빔장과 양념장은 만들어놓는다. 아, 그런데 양념과 소스라는 새로운 책이 나왔네? 사실 평소 이런 책에는 그닥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비빔장과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냉장고에 넣어 쓰고 있으려니 조금은 편하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또 저녁에 뭔가를 만들어 먹으려면 힘들고 피곤하고 막 그런데, 양념장이 저녁 요리 시간을 확 줄여주고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어.

 

 

 

 

 

 

 

 

 

 

그러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어떤 새 책들이 있는가 살펴보고 있지만 주말동안 내 관심사의 대부분은 오로지 먹는 것에 대한 것 같다. 그러니까 오늘도 부침개를 해 먹고, 저녁에는 또 회심의 비빔밥을 먹어볼까,라는 계획을 세워놓고 내일은 달걀도 삶고 당면도 미리 불려놔서 제대로 된 국물떡볶이를 만들어 먹어볼까. 그러다보면 또 하루가 지나가겠지... 이러고 있는 것이다. 어제 삼시세끼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던 치킨은. 오늘 시장에 갔다면 시장어귀에 있는 닭집에서 달걀도 사면서 프라이드 하나를 샀을지도 모르는데, 시장에 갈 준비를 하다 말고 어머니가 골목을 다니며 차량판매를 하는 아저씨에게서 감자와 토마토를 사버려서 시장 갈 일이 없어져버렸다. 그러고보니 치킨도 저 너머로 사라져버린걸까? 아, 오랫만에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더니 쉽게 사라지지 않네. 짭쪼롬하니 양념이 스며있는 브랜드치킨도 좋지만 가끔은 그렇게 시장통닭이 먹고 싶을때가 있는 법. 하아. 그냥 제목만으로 눈길이 가는 '요즘 집밥'도 그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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