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프레임 - 진실을 감추고 현실을 왜곡해 우리를 속이는
정문태 지음 / 푸른숲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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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태,라는 낯설지 않은 기자의 책이 나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겨레신문의 칼럼에 소개되었던 글을 모아 편집한 책이라고 했는데, 사실 신문은 커녕 뉴스도 제대로 보지 않는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 내게는 전혀 새로운 책이란 느낌이었다. 더구나 국내정치뿐 아니라 세계현대사의 흐름에는 더욱 문외한이고,  정치적 사안은 시기성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내게는 새삼 뒤늦게 이 글을 읽는것이 좀 어설픈 느낌으로 남으면 어쩌나 걱정이었다. 또 한가지 내게 있어 전선기자 정문태,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고 그의 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아하기는 하지만 예전부터 유독 아웅산 수찌에 대해서는 냉소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어서 그게 좀 의아했었다. 버마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아웅산 수찌에 대해서는 너무 상반된 이미지를 갖게 해서 사실 좀 헷갈리기도 했고. 그래도 일단 믿고 보는 정문태 기자의 글이기에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짬짬이 드문드문 읽으려고 했던 마음과는 달리 책을 읽기 시작하자 바빠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아웅산 수찌에 대한 정문태 기자의 냉소적인 반응에 대한 약간의 찜찜한 기분도 말끔히 지워낼 수 있었다. 국제 정세에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도 간혹 보게 되는 뉴스를 통해 알려지는 내용의 이면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바로 며칠전이었다면 버마의 소수민족에 관한 뉴스를 읽으며 이건 뭔가, 하고 말았을텐데 위험한 프레임을 읽고난 지금은 그들이 아웅산 수찌를 거부하고 국민의 영웅이라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냉담한 이유를 알고 있어서 더 깊이있게 뉴스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내가 깨닫고 더 깊이 알게 된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이왕 성급하게 늘어놓은 이야기의 결론을 내자면, 국내뿐 아니라 국제 정세는 시기적으로 현재의 일들이 다급하게 돌아가지만, 그 현재성이라는 것 역시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역사성을 알지 못하고서는 그 사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뿐만 아니라 정문태 기자의 이전 책, 이미 십여년전에 씌어진 책이라 하더라도 그의 전선기록에 대한 책과 또 다른 책들도 추천하고 싶어졌다.

[위험한 프레임]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쓴 글들이기때문에 좀 더 친숙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짧은 기사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를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많아서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오랜 세월 전선을 누비고 인터뷰를 하며 기사를 써 온 그의 글의 힘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만큼 짧은 글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깊이 읽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책을 읽으며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 부분은 '제3의 눈으로 보라'이다. "외신과 국내 언론 보도를 맞대보며 수상한 뉴스를 토해내고 가려내고 들춰내는 연장을 '제3의 눈'이라 부르며 이제 그 '제3의 눈'으로 사람을 보고 사건을 보고 역사를 보자는 바람을 담은" 그의 글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책에도 언급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당시 주위 사람들도 많이 실행을 했었는데, 그 의미와 취지와는 또 다르게 연구목적을 위한 동물실험이나 배아세포 연구 등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컸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정문태 기자는 물낭비외에도 가학적 심리가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호전적인 문화를 언급하고 있다. 정말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은 예술에 국한된 것만이 아님을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언론의 함정, 과장과 거짓에 놀아나지 않는 뉴스 읽기,에도 아는만큼밖에 볼 수가 없다는 사실에 잠시 좌절해보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위해 더 넓고 깊은 관심과 통찰을 키워야겠다. 그것은 단지 아는 것만으로 해결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랄하고 거침없이 냉정해보이지만 실상은 세상에 대한 따뜻함이 담겨있는 정문태 기자의 시선처럼 나 역시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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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 한 권으로 보는 인상주의 그림
제임스 H. 루빈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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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이상하게 '인상주의'라고 하니 조금 망설여졌었다. 인상주의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틀에 박힌 듯 미술사를 통해 배운 모네의 해돋이 그림이었고, 어렸을 때 책에서 봤던 해돋이의 그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물론 지금 다시 보면 그 나름의 멋이 보이기는 하지만 딱히 내가 선호하는 그림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게 주입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한 권으로 읽는 인상주의 그림'인데 목차를 보니 뭔가 좀 색다르다. 시기와 작가별로 가장 특징적이고 대표적인 그림을 예시로 들고 화풍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활의 풍경이나 지극히 실질적인 모습을 담은 그림을 주제별로 나누어 도판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인상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독특한 구성이라 관심이 생겼는데 사실 인상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화가들의 이름을 보니 내가 극히 일부만을 인상주의로 기억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순간적인 빛의 변화에 의해서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풍경의 찰나를 그렸다는 이론적인 내용과 모네, 마네, 세잔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따로 떠올리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오래전에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때 특별전시회가 있어서 모나리자 바로 옆방에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가 걸려있었다. 예상보다 더 커다란 그림에 놀랍기도 했고 실제의 커다란 그림을 보니 그림 속 인물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각인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상주의의 처음 시작은 당시 프랑스의 주류미술이라 할 수 있는 살롱전에 입성하지 못한 화가들에 대한 조롱인 듯 했지만 새로운 화풍과 사실주의적인 표현과 색다른 기법들을 보여주며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차례대로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왠지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어 글읽기를 잠시 멈추고 전체적으로 도판만 살펴봤다. 그렇게 도판을 살펴보다가 설명을 읽어보고 싶은 그림이 나오면 글을 읽으며 인상주의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서고, 꽤 많은 도판중에서 낯설지 않은 그림과 작가들의 이름에 친숙한 느낌을 가지게되었다. 그러고나니 책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전체적인 느낌은 가득한데 사실 한 권으로 인상주의 그림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내 언어로 설명하는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정적으로만 떠올렸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폭이 확장되었고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인상주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도판이 담겨있는데다가 설명을 위한 다른 시대 다른 화가의 그림 도판도 실려있어서 더욱 맘에 들었다.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특히 인상주의와 '정치와 사회'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였는데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음에도 그것을 인상주의와 연결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점점 더 재밌어졌다. 딱히 미술사적인 의미와 주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책이었는데 뜻밖의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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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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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스스로 기린의 날개를 가가형사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라 꼽았다고 한다. 일단 책을 다 읽고난 후 이 사실을 알았는데 그렇다면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의 거장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한 소설가로서의 명서이 더 크다고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원체 다작을 하는 작가로 알고 있어서 책을 읽기 전에 이 작품은 언제 씌여진 것인가를 먼저 살펴보게 되는데 기린의 날개는 2011년 작품이니 그리 오래된 작품은 아니어서 그런지 예전의 사회문제를 깊이있게 다룬 이야기에는 조금 못미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호불호가 있기는 하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는데다 그저 그렇다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좋다는 느낌으로 읽게 되니 기린의 날개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밤 늦은 시간, 번화한 거리이기는 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인적이 뜸한 곳에 한 남자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멀리서 그를 본 경찰은 술에 취한 행인쯤으로 여기지만 쓰러져 꼼짝않는 모습에 다가가서 보니 가슴에 칼이 찔린채 쓰러져 있다.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그 남자는 사망하였고, 같은 날 더 늦은 시간 한 청년이 불신검문에 불응하여 도망치다 차에 치여 중태에 빠진다. 그 청년의 소지품에서 칼에 찔려 죽은 남자의 신분증과 소지품이 발견되고 경찰은 그 청년이 사망한 피해자와 같은 회사에 다니다 해고되었음을 알게 된다. 청년 역시 사망하게 되고 증인도, 증거도 없지만 인과관계를 따져볼 때 범인과 범행동기가 드러나고 있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되는 듯 한데...

사건의 발생과 경과는 그리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살인사건,이라는 것 자체를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이 물론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지만 '소설'의 구성으로 봤을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연고하나 없는 시골출신 고아 청년 부부의 고난한 삶의 모습과 공장에서 노동을 하며 다치게 되더라도 산재혜택을 받지 못해 치료도 제대로 못받는 현실, 사건의 진상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만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바뀌며 사회적으로 매장되기도 하고, 진실은 외면한채 가십거리만을 찾아 여론을 유도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지만 실상 따지고보면 이 모든 것들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느끼게 하고 있으니 그의 필력을 허투루 보면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될뿐이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것은 장르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이야기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하나씩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틀어가기 시작하는데.

그 전환점의 계기를 밝혀주는 역할을 가가형사가 하고 있다. 보이는 사건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며 뭔가 미흡한 점이 있다면 그것으로 사건의 종결을 인정하면 안된다는 것,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진짜 형사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진짜 형사로 인해 사건은 깊이 가라앉아있던 진실을 드러내며 진정한 죄의 뉘우침과 그 댓가가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고 있다.

이러니 어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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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 씨스케이프(이맛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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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때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는 정치 얘기를 하면 안된다는 무언의 규칙을 깨고 이번 대선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사실 정치에 있어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가족들이기에 정치 이야기 자체를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 내게 딱 꼬집어 이야기를 꺼내니 뭐라고 대답은 해야겠고. 그래서 대충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고만 했다. 그래도 노파심에 반기문에게는 표를 안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했는데 그말조차 참을 걸 그랬나보다. 대선불출마 선언을 할 줄 알았으면 말이다.

아무튼 또 딱 꼬집어 이재명은 어떤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었다. 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아보였나? 제주시장의 어이없는 발언들에 대해서는 지역 뉴스를 보면서 화를 내기는 하지만 저 멀리 있는 성남 시장의 활동에 대해, 이재명이라는 사람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단지 작년 여름에 지방재정개편반대를 표명하며 단식농성을 했다는 것은 대대적으로 뉴스보도 되었기에 알고 있을 뿐이고 얼마전 우연히 그의 주장중에 '재벌해체'라는 문구를 본듯한 기억이 있어 그 이야기만을 언급했다. 제대로 알지 못하니 조금은 유보적이지만 그래도 이재명에 대한 인상은 행동파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그가 정말 '재벌해체'를 이야기했다면 어떤 의미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구현시켜 나갈지 궁금해졌다. 때마침 이 책이 출판되었고 - 사실 그의 지지자가 쓴 글이기에 약간의 객관성은 떨어지지 않을까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이재명이라는 사람에 대해, 그의 주장과 정책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이재명 시장이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한 연설을 들은 저자가 감동을 받고 변화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감상적인 부분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그 감상의 저변에는 철학이 담겨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향하는 목표와 이상이 담겨있다. 솔직히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이재명 시장이 어떤 지향점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사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말하는 시대정신, 책임 공정사회 그리고 기본소득과 안보전략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행될 때 나는 그것에 전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까. 다른 부분들은 대부분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기는 한데 청년배당과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아직 망설여진다. 얼마전 한겨레 스토리펀딩의 기본소득 당첨자의 인터뷰 글을 읽었기 때문인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보장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 이야기는 다시 앞으로 돌아가 '책임공정사회'가 실현된다면 청년배당이라는 정책안 역시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이 책을 통해 이재명에 대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이루려고 하는 것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그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대선에 소중한 한 표를 행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지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나름 괜찮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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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있다는 것은 경제적 특혜이다.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훨씬 많이 누리고 있다."

 

성공한 기혼 여성은 늘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가정과 일, 두 가지 영역에서 균형을 잡으셨나요?" 누구도 성공한 기혼 남성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여성과 남성이 꽤 동등하게 대우받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사 노동의 불평등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여성이 남성만큼 일터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추적하다가 '가정'의 영향으로만 설명되는 부분을 만났다. 풍부한 통계와 사례를 기운차게 설명하며 아주 평범한 성차별을 짚어낸다. 특히 성차별주의자가 되기 싫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남성들에게 매우 친절한 책이다. 워킹맘 '동지'들에게도 차별에 맞서는 실용적인 팁을 준다.

 

오래전에 친구가 선배를 소개받고 결혼 이야기까지 일사분란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뚝 끊겼던 적이 있다. 친구는 결혼을 하게되면 건강도 챙길 겸 쉴 겸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집으로 찾아 갔는데 장차 시어머니 되실 분께서 직장생활을 계속 할 것을 종용하셨댄다.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역시 니가 우리 아들을 먹여 살려라,인 듯 해서 그 이후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리 돈독하지 않았던 관계도 소원해져서 헤어짐 역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맞벌이 부부에게 있어 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고 퇴근 이후 집에 돌아가면 쉬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터인데 왜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간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분담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지도 십여년은 더 지난것 같은데 여전히 현실은 그냥 그렇다,라는 느낌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은 그저 '아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아내가 해 주는 모든 것을 누리는 그 지위를 갖고 싶다는 바램이 담겨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현재도, 어쩌면 미래에도 그러고 있을 것 같아서 씁쓸하다.

 

 

 

 

 

 

 

 

 

서울의 대형 서점은 왜 대부분 지하에 있을까.

금본위제를 포기한 후에야 대공황으로부터 회복이 가능했다.

물질이 넘치는 풍요의 시대, 이제 '지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당신이 지금 돈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실패를 밟고 이윤을 남길 수 있어.

일제 식민지 도시는 기본적으로 잡거와 혼종의 도시였다.

링컨은 '강요'가 아니라 '설득'이라는 자신만의 장점을 이용했다.

긴축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었다.

빈대는 성스러운 침대에 대한 우리의 현대적인 환상을 깨부수는 원흉이다.

주변의 모든 것은 지구라는 실험실 위에서 45억년 동안 진행한 실험의 결과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한다면 화나는 일이다.

 

 

 

초자연적 개입으로 모든 게 해결되리라 믿는 것은 자칫 사회적 태만과 무책임을 초래한다.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자였던 저자는 성서를 연구하면서 그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강간당하고, 고문당하고, 살해된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삶이 당면한 고통은 너무나 강렬했다. 도대체 신앙은 어디 있단 말이가? 저자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근본주의적 신앙이 옳지 않다고 보고 고통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은 인류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 성서가 고통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고통에는 해답이 없다. 저자는 이웃의 고통을 무시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의 고통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사는 것뿐이다. 그것만이 고통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다.

 

 

응? 근데 어째 결론적으로... 조금 이상하다. 인간의 고통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사는 것 뿐,이 고통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라는 말은 어딘가 위험하다. 자칫하다가는 현재의 쾌락만을 추구하게 되는 것일수도...라는 생각을 하다가 기본적으로 성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그저 그런 뜻의 말은 아니겠지 싶어진다.

 

감사하며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설에 세배를 드리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점차 그 모든 것이 감사한 일임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또한 감사할 일이기는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그 감사의 인사 역시 자신들이 받는 모든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극히 일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는 감사함을 모르는 것일까?

 

 

 

 

 

 

 

 

 

 

사용 후 핵 연료 어떻게 처리하나.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 많은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를 고민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하물며 핵 연료의 처리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싶다.

 

"원자력 발전소의 핵연료에 관한 전과정은 선행주기와 후행주기로 나뉜다. 선행주기는 우라늄광산에서 채광한 우라늄 광석을 제련하고 이를 변환하고 농축시킨 후 이를 다시 재변환해 핵연료로 제조하는 과정이다. 후행주기는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처리, 처분하는 과정이다. 일본에서 원자력정책을 전공한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한국의 원자력정책이 사용후혁연료 후행주기의 여러방법 중에서 한가지에 불과한 건식재처리와 소듐냉각고속로의 병행추진만을 강조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정부는 이 방식만이 사용후핵연료의 최종처분장 면적 및 관리기간을 축소할 수 있으므로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는 온갖 가정아래에서 설계한 시뮬레이션의 결과에 불과할 뿐 결코 신현 가능성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 방식은 경제성, 안정성, 친환경성, 핵비확산성 면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 한가지 방식만으로 고집할까. 지은이는 핵마피아의기득권 확대 때문이라고 말한다. 핵마피아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한 '도박판'에 기생해 기득권 확대에만 몰두하다보니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본질적 문제에 대해 설명조차 하지 않은 채 장밋빛 낙관론만으로 국민을 기만해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원자력 발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만큼 투명하고 철저한 설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행주기는 투명하고 철저한 설명 후에 국민투표를 통해 직접 처분 또는 재처리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정부가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방법에 관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말하기 이전에 폐기물 처분정책의 진행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도 지역사회가 자주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제3자 기관이 기술적 조언을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조금 길지만 주간경향에 소개된 기자의 글을 그대로 옮겨왔다. -앗, 이거 저작권에 걸리던가? 뭐 많은 사람이 오는 곳도 아니고 내 글인냥 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이렇게 나 편할대로만 하면 안되는 것이기는 하지만서도. 아무튼.

전문적인 분야의 이야기는 어려울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부를 신뢰하고 그 말을 믿는수밖에 없는데 국가권력은 그러한 것을 이용해서 정보를 더 통제하고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속여먹고 있으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언젠가 밀양주민의 인터뷰를 보고 있는데 한분이 '휴대전화에서도 전자파가 나오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 장황하게 떠들어대고 있는데 이렇게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바로 밑에서 아무 걱정없이 안전하게 지내라는 게 말이 되냐'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래,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당연히 떠오르는 의문이 많은데 그걸 눈가리고 아웅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런 근거 없이 안전하다고만 하고 있으니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다. 우리는 그렇게 벙어리, 귀머거리, 눈 뜬 장님 신세로 국민의 의무만을 다하고 있었던 것일까.

 

 

 

 

 

 

 

 

 

 

 

 

 

 

 

 

 

 

 

 

 

 

 

 

 

 

 

 

 

 

 

 

 

 

 

 

 

 

 

 

 

 

 

 

 

 

 

 

 

 

 

 

 

 

 

 

 

 

 

 

 

 

 

 

 

 

 

 

 

 

점심 먹고 졸음이 쏟아질 즈음 페이퍼를 쓰기 시작해서 진즉에 끝내려고 했으나, 잠깐의 마무리를 남겨두고 계속 글쓰기 상태로 두고 있다가 책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있는 중이다.

작년부터 몸 상태가 안좋기 시작했는데 이게 그저 나이를 먹어가면서 몸이 조금씩 축나고 이곳저곳에서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이거 스트레스가 축적되어 한번에 마구 터지고 있는 것 같아.

사실 어제는 사무실에 혼자 있었고 더 많은 일을 했는데도 아프다는 걸 느끼지 못했단 말이지. 몸쓰는 일은 더 많이 했고.

그런데 오늘은 오후가 되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너무 힘들만큼 아파 죽겠다. 좀 전에 좀 걷다 올까 하다가 마땅히 이 시간에 혼자 나가서 길게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잠깐 일어서서 허리를 펴고 있었는데. 아니, 사무실을 잠깐 벗어난 것만으로도 좀 덜 아픈 느낌이었어.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걸. 아, 정말 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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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통 2017-02-1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안읽었어요. 너무 많은 책과 너무 긴 글.

chika 2017-02-1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러시군요. 굳이 안밝히셔도 되는 것 같지만 덧글도 관심이라 생각하겠습니다. ^^

종이달 2021-11-1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