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inumsa > [황금가지] 일본서점대상 1위『HHhH』서평단 모집!

HH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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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괴롭혀요?" 내가 되물었어요. "아니, 그래 본 적 없어요"

"해봐. 물가에 가서 가장 큰 파도가 올 때를 기다렸다가 주먹으로 한 방 먹이는 거야. 발로 차기도 하고 지팡이로도 후려쳐. 어서. 할미가 보고 있을게" 할머니는 지팡이를 내게 주었어요.

주변에 우리 외엔 아무도 없었고 저 아래쪽으로 서퍼들이 몇 명 있었죠. 나는 지코 할머니의 지팡이를 손에 들고 걸어가다가, 지팡이를 죽도처럼 머리 위에서 휘두르며 물가까지 달려갔어요. 커다란 파도가 해변에 밀려와 부서지고 있었고, 나는 내 쪽으로 처음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전투에 나가는 사무라이처럼 키야아아아아! 하고 소리치며 달려들었죠. 지팡이로 파도를 치고 베고 했지만 파도는 계속 밀려왔어요. 해변 안쪽으로 달려가며 도망을 쳐봐도 이내 다음 파도가 날 덮쳤죠. 난 계속 일어서서 공격했는데, 그럴 때마다 파도는 물벼락을 내리고 내 몸을 바위에 패대기치고 거품과 모래로 뒤덮었어요. 난 상관하지 않았어요. 짜릿한 냉기가 기분 좋았거든요. 난폭한 파도가 막강하게 느껴지면서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콧속의 씁쓸한 짠물에선 짜릿하게 좋은 맛이 났죠.

나는 바다로 달리고 또 달리면서 너무피곤해서 일어설 수조차 없을때까지 파도를 때렸어요. 그러고 나서 쓰러졌을 때는 파도가 내 몸 위를 쓸고 지나가도 그냥 가만히 누운 채로, 다시 일어날 생각을 버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어요. 몸을 그냥 놔주는 거야. 그러면 바다로 쓸려갈까? 상어들이 내 사지와 장기들을 먹어치우겠지. 조그만 물고기들이 내 손가락 끝을 물어뜯겠지. 내 아름다운 흰 뼈들은 바다밑으로 가라앉을 거고 그 위에서 말미잘들이 꽃처럼 자라겠지. 내 눈구멍에서는 진주가 자랄거야. 나는 일어서서 지코 할머니가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할머니는 머리 위에 있던 조그만 손수건을 내게 내밀었어요.

"졌어요." 내가 모래 위로 쓰러지며 말했죠. "바다가 이겼어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어요. "기분은 좋았니?"

"응"

"다행이구나. 주먹밥 하나 더 먹을래?"

27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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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6-12-0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도는 바다의 심오한 조건에서 생겨나지. 사람은 세계의 심오한 조건에서 생겨나고. 사람은 세계로부터 솟아올라 파도처럼 흔들리다가 때가 되면 다시 가라앉아. 위, 아래. 사람, 파도.

지코, 산, 같은거지. 산은 크고 오래 살아. 지코는 조그맣고 그리 오래 살지 않을거야. 그게 전부야.


할머니가 파도에 대해 한 얘기를 계속 생각해보니 마음이 슬퍼졌어요. 할머니의 조그만 파도는 그리 오래 남아 있지 않을 것이고 머지않아 다시 바다와 합쳐질 거니까. 그래서 난 물을 붙잡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할머니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손가락을 좀더 꽉 쥐었어요.




2016-12-05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5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7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16-12-18 02:36   좋아요 0 | URL
아,네. 고맙습니다
 
써니 Sunny 6 - 완결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오주원 옮김 / 애니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완결까지 다 읽고 나니 이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할지...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들은 물론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을 봤을 때 첫느낌은 거칠다,라는 것이었다. 여과되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당혹스럽다가도 어느순간 그 날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때로는 그 현실이 과장된 비현실처럼 느껴져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습과 마츠모토 타이요가 그려내는 세상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써니,는 집에서 살지 않는 아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설 별아이의 마당에 버려져 있는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차의 이름이다. 그리고 마츠모토 타이요의 써니는 그 별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담겨있는 이야기이다.

조금 멀리 돌아서 이야기하자면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보여줬던 아이들의 그 지극히 현실적인 세상살이가 너무도 담담해 오히려 더 마음아프고 세상의 모습이 어떠한지 인식하게 되었던 것처럼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어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거친 표현은 그 아이들에 대한 섯부른 동정없이 함께 마음아파하고 함께 웃고 떠들며 때로는 분노하게 되기도 하고, 또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나 자신에 대해 실망하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가난이 되물림 되는 아이들, 알콜 중독인 아버지와 부양의 책임이 무거워 도망쳐버린 어머니로 인해 어린 나이에 세상은 혼자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함께 살지 못하거나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부모님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어 차마 다른 곳으로 입양 갈 수 없는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보려고 했지만 그건 어느 한명의 특별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의 별아이와 같은 시설에서 또 다른 써니와 같은 공간을 놀이터 삼아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하지만. 자꾸 엇나가기만 하던 하루오가 오랫만에 써니의 운전석에 앉아 외치던 말을 기억한다. 굳이 '희망'이라는 말이 필요없이 별아이의 아이들은 이미 별,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럼 가볼까, 써니. 니 실은 엄청 잘 움직이는 거 안다. 둘이서 어데 좋은 곳에 가자. 우리는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데이~!"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와 함께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희망을 버리고 자기 대신 엄마와 함께 있는 낡은 사물들을 더 부러워하고 있고... 모범생처럼 착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세이나 삐딱하고 비뚤어진 행동으로 학교도 가지않는 하루오나...

모두 엄마를 그리워하는 건 똑같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하루오가 별아이의 동생을 위해 새필통을 주고 싶어서 쎄비다가(!) 걸리자 제발 엄마에게는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울컥해지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었어......

 

 

 

내는 '시간'이 참 잘 만들어진 기라고 생각한데이. 멈추는 일이 없으니께 말이다.

아무리 즐거운 때라도, 아무리 슬픈 때라도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순 없데이. 지금 이대로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기다.

난 그기 위안이라고 생각한데이.

 

 

 

 

덧.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결말에 덧붙이는 말 대신.

나 역시 책을 읽고 위안을 받고 따뜻한 마음이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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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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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읽는 남자'는 13세기 송나라의 실존인물인 송자에 대한 팩션이다. 송자는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법의학자, 검시관의 역할을 했으며 그 당시 의심이 가는 용의자가 있거나 죄인이 필요하면 적당히 아무나 붙잡아 고문을 가하며 자백을 받아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던 관습을 버리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추정하고 범인을 잡았던 인물이다.

우리나라 조선왕조 실록을 보면 그때에도 과학수사를 행했고, 동의보감을 쓴 허준이 인체 해부를 하기도 했다는 것에 감탄을 하는데 그보다 2,3백년 전에 과학적인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까지 저술했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송자라는 인물이 대단하기는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수가 없다. 중국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시체를 읽는 남자의 전개과정을 읽다보면 중국 소설답다,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저자가 무늬만 스페인사람이고 실제로는 중국인보다 더 중국인같은 작가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해보게 될 만큼이다. 물론 팩션이라기보다는 설화쪽에 가까운 느낌으로 읽는다면. 아니, 팩션이라는 장르 자체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기보다는 더 커다란 범주안에서 그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찾는다는 관점에서 나름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나오기도 하며 그런 부분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반전이면 반전이랄 수 있는 사건의 전개가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을만큼 그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라고 할 것도 없이 학자의 자질이 뛰어난 송자가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학업을 그만두고 욕심많은 형의 집에서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형의 밭을 갈다가 시신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 시신은 바로 아버지의 친구이며 미래의 장인이 될 샹이라는 관리이다. 여기서부터 송자와 관련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그는 불행을 타고난 운명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전반부를 넘기면 드디어 '시체를 읽는' 송자의 활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자살이거나 술에 취해 휘청거리다 실족사 한 것으로 보는 시신도 송자에게는 타살의 흔적이 발견되는데 그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전개가 송자를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은 송자와 그의 가족과 스승이 연관되어 있고 사건의 매듭이 풀어지면서 그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반전같은 결말을 끌어낸다.

솔직히 소설을 다 읽고나면 팩션의 의미보다는 그냥 한 편의 재미있는 소설을 읽은 느낌? 역사적으로 깊이있게 읽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법의학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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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3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읽고 싶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또 읽어보고 싶지 않은, 그런.

아마도 현실을 외면하며 그저 맘 편히 살고 싶은 나의 욕심이 강해지고 있어서 그러는 것이겠지.

좀 더 열심히, 치열하게, 세상의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겨우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이런 글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을텐데. 이 마저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있으니. 어쩔껀가.

 

 

 

 

 

 

 

 

 

그래도 일단 마지막 목격자들을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집에 구비해놓게는 되겠지. 한동안 당장 읽을 책이 아니라면 구매를 자제해왔...(다고 믿는데 왜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여만 가는지 모르겠다. 집에 있는 책만 읽어도 몇년은 버틸 양,이라고 했는데 절대로 줄어들지는 않고 나날이 늘어나고만 있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닌데....;;;)

어쨌거나 책을 사야 이런 책이 또 잘 나와주지 않을까? 라는 대의명분(!)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지만 집에서 맘 잡고 요리를 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은 아니어서 그리 많이 늘지는 않는 요리솜씨. 여전히 생물은 못만지고, 온갖 요리에서 육류는 빼고 비싼 채소도 빼고 제철 채소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해보곤 하는데 - 그러니까 요리 실력은 더더욱 제자리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그리 싫지는 않으니 뭐....

요즘 혼밥 레시피가 주구장창 많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내 기억으로도 벌써 내가 갖고 있는 요리책만 해도 세 권..인가? 거기에다 꼭 해보고 싶은 사찰밥상 책도 쌓아두고 있고. 언젠가 내가 주로 활용하는 요리 레시피만 모아놓은 노트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서너가지 적어뒀던 노트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양념장을 만들때도 다시 책을 꺼내 참고하고 있는 중.

올해가 가기전에 책 정리를 좀 해봐야할텐데말이다.

 

 

 

 

 

 

 

 

 

 

 

 

 

 

 

 

 

 

연말이라 바빠지기 시작하고 이제 조금 가벼운 일본 소설은 조금씩 피하고 있는데, 그래도 반짝반짝 안경은 '착한소설'이라는 것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요즘 괜히 읽고 싶어진 소설. 이 작가의 소설책이 집에 두 권 더 있는데 아직 한권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 좀 잊어버려도 좋은데.  

그래도 어쨌든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 사실 읽어보고 싶은 소설들은 많지만 집중해야하는 것이 싫어지기 시작해서 자꾸만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만을 집어들려고 하고 있다. 내가 언제부터 이리된 것인지...

 

 

 

 

 

 

 

 

 

 

 

 

 

 

 

 

그래,, 뭐. 조만간 책, 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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