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괴롭혀요?" 내가 되물었어요. "아니, 그래 본 적 없어요"
"해봐. 물가에 가서 가장 큰 파도가 올 때를 기다렸다가 주먹으로 한 방 먹이는 거야. 발로 차기도 하고 지팡이로도 후려쳐. 어서. 할미가 보고 있을게" 할머니는 지팡이를 내게 주었어요.
주변에 우리 외엔 아무도 없었고 저 아래쪽으로 서퍼들이 몇 명 있었죠. 나는 지코 할머니의 지팡이를 손에 들고 걸어가다가, 지팡이를 죽도처럼 머리 위에서 휘두르며 물가까지 달려갔어요. 커다란 파도가 해변에 밀려와 부서지고 있었고, 나는 내 쪽으로 처음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전투에 나가는 사무라이처럼 키야아아아아! 하고 소리치며 달려들었죠. 지팡이로 파도를 치고 베고 했지만 파도는 계속 밀려왔어요. 해변 안쪽으로 달려가며 도망을 쳐봐도 이내 다음 파도가 날 덮쳤죠. 난 계속 일어서서 공격했는데, 그럴 때마다 파도는 물벼락을 내리고 내 몸을 바위에 패대기치고 거품과 모래로 뒤덮었어요. 난 상관하지 않았어요. 짜릿한 냉기가 기분 좋았거든요. 난폭한 파도가 막강하게 느껴지면서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콧속의 씁쓸한 짠물에선 짜릿하게 좋은 맛이 났죠.
나는 바다로 달리고 또 달리면서 너무피곤해서 일어설 수조차 없을때까지 파도를 때렸어요. 그러고 나서 쓰러졌을 때는 파도가 내 몸 위를 쓸고 지나가도 그냥 가만히 누운 채로, 다시 일어날 생각을 버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어요. 몸을 그냥 놔주는 거야. 그러면 바다로 쓸려갈까? 상어들이 내 사지와 장기들을 먹어치우겠지. 조그만 물고기들이 내 손가락 끝을 물어뜯겠지. 내 아름다운 흰 뼈들은 바다밑으로 가라앉을 거고 그 위에서 말미잘들이 꽃처럼 자라겠지. 내 눈구멍에서는 진주가 자랄거야. 나는 일어서서 지코 할머니가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할머니는 머리 위에 있던 조그만 손수건을 내게 내밀었어요.
"졌어요." 내가 모래 위로 쓰러지며 말했죠. "바다가 이겼어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어요. "기분은 좋았니?"
"응"
"다행이구나. 주먹밥 하나 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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